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검진 하고 있습니까

인간관계도 정기검진!

by 섬세한 시골 의사

우리 치과는 한적한 시골의 오래된 건물 2층에 있는 코딱지만 한 치과인데, 어떻게 알고 오는지, 하루에도 몇 통씩 우편이 날아온다.

전기나 수도세 같은 고지서를 제외하면, 대부분 다 광고 전단지이다. 광고도 다양하다. 치과 재료 및 장비 광고 전단은 물론이고, 매출을 올려주겠다는 마케팅 업체 광고, 세금을 아껴주겠다는 컨설팅 회사 광고, 병원 인테리어 전문 업체 광고, 신용카드 광고, 지역신문 광고, 대출, 마트, 보험 등등등 나한테는 쓸데없는 우편이 너무 많이 온다. ( 수북한 우편함에 혹시나 러브레터라도 있을까 싶어 뒤적여 보지만, 40년 넘는 세월 동안 언제나 그랬듯, 가슴 설레는 우편 따위는 없... ㅠ)


뭐 어쨌든, 대부분 관심 밖의 우편들이지만, 종종 꼭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의료업이다 보니 주로 지역 보건소에서 온 우편들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3년에 한 번씩 하는 방사선 장비들의 정기검사 통보 라든가, 매년 필요한 의료인 교육을 언제까지 수강해야 한다는 것들이다. 매년 정기검사나 이수해야 하는 교육들도 있고, 2년에 한 번 혹은 3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워낙 정기적으로 뭐 하고 제출하라는 게 많다 보니, 헷갈려 죽겠다. 그리고! 죄다 너~~ 무 비싸다!


아! 우리 몸도 정기검진 해야 한다. 나도 작년 말에 건강검진을 했다. 몸의 이상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하라고 하니까 해야 했다. 심각한 병이 생겼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늦었거나, 비용,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건강검진처럼, 매년 꼭 정기검진을 받아서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거나 혹은 조기발견하게 하는 것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렇게 강제성이 있는 게 아니더라도, 건강에 대한 정기검진은 꼭 필요하다.


좋아 , 이 참에 검진이든 검사든 해야 할 것들 다 메모해 버리기로 했다.

또 정기적으로 돌봐야 할게 뭐가 있을까?

날씨가 따뜻해지면 미리 에어컨 청소를 해둬야겠다. 매년 하는 것인데, 여름이 다가와서 하려고 하면 업체와 예약날짜 맞추는 게 쉽지 않더라.

업체 불러서 치과 전체 방역과 청소도 해야겠다. 1년에 한 번씩 하니까 심적으로 더 깨끗해진 것 같다. 병원이 낡고 오래되었지만, 지저분해 보여선 안되니까!

내 차도 검진해야 된다. 주기적으로 뭘 갈아줘야 된다는데, (차알못입니다 ㅜ) 이번기회에 정기적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봐야겠다.


복잡시럽다. 이것저것 정기검진 할 게 많구나...

아직 많이 남아 있을 텐데 좀만 쉬었다 생각하기로 했다.

습관적으로 폰을 들고, 카톡을 켜본다.

친구들 단톡방엔 쓸데없는 드립과 헛소리가 난무하느라, 카톡이 꽤 많이 쌓여있다 ㅎㅎ

40년 넘는 세월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카톡 친구엔 꽤 많은 사람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음....


문득 '인간관계도 정기검진이 필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땐 친했는데, 서로의 일이 바빠 연락 한 지 오래된 친구

매년 스승의 날 때 찾아뵜었는데, 못 찾아뵌 지 오래된 은사님

멀리 살아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촌들

아차, 부모님한테도 전화 안 한 지도 1주일이 넘었구나... ㅠ


관계도, 정기검진이 필요했다. 이것부터 해야겠다.


"마, 므하노? 생각나서 연락해 봤다 ㅎㅎ 옛날엔 맨날 붙어 다녔는데, 일하고 결혼하고 이라다 보이까 자주 연락 몬해서 미안타. 별일읍재?? ㅎㅎㅎ"


"어무이, 날씨 추워진답니다. 옷 단디 껴입고 다니고, 난방비 아깝다고 집 춥게 해놓지 말고 ~ "


어머니는 별일 없어도 먼저 전화 온 무뚝뚝한 아들이 반가웠나 보다 ㅎㅎㅎ

따뜻한 목소리로


"아들..

.

.

.

.

.

.

용돈 줄려고 전화했구나!! ㅎㅎㅎ "


엥?!

이게 아닌데 ㅋㅋㅋㅋ



< 관계도 정기검진이 필요한가 봅니다. 먼저 검진 문자부터 쭉 돌려보시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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