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처음 쓰는 글

흔하지 않은 골퍼의 목표

by Even today

새해라고 해서 인생이 확 바뀌길, 역전하듯 한 방을 노리듯 뭔가 달라지길 바라지 않는다.

처음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무언가 새로운 목표가 생기기보다,

내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것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목표로 삼는다.

나이가 드나보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목표 몇 가지를 세우고,

그 목표보다 더 크게 이루길 바라는 것.


예를 들자면,

골프를 치면서 핸디캡을 9에서 5로 낮추는 대신,

내가 원하는 구질로 안정적으로 칠 수 있도록 만들기.


스코어에 목표가 아닌

골프를 통해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기.



돈을 1억 더 모으기보다, 가진 것을 조금씩 적립식으로 투자해

혼자서 잘 굴러가게 만들기.



러닝을 즐겁게 해서 5km, 10km 마라톤에 도전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루틴으로 만들어보기.


보바를 숙제처럼 산책시키지 않고, 하루가 끝났을 때

“엄마랑 오늘 하루도 배부르고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함께 시간 보내기.


책 30권 읽기보다 좋아하는 책을 골라 여러 번 읽고,

한 문장은 마음속에 남기기.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기보다는,

사진 한 장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글을 써보고, 수정 과정에서 문장력과 어휘력을 키우기.


거창한 목표가 아닌 나를 사랑하게 할 그런 과정이 목표가 되게 말이다.



벌써 호주에서 보낸 시간이 8년 반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 빛나는 20대와 30대를 여기서 보내는데,

후회할 10년으로 남고 싶지 않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스케줄을 꽉 채워 산다.

덕분에 이룬 것도 꽤 많다. 피곤하지만, 모두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이 시절이 나중에는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치열하게 살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누리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중요하다.


남들은 30대에 일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일을 했고,

남들보다 더 많이 했고, 더 힘들었으며 몸도 상했다.

하지만 골프가 너무 좋아서, 잘하고 싶어서, 일 외 시간을 골프와 자기계발에 썼다.

골프를 위해 돈도 쓰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건강과 체력을 위해 헬스장을 등록하고, 글을 남기고, 다른 곳에 돈을 쓸 여유는 줄었다.

내 삶은 자연스럽게 골프와 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골프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만든다.

골프치는 날과 연습 시간을 정하고, 치고 싶어도 하루쯤은 미뤄두고 가족과 친구,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며 글을 쓰고 러닝도 한다.

지금의 내 삶은 완벽할 정도로 균형이 잡혀 있고, 만족스럽다.


그래도 안주하지 않는다.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골프를 잠시 멈추고, 다른 활동으로 환기하며 요가도 배우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올해 목표는 명확하다.

균형 있는 생활, 내 시간과 돈, 마음을 함부로 쓰지 않고 소중히 쓰는 것.

큰 성취보다는, 하루하루 균형 있는 삶을 저울질하며 사는 것.

파를 해도, 보기를 해도, 더블이 나와도, 모두 괜찮다고 다독이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새해라고 갑자기 골프 실력이 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의 근육은 점점 나이 들고, 신체 능력도 떨어질 나이이니,

그저 경험치가 쌓이고, 근육과 마음이 조금씩 유지되길 바랄 뿐이다.

인생에서도 연차와 내공은 다르지 않은가.


잘 치는 플레이어보다 좋은 플레이어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목표다.


올해 마지막 골프 라운드는 늘 같은 골프장에서 함께 얼굴을 보는 동반자들과였다.

카운트다운과 불꽃놀이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늘 기억에 남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순간이다.

그 날의 공기, 햇볕, 볼에 스친 바람, 재미있었던 상황들,

원하는 샷을 쳐서 느낀 성취감,

그것이 기록보다 소중함을 올해도 깨닫는다.



새해를 맞아 묻는다.

여러분은 올해, 기록보다 순간과 마음을 더 소중히 여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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