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Lab 첫 번째 연구
이쯤에서 한 번 팩트를 짚고 넘어갈 타이밍이 된 것 같다.
사실 여자가 남자보다 눈물이 많다는 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독일 안과학회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연평균 30~60회, 남성은 6~17회 운다. 이는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두세 배 이상 자주 우는 셈인 것. [1]
이 차이에는 꽤나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여성은 슬픔을 전달하는 신경세포의 활동이 남성보다 4배 높고, 눈물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 프로락틴(prolactin)의 수치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즉, 여자는 구조적으로 더 울기 쉬운 신체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자 그럼, 지금까지의 여정을 정리해 보자. 여자는 울기 쉽고, 사회는 그런 여자의 눈물을 ‘무기’라 부른다. 감정 표현 하나에도 전략이 있다고 의심하며, 울면 약하고 참으면 강하다고 가르쳐왔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꿔보자.
울기 쉬운 내가 오히려 이 인식을 역이용해, ‘눈물을 똑똑하게’ 쓰는 것이다.
남자들에게 근력이 있다면, 우리 여자들에게는 눈물력이 있는 것뿐이니까.
그 힘을 굳이 숨길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래, 여자의 눈물을 무기라 말하는 세상이라면, 정말 무기로 써보자. 단, 똑똑하게.
눈물을 흘리는 대신, 휘두르자.
눈물을 똑똑하게 쓰려면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야 하는 법,
여기, HER lab이 ‘각 상황과 역할에 따른 눈물의 알잘딱깔센 사용법’을 소개한다.
눈물을 뭉뚝한 무기로 쓰지 말고 뾰족한 언어로 바꾸자
직장이라고 갑자기 다른 내가 되겠는가.
화가나서, 억울해서, 두려워서 눈물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직장에서 눈물을 흘렸다면, 그 다음이 중요하다.
회사는 내 눈물의 해석을 나한테 맡긴다.
그러니까 말하자.
“왜 울었는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그래서 앞으로 뭘 원하고 뭘 바꾸고 싶은지”
이 3개만 설명하자.
설명 없는 눈물은 상대를 피곤하게 만드는 뭉뚝한 몽둥이이고,
구체적인 설명이 붙은 눈물은 뾰족한 생존 전략이다.
“짜증 난다.”를 그대로 내뱉으면 싸움이 나고,
“일정이 혼란스러워서 불안하다.”라고 바꾸면 해결이 시작된다.
직장은 감정 없는 로봇들의 공장이 아니다.
하지만 감정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을 위한 놀이터도 아니다.
울어도 된다. 단, 울었다면 설명하자.
그리고 원하는 걸 명확히 말하자.
그게 어른의 감정 사용법이고, 직장에서의 눈물 사용 매뉴얼이다.
연애 초반엔 울어봐라.
괜히 참지 말고, 한 번쯤 쏟아봐라.
그때 남자친구의 리액션을 유심히 보자.
무시한다? 당장 헤어져라.
눈치 주며 “또 울어?” 한다? 두 번 생각 말고 헤어져라.
“괜찮아, 울어도 돼.” 하면서 품어주는 사람? 흠.. 그건 좀 봐줄만 하다.
사실 돌이켜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울었던 적 많지?
그런데 유독 그 사람 앞에선 눈물이 자주 터진다면,
그건 너의 약함이 아니라, 진짜 마음을 쏟고 있다는 증거다.
반대로, 그 사람 앞에서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면
한 번 의심해봐라. 정말 사랑했던 건지,
아니면 애초에 늘 눈치를 보며 연애했던 건지.
남자친구 앞에서의 눈물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건 네가 ‘감정’을 가졌다는 뜻이고,
그가 ‘감당할 그릇’을 가졌는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다.
그러니까,
네가 울 때 세상이 멈추는 사람을 만나.
아니면, 그냥 네 눈물 한 방울 아깝게 하지 말고
다음 연애로 갈아타라.
딸들이여, 평소엔 울지 말자. 결정적 순간을 위해 아껴두자.
“스읍, 안 돼!”엔?
처음엔 애교로 시작하되, 안 통하면 살짝 촉촉한 눈빛 정도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 것’이 핵심이다.
“절대 안 돼!”엔?
아빠를 공략하자. 닭똥 같은 눈물 한 방울이면, 아빠의 비상금 주머니는 속절없이 열린다.
단, 펑펑 울면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안된다!”엔?
엄마든 아빠든 상관없다. 일단 진심을 다해 어필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살짝 숙이자.
핵심은 ‘차마 눈물을 보여주지는 못하겠다는 태도’!
눈물은 이미 흐르지만,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고개를 떨구는 모습.
마지막 회심의 한마디를 남기고 황급히 방문을 닫자.
그 후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숨죽여 우는 액션으로 마무리.
약 10분 뒤, “딸, 괜찮아~?”라는 다정한 음성이 들린다면, 게임 끝-
그러니, 딸들이여 기억하자.
핵심은 ‘평소에 잘 울지도 않던 애가, 얼마나 힘들었으면…’을 끌어내는 것이다.
눈물은 많을수록 약해지고, 아낄수록 강해진다.
눈물도 관리가 필요한 나이
눈물도 참으면 쌓인다. 쌓이면 무겁고, 무거우면 결국 엉뚱한 데서 터져버린다.
남편 양말, 아이의 생떼, 세탁기 고장 ..? 그럼 나는 희한한데서 무너지는 사람이 되어버리지.
자, 이제 우리 엄마들의 눈물은 감정 청소기다 생각하자.
감정은 잔먼지처럼 겉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성실하게도 쌓인다.
한참 쌓이다 보면, 어느 날 남편 양말이 잘못 들어와 고장내버리지.
(사실은 양말 때문이 아니라 누적된 서운함 먼지 때문인걸 그는 결코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감정의 먼지통 비워내기가 필요하다.
“아, 지금 청소 시간인가 보다.” 느낄 때, 그때 그때 디톡스하자.
그게 눈물이든 쇼핑이든 여행이든, 방법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우린 강하고, 나 자신을 잘 다룰 줄 아는 엄마니까.
[1] Deutsche Ophthalmologische Gesellschaft (DOG). “Gender Differences in Tear Frequency.” Annual Report on Clinical Ophthalmology,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