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해줄 스트레스 분출구가 하나쯤은 필요하다.
전직장 동기가 갑작스레 퇴사 소식을 전해왔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5년간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줄로만 알았던 나는 꽤나 충격을 받았다. 퇴사 기념으로 마주한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지쳐보였다. 그녀는 더 이상 지금의 일을 하고 싶지 않다며 긴 휴식기를 예고했다. 그녀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줬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녀가 업무로 너무나 지친 하루를 보냈을 때, 그녀를 위로할만한 무언가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그녀에겐 별다른 스트레스 분출구가 없어 보였다.
주변에 적잖은 동료들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물두하다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며 무기력증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하지만 긴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늘 활기차게, 넘치는 에너지로 자신의 일을 잘 해내는 동료들이 있다. 내가 이들에게서 찾은 공통점은 업무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취미를 찾았고 어떤 모습으로 취미를 즐기고 있을까. 다방 구성원들의 취미를 인터뷰해봤다.
언제부터인가 디자인팀 우석님에겐 월요일 아침마다 '이번 주말엔 또 어디 다녀오셨어요?'로 인사를 건네게 된다. 그의 오랜 취미 생활은 캠핑. 이번 주말에 다녀온 캠핑장은 얼마나 좋았는지, 새로 구매한 캠핑용품이 얼마나 빛을 발하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풀어놓는 그의 눈은 늘 반짝인다. 특히 우석님은 디자이너다운 미적 감각으로 캠핑 사진을 잘 찍어서 다른 동료들에게 캠핑 욕구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도 문득 캠핑이 궁금해졌다.
Q. 우석님, 캠핑은 언제부터 시작하신거에요?
A. 음... 5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대학생 때 등산용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직접 써본 다음 팔다보니 여러가지 등산용품을 접하게 됐는데, 그때 자연스레 산악인들에 대한 동경이 생겼어요. 근데 등산은 너무 힘드니까...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활동을 찾다보니 캠핑을 선택하게 됐어요. 자연의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제 성향에 맞기도 했고요. 지금은 한창 캠핑에 재미가 들려서 9월부터 한달에 2~3번 정도는 가까운 캠핑장에 가고 있네요.
Q. 전 한 번도 캠핑을 안다녀봤어요. 힘들 것 같아서... 우석님이 생각하는 캠핑의 매력은 뭔가요?
A. 직장인분들은 많이 공감하실 것 같은데, 평일에는 일 때문에 계속 머리가 복잡하잖아요. 캠핑을 가면 딱히 생각할게 없어서 좋아요. 어떻게 잘지, 뭘 먹을지 의식주만 단순하게 고민하다보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나무 흔들리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들을 듣다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에요.
Q. 저처럼 캠핑은 돈이 많이드는 취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런가요?
A. 솔직히 돈이 안들진 않죠. 하지만 생각보다는 덜 들어요. 용품을 한 번 마련해 놓으면 유지비용이 크게 들지 않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비싼 음식을 요리해 먹는 편이 아니라 식비가 크게 들지 않고요. 일반적인 캠핑장은 1박 비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비용 부담이 적어요.
Q. 저도 갑자기 가고 싶네요. 저처럼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팁이 있다면요?
A. 한 번에 모든 용품을 구매하지는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인이 필요한 용품이 다 다르거든요. 그건 캠핑을 실제로 다니다보면 알 수 있는데 그때마다 구매를 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 쓰던 캠핑용품을 팔고 다시 사고를 반복했어서... 하나를 사도 제대로 사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주변에 캠핑을 많이 다녀본 분들께 꼭 물어보세요!
Q. 캠핑장소 좀 추천해주세요~!
A. 저는 새로운 곳을 찾기보다는 괜찮은 캠핑장소 다섯 곳을 정하고 번갈아서 가고 있어요. 똑같은 장소여도 캠핑은 갈 때마다 느낌이 새롭거든요. 그중에 저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팔현 캠핑장'을 추천드려요! 서울하고 가까운데다가 산 자체가 하나의 캠핑장이라 자율적으로 캠핑 공간을 정할 수 있거든요. 1박에 3만5000원인데 유료로 운영되다보니 관리도 잘돼있고요. 단, 야영이 불편한 분들은 글램핑이나 오토 캠핑장을 추천드립니다!
캠핑을 가면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하는 줄 알았지만, 우석님은 의외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했고 그것이 캠핑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취미가 꼭 생산성 있을 필요는 없었다. 때로는 비우는 게 더 중요하다.
우석님의 취미생활을 인터뷰하다보니 다른 다방 구성원들의 취미도 궁금해졌다. 다음 편에는 운영정보팀, 사업팀 구성원들의 취미를 올릴 계획이다. 이 글이 당신에게 자신만의 취미를 찾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