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 이었어. 너와 있던 순간은.
나의 김종욱에게,
살랑살랑,
봄 이었어. 너와 있던 순간은,
난 풍선을 든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넌 그런 날 카메라에 담고 있었어,
처음 마주친 카페에서
"저기.. 한국분이세요?"로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길에서 내가 멍청하게 번호를 건네어준 인도 남자한테서
무섭게 계속 걸려오는 전화를
네가 대신 받아서는 서툰 영어로
"I'm her boyfriend. Don't call again. If you call again, I will kill you."
라고 말해주며, 이어졌어.
바다 바로 위에서 유난히도 반짝이던 빛을 보고는 내가
저거 별일까?
라고 물었을 때 넌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이내 매우 실망한 얼굴로 "아.. 별일 거라 생각했는데.. 휴.." 하자
아! 그러네! 별이네! 그냥 별하자, 멋지다.
라고 말했어.
비싸 보이는 네 카메라에
공원의 풍경들과 내 모습들을 담다가,
내가 널 찍어주겠다며 셔터를 마구 눌러댔는데
죄다 흔들려서 제대로 찍힌 사진은 하나도 없었는데도,
너는 "우와! 이거 어떻게 찍었어? 못 찍었을 줄 알았는데"라고 말해주었어,
-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값 비싼 호텔의 옥상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때,
하늘에 떠 있는 내 별 라푼젤에 대해 얘기를 해줬는데,
비웃음이라곤 하나도 없이 진지하게 들어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어 넌.
저녁을 먹고,
내가 묵던 숙소의 통금시간에 맞춰 데려다 주기 위해서
부랴부랴 서둘러서
네가 빌린 스쿠터 뒤에 앉아 달리는 동안,
바닷바람이 시원하고, 하늘의 별이 너무 반짝이길래
"우아.. 뭔가 낭만적이야.."
라고 나는 말했고,
너는
"낭만적이야? ㅎㅎ 난 뭔가 긴장되는데!"
라고 말했어
-
반나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생생하게 기억되는 건
그 만큼 좋았기 때문이겠지.
비록 우리 전화번호도 메일 주소도 아무것도 교환하지 않은 채로 헤어졌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
어느 영화에서처럼, 예쁜 추억으로 가지고 있을게.
고마워-
-문득 네가 생각나는 밤에 인도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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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서쪽 조용한 마을 모슬포에 '민박 맨도롱또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