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의 첫날
아들의 학교는 오늘 개교기념일.
여행을 가고도 싶었지만
아들은 새로 개봉하는 영화 <주토피아 2>가 보고 싶다 했다.
오후 출근이 가능한 나는
오전 아니, 조조영화를 예매하고, 11시쯤 영화가 끝나니 맛난 점심을 함께 하고
출근을 하면 되겠다 생각을 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밤 약간의 기침을 하던 아들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병원에 가자 했고.
다행히 어릴 때부터 진료를 보시던 선생님께서는 태봉이가 오후 학원일정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하진 않다고 하셨다.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아들이 좋아하는 수육국밥을 먹으러 갔는데.
오 마이 갓!!
아들은 한 술도 뜨지 못했다.
입맛이 없단다.
아들이 안 먹으니, 나도 밥이 넘어가질 않아 결국 포장해 왔고.
엄마 출근 안 하면 안 돼?
갑자기?
그렇게 갑작스러운 한마디로 당일날 회시에 결근하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수육국밥 먹으러 가자 해서 갔는데 갑자기 입맛이 없다고 안 먹고 집에 와서도 징징 대는 것.
계속 같이 있어도 엄마가 잔소리만 할 것 같지 않냐며 잘 챙겨 먹고 오후에 학원을 가라 했다.
태봉이는 갑자기.. 포장해 온 수육국밥을 열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그러다 흐르는 아들의 눈물 또르륵...
뭐지?
아깐 입맛이 없다며, 지금은 먹는다.
먹으며 흘리는 저 눈물의 의미는?
왜 우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모르겠단다.
호르몬 때문인 건가.
나도 이유 없이 그럴 때가 있지.
이럴 때 형이나 누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외동인 아들을, 그것도 아픈 아들을 혼자 두고 차마 출근한다고 발걸음이 떼지 질 않았다.
12월의 첫날이지만,
어렵게 대표님께 결근 의사를 말씀드리고 함께 있기로 했다.
다시 오지 않을 2025년 12월 첫날.
아들은 지금 약을 먹고 잠들어있다.
2025.12.01 오후 1시 35분
한숨 자고 일어난 아들은
영어학원은 간다고 했다.
데려다주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눈물을 흘린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냥 같이 있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렇게 우리의 2025년 12월의 첫날이 흘러간다.
만끽해야지.
끝나고 나오면 붕어빵을 내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