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순간부터 우린 죽음을 향해 걷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예외 없이 세상은 죽음으로 둘러싸여 있다.
모든 생명은 사라지며, 나 또한 죽어가고 있다. 질병, 폭력, 분노, 상실, 공포가 만연한 세상은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다. 주어진 고난이 버거울 땐, 본능적으로 신을 향해 울부짖지만 아무런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지독한 외로움의 향연...
야속하지만 그게 세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세상을 만든 조물주가 우리를 대신해 죽었다고 한다. 이유는 사랑이라는데, 성경에서는 이 사건을 '좋은 소식'이라고 한다.
왜?
그냥 고통을 없애주면 되는 게 아닌가? 세상의 추악한 이면과 끝을 알 수 없는 죽음의 고리를 끊어주면 되는 게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이 세상을 만들었으니까... 굳이 나 대신 죽을 필요가 있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아 어둠으로 가득 찰 때 하나의 마음이 머물렀다.
만약 당신이 계시면,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래서 죽음까지 불사했다면, 당신은 나의 고통을 함께 감당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같은 맥락으로 죽음의 심연에서 절대자의 존재를 안다는 건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가 나를 대신해 죽었다는 맥락이 새롭게 보였다. 당신은 내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에도 함께 한다는 사실을... 이 지독한 세상을 살아가는 내내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걸... 당신의 죽음을 통해 몸소 보여준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누군가는 따분한 종교 이야기라 생각할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알아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단순히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는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뿐이다.
이번 사진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나의 마음속에 있는 어둠을 꺼내고자 했다. 동시에 어둠 이면의 빛을 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