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Lab 첫 번째 연구
짧은 만큼 못내 아쉬운 계절을 지나, 어느새 성큼 다가온 찬바람에 주춤하게 되는 요즘, 두꺼워지는 옷과 반대로 마음만은 유난히 얇아지는 겨울이다. 짧아지는 해와 길어지는 어둠에 한껏 복잡해진 마음은 결국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 나서야 잠잠해지곤 한다.
기뻐서, 슬퍼서, 분해서, 혹은 답답해서 흘리는 우리의 눈물
그중에서도 나는 유독 많은 의미로 덧씌워져 온 한 눈물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여자의 눈물은 무기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문장들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여자의 눈물이 이런 의미를 품게 된 걸까?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고대 로마의 풍자 시인 유베날리스(Juvenal)는 그의 작품집 『Satires VI』에서 이렇게 썼다. [1]
“여자는 더 잘 속이기 위해 눈물을 배운다.”
이 짧은 한 문장은 오래전부터 여자의 눈물이 ‘감정의 표현’이 아닌 ‘의도된 연기’로 비쳤다는 근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역사학자 사라 레이(Sarah Rey)는 자신의 논문 「로마 사회에서의 눈물과 그 영향: 성별의 문제를 중심으로」에서 로마 시대 여성의 눈물이 공적공간에서 거의 항상 의심의 대상이었음을 밝히며, 여성의 눈물은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연민을 얻기 위한 전략의 언어로 인식되었다고 지적한다. [2]
즉, 우리 인류는 자그마치 2000년 전부터 여자의 눈물을 진심이 아닌, ‘계산’으로 읽어왔던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부터 여성의 눈물이 ‘의심스러운 감정’으로 읽혔듯, 한국 사회 역시 오랫동안 여성의 눈물은 사회 속에 가두어졌다.
시작은 조선시대부터이다.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는 여성의 울음이 감정이 아닌 예의의 일부였다. 『국조오례의』와 『예기』에서는 여성의 통곡을 의례의 절차로 규정하며, 슬픔의 진정성보다 형식과 도덕적 역할에 무게를 두었다. 예를 들어 ‘시부모상을 당한 며느리의 통곡’은 효와 정절의 증거였고, ‘남편을 위한 곡’은 충절과 순종의 표현으로 여겨진 것이다. [3]
그런가 하면 근대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여성의 눈물은 마케팅의 도구로 소비되었다. 1920~60년대의 영화 포스터 속 여배우의 얼굴에는 늘 눈물이 맺혀 있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눈물이 세상을 울린다”, “울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 같은 신파적인 문구들과 함께 말이다. 한때 예의의 표현이던 눈물이 여성의 순수함과 희생이라는 이미지를 팔기 위한 도구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현대에 와서는 ‘눈물 마케팅’의 수단으로써 한 단계 변화되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2009년 송혜교를 모델로 한 라네즈의 ‘하이드라 솔루션 에센스’ 광고를 들 수 있다.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잖아요.”라는 카피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곧이어 슬픈 척, 감동한 척하며 우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여자는 위선으로 눈물을 흘린다는 통념을 반영하는 동시에 광고의 소재로 삼고 있다.
이렇듯 시대와 문화가 달라져도, 여자의 눈물은 여전히 감정보다는 ‘해석’의 대상이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위선으로, 조선에서는 예의로,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서는 상품의 언어로 소비되었다.
사회가 만들어낸 의미 속에서, 여자의 눈물은 늘 진의와 다른 의미로 왜곡되어 온 것이다.
[1] Juvenal. Satires VI. Translated by Peter Green, Penguin Classics, 1998.
[2] Sarah Rey. “Roman Tears and their Impact: A Question of Gender?” Revue des Études Anciennes, Vol. 117, No. 2, 2015, pp. 335–356.
[3] 『국조오례의』, 『예기』 – 조선시대 의례 규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