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담는 시간
카메라의 자동 모드로만 사진을 찍다가 매뉴얼 모드(수동 모드)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첫 관문은 셔터스피드, 조리개, ISO 에 관한 이해일 것입니다. 이 세가지 요소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그 어느 요소들보다 가장 중요하죠. 이 세 가지 요소들을 이해한다면 여러분이 찍고싶은 피사체를 표현하는 방법의 폭이 매우 넓어지실거에요.
지금은 그 중에서 셔터스피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셔터스피드 라는 말은 ‘셔터’와 ‘스피드’ 라는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선 용어상에서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셔터’와 ‘셔터막’ 두 어휘를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이 글에서 셔터는 사진을 찍기 위해 손가락으로 누르는 버튼으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셔터막은 렌즈와 이미지 센서 사이에 존재하는 막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위의 사진은 DSLR 단면도 입니다. 우리는 이 단면도에서 셔터막 부분만 집중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에 셔터막은 위의 단면도에서와 같이 내려와 있는 상태입니다. 렌즈를 통해서 들어오는 빛은 45도 기울어진 미러에 처음으로 반사됩니다. 그 후에 펜타프리즘에서 두 번 더 반사된 상을 우리는 뷰파인더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DSLR이 아닌 다른 카메라들은 미러와 펜타프리즘 의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은 셔터막에서 막혀 더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겠죠.
위의 사진은 셔터를 누를 시, 즉 촬영시의 DSLR의 단면도 입니다. DSLR의 경우 셔터를 누르면 미러는 올라가고 셔터막은 열리게 됩니다. 드디어 상을 받아들이는 부분인 이미지 센서가 빛에 노출이 됩니다. 그 후 디지털화 된 작업을 거쳐 여러분이 찍은 사진은 메모리 카드에 저장이 되겠죠. 이것이 여러분이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찍히고 저장되는 순서입니다.
셔터스피드는 셔터를 누른 후 셔터막이 열려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미지 센서가 빛을 담는 시간을 조절하는 요소가 바로 셔터스피드이죠.
<첫 사진부터 차례로 셔터스피드 1/4000초 | 30초 | BULB모드>
보급기종 중 하나인 캐논 650d 모델의 메뉴얼 모드 화면입니다. 화면상에 1/4000, 30”, BULB 라 표시된 부분들이 셔터스피드를 나타냅니다. 1/4000의 의미는 촬영시에 셔터막을 1/4000초 간 열어두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요. 30”의 의미는 촬영시에 셔터막을 30초간 열어두겠다는 의미입니다. 캐논 650d 모델은 짧게는 1/4000초, 길게는 30초까지 셔터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BULB 모드는 셔터를 누르고 있는 동안은 셔터막이 열려있고, 셔터에서 손을 떼면 셔터막이 닫히는 모드입니다. 사용자가 임의로 셔터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셔터스피드를 조절하는 가장 큰 목적은 사진의 밝기를 조절하기 위함입니다. 셔터가 열려있는 시간이 두 배 길면, 이미지 센서가 빛에 노출되는 시간 역시 당연히 두 배가 길어질 것입니다. 빛의 양 역시 두 배 많겠죠. 사진은 두배 더 밝아질 것입니다.
Canon EOS 650D
F/4.5 ISO-200 17mm <- 고정값
첫 사진부터 차례로 셔터스피드 1/4000초 | 1/100초 | 1/15초
위의 예시는 셔터스피드에 따른 입사광량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다른 요소들은 모두 고정시킨채로 셔터스피드만을 변경하여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셔터스피드 값이 낮을수록 입사광량이 적기 때문에 사진이 어두운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셔터스피드 값이 높아질수록 입사광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진은 밝아집니다.
실제로 사진을 촬영할 때도 어두운 곳이라면 셔터스피드 값을 높여 입사광량을 늘려야만 밝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죠? 아주 밝은 곳이라면 셔터스피드 값을 낮춰주어야 하겠습니다.
셔터스피드를 변화시킴에 따라서 신경 써야하는 부분은 밝기뿐만이 아닙니다. 만일 셔터스피드가 15초쯤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어느 누구도 15초 동안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사진을 찍을 순 없겠죠? 15초동안 카메라는 흔들릴 것이고 결과물에는 흔들림에 의한 잔상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보통 사진이 흔들렸다고 표현하죠.
이처럼 셔터스피드가 낮을 땐 결과물의 흔들림이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셔터스피드가 높다면 결과물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Canon EOS 650D
1/50 F/2.8 ISO-200 35mm | 0.8 F/22 ISO-200 38mm
두 시계 사진은 셔터스피드의 차이에 따른 결과물의 흔들림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좌측의 사진은 셔터스피드가 1/50초, 즉 0.02초로 꽤 짧습니다. 우측의 사진은 셔터스피드가 0.8초로 앞의 사진보다 40배나 긴 시간이죠. 물론 제가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사진 촬영시에 움직임을 좀 더하긴 했지만(….) 셔터스피드의 차이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를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셔터스피드와 잔상의 특징을 이용하여 독특한 결과물을 찍어낼 수도 있습니다.
<빛의 잔상>
위의 두 사진은 셔터스피드와 잔상의 특징을 이용하여 찍은 사진입니다. 삼각대 같이 고정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여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게 두고 셔터스피드를 높인다면, 움직이는 피사체의 궤적을 담아낼 수 있겠죠? 여러분들도 셔터스피드를 잘 이용하시면 이런 사진을 찍으실 수 있습니다!!!!
셔터스피드에 관한 이해는 이정도라면 충분하시리라 믿어요. 아마 이 글을 읽고 따라하시면서 결과물의 밝기에 대한 의문점들이 더 생기실수도 있을 거에요. 처음에 말씀 드렸듯이 카메라에는 셔터스피드, 조리개, ISO 이 세가지 기본적 요소들이 있는데, 이 글을 읽으시며 생긴 의문점들은 셔터스피드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의 이해를 거치시면 풀릴 것입니다.
이정도에서 셔터스피드에 대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