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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닿아 Jun 09. 2022

마음 근육이 더 어렵다

서른에게 08

일하는 곳에는 꽤 적응을 했어. 좀처럼 쉽지 않던 오전 기상과 공복 운동도 조금씩 해내고 있다. 월급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정말 오랜만에 헬스장도 끊어볼까 해. 스무 살에 고등학교 친구랑 끊었던 것 이후로 처음이겠다. 홈트를 해온 지 햇수로 3년 차가 되니 이제는 헬스장을 끊어도 잘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슬슬 헬스장 기구도 써보고 싶고 말이야. 지금 염두에 두고 있는 곳은 한 번에 다섯 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하는 시스템이야.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아 보이는데, 인원 제한 덕에 되려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유력 후보군에 올려뒀어. 무엇보다 6개월, 1년 식으로 기간 후려치기를 안 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집이랑도 가깝고, 여러모로 마음에 든달까. 


여전히 운동을 즐겨하니? 건강한 감량을 해보려고, 언제 촬영이 들어올지 모르니까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운동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꾸준히 해내는 내 스스로가 기특하다는 감각, 한 순간이라도 하루를 건강히 채웠다는 뿌듯함으로 버티는 것 같아. 몸은 시간이 걸려도 결국에 좋아지니까. 매일같이 체중을 쟀던 게 전생같이 느껴질 만큼, 요즘은 내가 원할 때가 아니고서야 체중계에 올라서는 일이 없다는 것도 큰 변화야. 운동시간이 늘었다는 이유로 군것질을 참지 않았다가 몸이 더 커진 적도 있고, 변화가 더디게 느껴져 괜히 다 내려놓고 싶었던 순간도 있지만,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 변화를 몸 군데군데에서 문득 발견하는 날이면 꾸준히 해내 온 지난날의 나를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기분이 나아져. 그 마음으로 오늘도 운동을 해냈다. 


그래도 힘든 건 아무래도 식단 조절이야. 건강한 맛있는 것도 물론 세상에 있지만, 그리고 다행히 나는 그중 좋아하는 것들이 꽤 많지만, 그래도 평생 이렇게만 먹으라면 좀 아쉽고 속상한 거지. 세상에 이렇게나 다채로운 맛들이 있는데, 나는 얘랑 쟤랑 이렇게 조합해서 먹어보고 싶은데. 아쉬운 대로 식단을 가지고 종종 요리를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못 놓겠는, 정신건강에 이로운 음식들이 너무도 고플 때가 참 괴로워. 요 며칠은 단 게 너무 당기는 거 있지. 왜 이렇게까지 생각나지 싶어서 달력을 보니까 월경 일주일 전이더라,, 허허. 지금은 천천히 감량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은 상태라, 맥주도 최대한 덜 마시고(?), 음식 하나를 골라도 식단 성분표를 꼭 다 훑어보고 사. 아이스크림을 너무 사랑하는 나지만, 맥주도 줄이는 와중에 아이스크림은 사치지. 그나마 요즘은 당류 낮은 디저트도 참 잘 나와서 좋아. 비싸서 그렇지.. 오늘도 빈약한 재정 상태를 외면하고 당류가 낮고 단백질이 괜찮은 빵들을 장바구니 왕창 집어넣었어. 퇴근을 하니 문 앞에 도착해 있었지만, 내일 오전에 일어나 먹겠다고 다짐하고 차곡차곡 냉동시킨 뒤 찰토마토 두 개로 버티는 밤이다. 


뭐든 귀한 것은 시간이 걸리나 봐. 한 순간 빠져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현상유지니까. 나는 그걸 위해 오늘도 한 발자국 애를 썼구나. 이게 모여서 필요한 순간에 또 반짝 빛나겠구나. 그리고 늘 단단히 안에서 나를 받쳐주겠구나. 그 마음으로 하나 둘 만드는 작은 습관들의 힘을 나는 믿어. 스스로에게 그렇게 엄격한 편은 못돼도, 꾸준하겠다 약속한 것들은 곧잘 지키니까. 사실, 요즘 나를 괴롭히는 건 '해야 하는데'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올 생각을 않는 나거든. 그래서 자기 암시 마냥 그나마 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써 내려간 것 같아. 조금 더 이 마음에서 부지런히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순위를 정해야지.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 단계인지, 뭘 조금 더 치열히 해야 하는지 지금 내가 잘 모르는 것 같아. 마음은 막연하고 에너지는 크지 않으니 당장의 짧고 편한 안정감에 숨게 된달까. 이불 안이 좋고, 애인과의 무용하고 다정한 주말이 좋고, 퇴근주라며 한두 잔 마시는 밤이 소중해. 근데 한편으로는 더 생산성 있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 참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불편해지는 거지. 뭐, 틀린 소리도 아니니까. 오늘만 해도 운동과 출퇴근 말고는 한 게 없다.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둥둥 떠다녀. 하고 싶은 건 많은 것 같다가도 왜 이리 진부터 빠지는지 원 참. 지겨운 걸 꾹 참고 했을 때 근육이 생기는데 그치? 아, 그냥 흐르듯 좋은 곳으로 알아서 갔으면 좋겠다 ~~~ 내가 써놓고도 되게 꿈같은 소리다. (ㅋ ㅋ) 그렇담 그런 꿈이라도 오늘 밤 꾸겠어.(?) 내일 일어나 먹을 단백질 크림빵을 위해, 단잠은 에피타이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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