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Washington D.C
"너는 이담에 커서 무얼 하고 싶니?"
대략 유치원 6살 때부터 들어왔던 이 지겨운 질문은 성인이 된 지금도 종종 메아리처럼 귓가에 울린다. 생각해보면 참 다양하게도 꿈꿔왔다. 비록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분명한 것은 내 입으로 꿈이라 말했던 것들이다.
내 꿈 리스트를 살짝 공유해보자면 내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당시 UN사무총장으로 반기문 씨가 있었고 그의 직업은 한국 수많은 어머니들의 꿈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략 5년 정도 내 꿈은 외교관이었다. 사실 외교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들과 성지순례를 다녀왔는데, 사막을 돌아다니며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선교사님들의 모습이 어린 내 눈에는 모험가와 비슷한 직업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게 잠시 선교사가 꿈이었다. 하지만 2년 뒤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내 꿈은 가수로 바뀌었다. 당시엔 슈퍼스타-K, K-POP 스타가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마침 나도 주변에서 노래 좀 한다는 말을 듣던 차라 부모님 몰래 악동뮤지션을 배출한 K-POP 스타 2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1차 합격 후 왜인지 자신감이 떨어져 2차 오디션을 보러 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로도 다양한 직업군을 꿈꾸었다. 약간 거짓말을 보태자면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직업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심지어 군 생활을 하고 있을 때조차 말이다. 아마 적잖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어떤 사람이 될지 고민하기보다 어떤 직업이 있는지부터 배워왔으니까...
워싱턴 시내를 걷다 보면 미국의 치열했던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널려 있는 게 기념관 혹은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에 나오는 캡틴의 조깅 코스대로 걸었다. (결코 조깅할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도시 곳곳에는 미국을 위해 피 흘리고 땀 흘렸던 위인들의 기념비들이 있는데, 문득 기념비에 새겨진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어떤 대답을 했을지 궁금했다.
주제넘지만 내 마음대로 그분들의 대답을 유추 해보았는데, 적어도 직업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저 직업이었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당신의 신념을 말하지 않았을까? 그 증거로 기념비에는 그들의 직업이 아닌 그들의 신념을 알 수 있는 어록이 적혀있다.
내 꿈은 여전히 변화를 거듭하지만, 확실한 건 명사는 아니다.
세계일주 중 감사하게도 매 기항지의 날씨가 좋았다.
한편으로는 바다에서 별의별 악천후를 겪었기 때문에 육지에서라도 좋은 날씨를 만끽하라는 위로의 뜻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워싱턴은 전체적으로 산책로가 아름답게 조성되어있다. 아메리카노 한잔 그리고 동료들과의 수다가 조화를 이루어 마치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르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화려한 뉴욕도 매력적이지만 잔잔한 워싱턴만의 분위기가 좋다.
워싱턴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옆에 위치한 항공 박물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