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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방 Dec 08. 2020

봉사활동,핑크런 – 작은 도움이라도

즐거운 나눔활동에 대해

나 한 몸 건사하는 게 참 어렵구나…


혼자 서울살이를 하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다. 많은 20대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빠듯하다고 느낀다.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 날 위해서 돈과 시간을 들이는 것조차 큰 결심을 해야 한다. ‘나’에게만 초점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언젠가 인생선배 중 한 분과 ‘자신의 삶을 쓰는 방식’에 대해 대화를 했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을 둘러보며 살아야 한다.”

- 왜요?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니?”

- 아니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기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나만 생각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 자체가 더 큰 풍족함을 느끼는 때가 분명히 오리라 생각해. 내 말을 듣고 보여주기 위해서 당장 하라는 건 아니야. 나누는 삶이 왜 필요한지 스스로 이유를 찾은 후에 시작했으면 해.”

- 선배님은 그 이유를 찾은 건가요?

“가난과 어려움이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모두들 다른 출발선에서 인생을 시작하지. 나도 좋은 조건에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더 열악한 출발선에 있었던 사람들도 많아.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게임에서 이겼기 때문에 가진 게 아니라고 생각해.”

- 지금 월급으로는 혼자 살기도 버거워요.

“그게 많은 돈을 기부를 하는 큰 일이 아니어도 괜찮아. 의외로 소소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단다.”


선배의 말씀을 이해하긴 어려웠다. 지금도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새 평소 나답지 않은 생각이 자주 든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려면 돈과 노력이 필요한데... 어차피 드는 비용을 더 의미있게 쓸 순 없을까?’ 지난 겨울, 이불을 꽁꽁 싸매고 티비를 보던 중에 문득 그러한 고민을 했다. 공원 산책, 학원 수강 등 날 위한 여가활동도 값지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부류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모 카페 커뮤니티를 가입해 가능한 시간대에 진행하는 봉사활동을 찾았다. 복지시설에서의 봉사활동을 생각하고 가입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게 ‘수세미 뜨기’였다. 완성된 수세미는 취약계층에 선물하거나 판매금을 기부한다고 한다. 손재주도 없는데 참여해서 폐만 끼치는 건 아닌가 걱정하며 약속장소로 갔다. 


총 5명이 모였다. 모임장의 주도 하에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본격적으로 수세미 뜨기를 시작했다. 당연히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손만 움직이다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뜨개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 어색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과 다르게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시작부터 서로의 수세미 실 색깔을 골라주기 바빴다. 무슨 이유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는지, 그 전에 했던 봉사활동은 어땠는지, 끝나고 오후에는 계획이 있는지 등 하하호호 떠드는 동안 수세미 하나가 금방 만들어졌다. 수세미 뜨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물론 모임장이 잘 알려준 것도 있었지만. 별로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만든 수세미가 좋은 곳에 쓰일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기뻤다. 일요일 아침 잠을 포기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분들과 함께 만든 수세미. 각자 인증샷을 나눠 가졌다.


이전에도 작게나마 좋은 의미라고 생각해 참여한 게 있다. 러닝 축제인 '핑크런'이다. 친구가 함께 참가하자며 제안을 했다. 처음 들어 본 대회였는데 1만원의 대회 참가비 전액이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되는 나눔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10km 마라톤 대회였다면 참가할 엄두가 안 났겠지만 다행히 3km 코스도 있었다.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참가비를 결제하고 대회 당일만을 기다렸다.


기다렸던 핑크런 대회 개최 날, 여의도공원에는 대회 운영기관에서 나눠준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들도 많았고 연인도 많이 보였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함께 온 엄마도, 유모차를 끌고 있는 아빠도 있었다.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한 게 민망했다. 


거의 걷다시피 완주했다. 잠깐 뛰다가 공원길 감상하며 걸었다. 중간 중간 마련된 간단한 미션도 있어서 즐겁게 참여했다. 비록 대단한 도전은 아니었지만 처음 참가한 러닝대회라 완주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올해는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선착순 500명만 참여가 가능해서 아쉽지만 또 참가하고 싶다. 


완주해서 얻은 메달!


소소하지만 재미있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은 꽤 많다. 루게릭 병 환자를 돕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회운동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고 광고 시청만 해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후원하는 기부 어플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이모티콘을 구매하면 수익금 일부가 수재민에게 기부되는 ‘기부티콘’도 등장했다. 기부티콘을 신기하다며 구경했는데 추억 소환하는 아이템이 하나 떠올랐다. 바로 겨울로 접어드는 이맘때면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씰이다. 


씰 판매금이 결핵 퇴치 기금으로 쓰인다며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학교에서 판매했다. 강제사항은 아니었지만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의미라 부모님은 항상 크리스마스 씰을 살 돈을 주셨다. 당시 부모님의 깊은 뜻을 이해할 리 만무했고 예쁜 스티커가 생겨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신년카드를 우편으로 보냈기 때문에 우표 옆에 씰을 붙이곤 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씰은 내가 좋아하는 펭수 캐릭터로 제작됐다. 귀여워 죽어여... ٩( ᐛ )و)


가장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씰. 지금도 구매가 가능하다.


광고학을 공부할 때도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 등 착한 소비에 대해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고 거둔 이윤의 일부를 사회적 문제에 해결하는 데에 사용, 이를 소비자에게 알린다. 소비자는 본인의 구매 행동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해당 기업의 활동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구매를 하게 된다. 가장 유명한 기업이 신발 브랜드 탐스다. 탐스는 고객이 자사의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빈민국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러한 마케팅으로 탐스 브랜드 자체가 '착한 소비'를 떠올리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가치 있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건을 하나 살 때도, 새로운 시도를 할 때도.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조언해준 40대의 선배님도, 조금 더 사신 50대의 부모님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남에게 한 없이 베푸는게 맞는지, 내 사람만 챙기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일단은 나도 즐겁고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찾아서 실행해 보려고 한다. 앞으로도 나는 살면서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인생을 접근할지 꾸준히 고민하겠지만 그 고민의 결과가 정답은 아닐지언정 후회를 남기지는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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