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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방 Jan 23. 2020

밀레니얼 세대들의 자취방 구하기

스세권, 편세권 부터 초 개인주의 가속화 


2000년대 초반,  대학교 때 자취하는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우리의 활동 범위, 일명 나와바리는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자취하는 친구들끼리는 

"어디에 산다"하면 월세가 얼마인지, 집이 몇평이고, 구조가 어떤지 모두 다 아는, 알 수 밖에 없는... 그런 시절이었다. 


친구는 당시에도 월세 50만 원이 넘는 나름 고급 고시텔에서 거주했었다. 방도 넓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모두 좋았는데, 한 가지 안 좋았던 점은  방 안에 주방이 없다는 점이었다. 1층에 공용 주방이 있었기 때문에 간단한 라면 하나를 끓여 먹을라 쳐도 1층에 내려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방을 공유해야만 했다. 당연히, 당연히 집에서 밥 먹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지금은 이런 방에 산다는 사람이 있을까? 


"풀옵션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요즘에는 원룸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텔레비전, 가스레인지(인덕션) 이 없으면 

그 방은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전에는 세탁기나 냉장고가 없으면, 그만큼 월세를 깎아주면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세입자는 재활용센터에 방문해 필요한 가전제품들을 사다 나르는 것이다. 친절한 재활용센터 아저씨는 자기가 수리한 가전을 트럭으로 손수 모셔다준다. 

- 재활용센터에 가면 오래됐지만, 이곳저곳을 수리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오래됐다는 흠밖에는 되지 않은 가전들이 "날 좀 보소"하며 기다리고 있다. 


photo by sebastian herrmann on unsplash


사실 원룸 시장에서는 항상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공급이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온갖 매력적인 옵션으로 세입자들에게 손짓한다. 청담동 고급원룸의 경우 양문형 냉장고 뿐만 아니라, 드럼세탁기, 빌트인 가구 (화장대, 장농 등)까지 모두 옵션으로 들어가 있다. 반지하 방에도 공기청정기, 제습기 등은 기본 옵션으로 들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 댕댕이는 제 반려인이에요


photo by brina blum on unsplash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통계를 살펴보니 지난해 새롭게 등록된 반려견은 14만 6천 617마리로, 전년보다 3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늘며 매년 새롭게 등록되는 반려견도 느는 추세다. 국내 누적 반려견은 국내 약 130만 4,077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1인 가구의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하며,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원룸도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 최대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2017년 반려동물과 입주 가능한 방이 전국에서 2만 5천 건이었는데, 2년이 지난 2019년에는 약 7만 7천여 건으로, 3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다방에 올라온 매물 중 약 32%는 반려동물 거주 가능으로 확인되고 있다. 



많은 세입자가 반려동물을 키우기 원하자, 이제는 집주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댕댕이와 동거를 허하게 된 것이다. 


맥세권, 서세권...주변 시설까지 모두 체크한다
photo by uzenk-doezenk on unsplash



방 시설이 좋아 덜컥 계약했더니 웬걸. 주변에 흔한 슈퍼조차 없어 애먹었던 경우가 있을 것이다. 사실 요즘에는 방을 구할 때 방 시설도 시설이지만, 주변에 어떤 편의시설이 있는지? CCTV 등 안전시설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편세권(편의점 밀집 지역), 스세권(스타벅스 밀집 지역), 서세권(서브웨이), 맥세권(맥도날드) 등 다양한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는 것. 다방에서는 방을 구하는 사용자를 위해 '주변 시설 보러 가기' 서비스를 오픈해서 편의시설(지하철역, 편의점, 카페, 은행, 관공서)과 안전시설(치안, CCTV), 학군 정보(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어색한 이웃사촌 아예 안 보는 게 나을지도...초초초초초초개인주의

90년대 중반부터 신문을 보면 X세대(당시의 신세대)는 하숙집보다, 원룸주택을 선호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90년대 중반부터  하숙집이 원룸으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로는 PCS와 노트북의 보급으로 개인주의가 촉진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숙집처럼 다른사람과  같이 밥 먹으며, 화장실 등의 공동 시설을 쓰고 이러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90년대부터 시작된 개인주의는 2000년대 와서 기술과 콘텐츠의 보급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원룸, 고시텔, 빌라 등에서 공용공간이 최소화 되는 실정이다. 이제는 공용공간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는 게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상황이 됐다. 최근 방들을 보면 주방도, 화장실도 모두 개인 공간에 들어가 있다. 공동 세탁 시설이 있어도 굳이 건물 안에 세탁기를 이용하지 않고, 따로 코인 빨래방을 가기도 한다. 어색한 마주침이 싫은 것이다. 


원룸도 다 같은 원룸이 아니다! 청담동 고급원룸은 강북 아파트값


돈이 많은데도 원룸에 사는 사람이 있을까? 답은 그렇다. 

아파트 못지않은 가격의 원룸도 있기 때문. 청담동 복층형 오피스텔을 보면 월세가 100만원, 전셋값도 4~5억 원 정도다. 이는  강북의 웬만한 아파트 전셋값인데 이렇게 비싼 원룸들도 있다. 반면,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 저렴한 수준의 원룸도 있는데 준공연도가 오래되고, 시설 등이 낡거나, 지하, 반지하 방이면 그렇다. 원룸도 가격별로 천차만별인 것. 원룸에서도 고급 원룸과 그렇지 못한 원룸 간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은 결혼이 늦어지면서, 원룸이 거쳐 가는 곳이 아닌, 

'내가 살 집', 하나의 주택 형태로 굳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너도, 나도 원룸에 사는데...... 이제는 원룸이 돈 없는 대학생, 사회초년생의 주거 형태가 아닌,

 젊은 세대들의 개성 있는 라이프가 펼쳐지는 주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너와 나의 각양각색의 원룸라이프가 펼쳐지길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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