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Lab의 두 번째 연구
여자들은 자기보다 잘난 여자들을 시기 질투하고, 까내리며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사이라는 말.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여자로 살면서 한 번쯤 같은 여자를 질투해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해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윽고 드는 의문들..
'그럼 남자는 남자를 질투하지 않나?' '나는 오로지 여자만을 질투하나?'
이 질문들 끝에, 우리는 하나의 선택을 하기로 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여적여’가 맞는지, 틀린 지를 판단하지 않기로 한 것.
쁘됴냥이 궁금한 것은 그다음이다.
사람들은 여적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그 인식은 언제부터,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했을까.
그래서 우리는 이를 들여다보려 한다.
쁘됴냥이 가장 자신 있는 방식,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서 말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2015년의 이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대사 하나로 유행어가 된 사건 말이다.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두 여성 출연자 간의 갈등이 영상으로 공개되며, 두 사람의 관계는 곧 ‘여자들의 기싸움’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 한 발언은 맥락을 떼어낸 채 반복 재생되며 유행어가 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주목할 지점은 갈등 그 자체보다, 대중이 이를 해석하고 소비한 방식이다. 갈등의 주체가 모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언론과 SNS 미디어는 이를 ‘여성 간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묶어, 기사와 클립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촬영 현장의 열악한 환경, 선·후배 관계 같은 갈등의 다양한 맥락은 지워지고, 갈등은 단순화됐다. 오직 여성 개인의 태도와 감정만이 문제의 핵심으로 남은 채 말이다.
분명 혹자는 앞선 사건과 같은 여적여 프레임에 대해 너무 지겹고 고루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 한물간 통념 같은 '여적여'에 관한 데이터에서, 우리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위 자료는 최근 3개년 소셜 채널 내 ‘여적여’ 언급량 데이터다. 이 자료에서 우리가 주목한 점은
3년 전인 2022년 약 360건에 불과하던 '여적여' 언급량이
2023년을 기점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해 현재까지도 연간 4천 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같은 기간 여적여의 '연관어' 데이터도 살펴보았다.
여기서도 하나의 변화가 눈에 띄는데,
2022년 12월을 기점으로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여적여와 함께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순위가 꾸준히 상승하여, 결국 2024년 말에는 상위 5위권까지 올라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2022년 하반기 이후,
사람들이 여적여를 사실이나 현상이 아니라 ‘프레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이에 소셜 채널 분석이 SNS 중에서도 실시간 리액션을 중심으로 하는 X(트위터)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시기에 여적여를 프레임으로 인식하게 만든 강력한 미디어 경험이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자극적인 썸네일만 봐도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옥순님이 그랬지?” 같은 ‘명대사’들과 함께 회자되던 영숙과 옥순의 살벌한 기싸움 말이다.
비슷한 시기,〈더 글로리 2〉처럼 여성 간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들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렇게 여성 서사는 여전히 자극적인 갈등의 형태로 주목을 받았고, 그 장면들은 빠르게 공유되고 소비됐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그다음이다.
바로, 이 서사들이 더 이상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성 간 갈등을 자극적으로 소비해 온 미디어의 연출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이 그 장면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의심하는 시선이 생겨난 것이다.
“또 여자들 싸움이네” “왜 늘 이런 방식일까”
이러한 물음들에 페미니즘 담론을 비롯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더해지며,
여적여는 더 이상 사실로 소비되기보다 하나의 해석, 하나의 구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