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의 쓸모

충분히 느리게, 멈춰서 질문하기

by 즐겁다빈코치

2년 만에 다시 찾은 연말의 양재. 연말이라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미현코치님과 함께 왔는데, 오늘은 혼자. 그때와 달리 학계에서 나와 생활하고 있는 나. 그리고 함께 만든 안핏이 며칠 전 돌잔치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부단히도 노력하며 지냈던 우리 둘. 2년 동안 많은 게 변했네, 싶다. 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가도, 너무나 많은 장면이 흘러넘치는 걸 알아챈다. 여전히 우리는 우리답게 지내고 있나? 우리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이번 주에는 함께 밥 한 끼 먹어야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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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 학자의 뇌과학 강의를 들으니, 새삼스레 감회가 새로우면서도 익숙하게 찾아오는 마음이 꽉 차는 기분. 그리웠다, 이 느낌이. 자연과학 역시 재밌네. 과학이 결국은 철학으로 다가온다. 생각과 행동, 시행착오에 대해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버스에서 멍때리며 1시간을 흘려보냈다. 간만에 샛길로 새지 않고, 바로 집에 가기로 한다. 엄마와 저녁을 먹으니 9시. 평소에는 한참 일하는 시간,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일찍 찾아온 평화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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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온 평화가 어디로 도망갈까,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해. 잠을 충분히 잔 뒤에는, 땅에 두 발 디디고 제대로 서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방향성 없이 그저 앞을 보고 내달리는 기분이 요즘 다시 느껴진다. 일상의 빈틈이 주는 힘이 필요해 일찍이 잠을 청한다.

다시 묻는다. 나는 무얼 하고 싶지? 이걸 왜 하는 거지? 저건 뭐 때문에 시작했더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사랑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나?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나? 충분하게 친절하고 따듯한 말을 건네고 있나?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다 보니 금세 찾아온 아침. 빠르게 흐르는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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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없이 눈이 떠진 게 얼만지, 푹 자고 일어났다는 감각이 살아난다. 화요일은 청소하는 날. 청소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찾아오는 아침을 맞이한다. 요즘 계속 바쁘게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에 바빴는데, 역시 빈틈이 필요했구나, 한다.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은 걸 보니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고 느끼며, 다시 달리기를 열심히 할 때가 왔구나, 한다. 차가웠던 손끝과 발끝이 달리면서 서서히 데워지는 감각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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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글을 쓰면 좋을지 모르겠는 날의 일기. 여전히 무얼 적고 싶은지 모르겠으나, 글을 적는 동안 고요한 행복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증명하기 위한 삶이 아닌 ‘그저 나’이기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빈틈이 필요함을 느낀다. 오늘도 그 길을 걸을 수 있게 함께하는 이들의 감사함에 대해 생각한다. 다들 부디 빈틈 있는 하루를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