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시작한 건 23살 때였다. 퇴근 후 교수님이 내준 과제를 해야 하는 대학생 졸업반이자 신입사원이던 난 입사 1년 만에 월요일이 싫고 주말과 월급 날만 기다리는 진정한 직장인이 됐다.
문제는 그렇게 기다리던 주말이 오면 너무 심심했다. 지방에서 상경해 혼자 자취를 하고 서울에 몇 없는 친구들마저 취업준비로 바쁜 시기라 심심한 직장인을 상대해주지 않았다. 아무리 친해도 회사 선배와 주말에도 약속을 잡을 수도 없는 노릇.
처음 몇 달 동안은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았다. 창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잔씩 하는 게 일상이었다. 멀리 있는 친구와 1~2시간 씩 통화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뜨거워질 정도로 통화하고 나면 시간이 금방 갔다. 하지만 매일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주말을 무기력하게 보내고 나면 월요일이 오히려 더 피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외향적인 인간에게 집과 회사만 오가라니!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다시 안 올 20대를 이렇게 흘려보낼 수 없어!
그래, 회사 밖에서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자."
그 때부터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사색의 시간도 갖고, 엉뚱한 일에 도전해보기도 한다. 이젠 놀거리를 찾는 재미도 즐길 만큼 프로 혼놀러(대충 혼자 놀기의 달인이란 뜻)가 됐다. 시간적 또는 경제적인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에 거창한 건 하나도 없지만.
많은 자취인들이 나처럼 여가시간에 무엇을 할지 아이디어를 찾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혼자 놀면 뭐하니> 매거진도 이 같은 생각에서 만들게 됐다. 매거진 <혼자 놀면 뭐하니>는 서울살이 중인 지방러 1인이 무료한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다룬 일상 공유 콘텐츠로 2주에 한 번씩 업로드할 예정이다. (의외로 직장 다니면서 별 걸 다 하고 살았다.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지나치게 외향적인가'하며 놀랐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