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2022
이상하리만큼 별거 없는 하루였다. 약속도 일도 아무것도 없는 그런 날...
동네 카페에 앉아 언제나처럼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한 글을 썼다. 그리고 타자 치는 게 무료할 즈음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배회했다.
겨울이라 어쩔 수 없이 입은 롱 패딩 말고는 따뜻함도 포근함도 느껴지지 않는 하루... 서리 낀 차창에 비친 나의 모습은 영락없이 겨울잠에 들지 못한 곰이었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항상 빛나는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쉽지 않다. 사실 이만큼 나이를 먹고 나니 썩 부러운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도 살짝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시답잖은 잡생각이 종지부를 찍을 때 나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타고 있었다.
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타면,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우주에서 발화하고 있는 별처럼 보인다. 나름대로 힘겨운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겠지? 그들은 몇 정거장을 지나 각자의 은하계에 내렸고 휩쓸리듯 역에서 뱉어진 나는 고요한 밤거리와 마주했다.
정신없는 찰나를 뒤로한 채 고요한 밤 풍경을 마주하니 보이는 것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돌아가는 시간'이 누군가는 '지키는 시간'임을 말이다. 어두운 밤이라 그런지 은은하게 빛을 내는 간판들이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경찰서를 찍었고 다른 것이 없을까?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 몇 장의 사진을 찍게 되었다. 별거 없는 하루도 귀갓길은 이쁘더라...
이번 사진은 의식의 흐름대로 찍게 되었다.
오늘도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어릴 적 아버지의 등은 내 세상의 전부였고 어머니의 팔은 내 세상의 저울이었다.
Q: 당신은 부모님과 자주 대화를 하나요?
나의 꿈꾸는 시간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Q: 당신의 밤은 평안하신가요?
배고픔, 외로움, 무료함, 두려움, 슬픔이 찾아오면 발걸음을 옮기는 곳.
Q: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는?
오늘도 안녕히 들어가세요.
Q: 당신의 귀갓길 플레이 리스트는?
나는 러닝타임 2시간짜리 인생보다 다큐가 좋다.
Q: 당신은 영화 같은 인생, 다큐 같은 인생 중 어떤 것이 좋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