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안식년

Gap Year

by 오천사

스무살의 내가 그랬다.

안식년.


안식년(sabbatical year)은 유대주의에서 일주일 가운데 7일째인 안식일처럼 7년에 휴식년을 갖는 것을 말한다. 주로 대학교 교수들이 6년 강의를 하고 7년째 연구년으로 안식년을 가지고 외국에서 연구를 한다.

(위키백과)


주로 대학교 교수들이 6년 강의를 하고 7년째 연구년으로, 또는 성당에서는 신부님들이 사목활동을 하지 않고, 연수학업중이라는 뜻이지만, 고등학교 졸업후 나는 연구나 연수가 아닌 (일반적인 진학이나 취업이 아닌) 나만의 안식년을 의도치 않게 갖게 되었다.


Gap Year.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사회 경험을 위해 일을 하거나,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1년.

1960년대 후반 무렵,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Gap Year는 영국의 지역적 특징 때문인지, 미국권 학생들에게서 보다는 영국 쪽과 유럽 쪽 학생들에게서 대학교에 등록하기 전에 갭 이어를 갖는 것이 빈번하게 보여진다. 우리나라는 주로 대학 진학 후, 대학 생활 도중에 Gap Year와 비슷한 성격으로 해외 배낭여행 또는 어학연수 등을 다녀오는 것. (위키백과)


지나고 보니 Gap Year라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통상 우리나라에서는 인문계를 졸업하면, 대학 진학이나 재수 외에는 마땅히 선택할 길이 없던 당시, 대학 진학도 안하면서 재수도 안하고, 강남한복판에 혼자 내던져졌었다.

새벽에 중국어학원을 시작으로, 혼자 아침을 간단히 먹고, 10시부터 두시간 영어학원 Intensive 과정을 듣고, 혼자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서 복습과 책을 읽다가 일본어학원을 마치고 혼자 간단히 저녁을 먹고, 컴퓨터학원 세시간을 듣고 귀가했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는 중국어학원 선생님과 아침을 함께 하게 됬고, 영어학원 대학생(휴학생) 언니오빠들과 점심을 함께 하게 되었고, 컴퓨터학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한잔 기울이는 시간도 없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도 회사도 아무 소속이 없던 그 시절,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가장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나를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네덜란드 어린이들은 12세에 진로를 탐색하는 시험을 치룬다고 한다.

초등학교 이후 직업 관련 학교, 인문계 등으로 나뉘어 진학한다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직업에 대한 전문성을 어린 시절부터 키워줘야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란다.

반면 우리나라는 입시중심 교육이라, 예체능을 하는 학생들도 기본 예체능에 국영수학원까지 다니느라 고생이다.


손흥민 아버지로 알려진 손웅정작가는 손흥민이 축구를 한다고 하자 여러차례 이야기를 하며 축구가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를 이야기하고, 그래도 손흥민이 축구를 하겠다고 하자, 축구를 하기로 한 그 날 부터 학교는 4교시만 하고 귀가하는 것을 선생님께 정중히 요청했다고 한다. 축구에 집중하고 몰입하기 위해서. 우리아이는 공부할 아이 아니라고.


물론 좋아하는 것을 일찍 찾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어서 공부를 시킨다고 최측근 지인은 목소리를 높여 내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찾기위해 탐색할 시간은 과연 주고 있는 것인지.

다양한 프로그램의 방과후수업이 있어도, 1학년부터 영어학원, 3학년부터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바람에 학교 방과후수업은 점점 아이들이 줄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어려운 임용고시를 통과하여 교사가 되었지만, 2년만에 사직을 한 이야기를 접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엄마가 신학대를 가기를 원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신학대에 들어갔지만, 입학식을 한 다음날, 자퇴를 한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실패한 적 없고, 1등만 하다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된 경우에도 완벽적 성향이 있어 아이들에게 완벽한 선생님이 되기를 추구하느라 스스로를 부족하다며 자책하는 20대. 엄마가 원하는 신학대 들어갔으니, 이제 내가 원하는 대학 가기 위한 공부를 한다고 자퇴를 통보하는 20대.

안식년 아니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인 gap year가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일인가. 생각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을 실패자로 만드는 세상에서, 사교육비를 우리의 노후 비용으로 다시 축적 시켜야 하지 않을까.


방황하는 10대도 마찬가지겠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고 성인이 되었다고 나몰라라 하기 보다는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관심가져주어야 하지 않을까.


혼자라면 힘들어 못하지만, 같이 하면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알려줘야하지 않을까.

때로는 멈춰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쉬기도 해야하고, 사실 아파보기도 해야하고...

견디고 나면 단단해지는 것처럼. 어쩔 수 없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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