7년만의 포옹, 그리고 우리 모녀의 골프 이야기

골프도 삶도 더 빛나는 일주일이 될거야

by Even today



내가 한국 땅을 떠난 지 8년하고 3개월.

그 사이 나는 한 번도 한국에 발을 디디지 못했다.

비행기 한 번 타는 게 사치라고 느껴질 만큼, 비즈니스를 막 시작한 나는 목표 금액을 향해 뛰었고, 시간과 여유를 모두 일에 쏟아부었다.


그런 나를 보며 ‘이 아이가 한국에 올 생각이 없나?’ 하고 느꼈던 걸까.

내가 호주에 온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부모님은 긴 비행을 감행해 호주에 오셨다.

길어야 3~4시간 거리만 오가던 분들이, 지구 반대편까지.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 결정이 얼마나 컸고, 얼마나 두렵고 설레는 마음이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정말…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


언니는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지만, 나는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다.

일이 자리 잡히는 순간부터 여행은 욕심이 되었고, 비행은 사치가 되었고,

내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는 오직 ‘골프’뿐이었다.


엄마는 나와 참 많이 닮았다.

명품보다, 보여주기 위한 소비보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것에 돈을 쓰는 사람.

엄마의 유일한 사치가 골프였듯이,

내 사치도 결국 골프였다.


우리는 7년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사업 이야기와 돈의 흐름, 그리고 골프 이야기로 대화를 나눴다.

이 공통의 관심사가 우리를 묵묵히 이어주었다.

이걸 사치라고 진정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우리 엄마뿐일 것이다.


그래서 생각만 해도 신난다.

엄마 오시자마자 골프 풀코스 접대할 생각에 요즘 나는 매일 들뜬다.

호주의 골프 문화, 자연, 코스, 페어웨이의 공기…

내가 누렸던 이 모든 것을 엄마와 함께 걷고 싶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가장 엄마다운 방식으로.


7년 만에 같은 페어웨이를 걸으며

같은 햇살 아래서 티샷 루틴을 맞춰보고,

서로의 스윙을 체크해주고,

파트너처럼, 친구처럼,

엄마와 나만의 라운드를 하고 싶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가 자라온 만큼 엄마도 멋지게 나이를 쌓아오셨을 테니

오늘의 나와 오늘의 엄마가 서로를 존중하며 하나의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

그게 얼마나 기적 같은 순간인가.


엄마가 오는 날이 다가오니

청소하는 손도 가벼워지고

일정표를 정리하는 마음도 반짝이고

엄마가 처음보는 내 강아지 보바를 박박씻기는 이

하루하루가 새롭다.

엄마가 칭찬해주길 바라는 인생을 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멋진 딸로 살고 싶다는 마음,

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7년 동안 나는 이민자로, 사업가로, 골퍼로,

이곳에서 버티고 성장해왔다.

엄마의 시선으로 보면 나는 어떤 딸로 보일까.

힘들어 보이지 않길, 지쳐 보이지 않길.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철든 모습도 보이고 싶지 않다.

엄마 앞에서는, 그냥 조금 작아지고 따뜻해지는 딸이고 싶다.


내 브런치 글을 보며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냐”고 응원해주는 단 한 사람,

그 존재감으로 나는 오늘도 살아낸다.


가끔은 내 삶이 왜 이렇게 치열한지 헷갈릴 때도 있었지만

엄마 눈에는 그 치열함이 ‘노력’으로 비쳐지길 바란다.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딸이라고 느끼길 바란다.


엄마와 다시 걷는 그 페어웨이는

아마 내 인생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한 장면일 것이다.


나는 지금 엄마를 기다리며

일도 열심히 하고

골프도 즐겁게 치며

마음 깊은 곳에 햇볕이 스며드는 그런 기분으로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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