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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 Nov 21. 2015

한 번씩 손이 오갈 때마다 나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샌딩작업 / J의 작업일지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한 번씩 손이 오갈 때마다 나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2.22 ~ 28 샌딩 및 문짝 보수, 곰팡이 제거)


 5일 동안의 철거 및 밑 작업을 마치고, 서까래와 대들보 샌딩(sanding: 흠집을 제거하고 도장할 표면을 매끄럽게 하며, 페인트 코트의 점착을 좋게 하기 위해 연마재를 사용하여 문지르는 일) 작업을 시작했다. 샌딩작업이란 쉽게 말하자면 사포질인데, 둥근 사포를 샌딩 기계에 부착하여 버튼을 누르고 문지르면 샌딩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사포질을 도와준다. 하지만, 오래 묵은 때를 벗겨내기에는 샌딩기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강력한 그라인더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라인더를 사용해서 금방 될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게 머리 위로 팔을  뻗어해야 하는 작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수십 년 묵은 먼지와 때와 그을린 자욱이라면 더더욱... 


샌딩작업 전의 서까래 모습. 오랜 세월 구들장의 열기에 까맣게 그을려있다.
샌딩 작업 후의 서까래와 대들보의 모습. 

 샌딩작업을 할 때는 미세먼지가 매우 많이 날린다. 때문에 꼭 보안경과 방진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코를 풀 때 새까만 코가 엄청 나온다. 이 작업을 J 혼자 며칠에 걸쳐서 했는데, 어깨며 허리며 매우 아파하던 J가 무지 안쓰러웠다. 그래도 며칠 동안 작업을 하니 거실 서까래가 모두 나무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문짝은 안채 벽을 뜯어낼 때, 작은 방 미닫이문 옆쪽의 벽 속에서 나온 문이다. 옛날에 작은방 문으로 사용했던 것 같은데, 그 위에 벽으로 덮어버리고 옆으로 새로 미닫이 문을 낸 것 같았다. 처음 발견했을 때 정말 신기했는데,  옛사람들은 얼마나 키가 작았는지 문을 볼  때마다 놀라웠다. 이 문도 열심히 사포질을 하여 아마도 처음 본연의 모습일 것으로 생각되는 문의 모습이 되었다. 사포로 슥삭슥삭- 한 번 씩 손이 오갈  때마다 묵은 때가 벗겨지면서 나무 본연의 색을 자랑한다. 그에 반해서 얼마나 한참을 바라보았는지 모르겠다. 

샌딩작업 후 묵은 때를 벗겨낸 나무문의 모습


 샌딩작업, 특히 우리가 이번에 한 작업은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겉의 묵은 때를 벗겨주었더니,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그 속에 간직한 채 더 단단해져 있는 나무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물론, 모든 부분이 균일하게 벗겨지지 않아서 울긋불긋하지만 그 자체로도 매력인 것만 같았다. 





작업일지 : 도면, 철거

(written by Jay_)


 온전히 육감적으로 일을 할지언정 가장 기본적인 설게? 아니 도면 정도는 필요한 거서 같다. 치수나 크기, 높이 간은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알아야 재료를 준비하고 일하는 게 가능하다. 나는 비교적 계획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언제나 밑그림부터 그리고 시작한다. 집수리 전반을 직접  도맡아하다 보면 순서가 헷갈리거나 생각지 못한 상황이 생기고, 때론 생각했던 것들도 빠뜨리고 지나갈 때가 많다. (특히 자재 주문 시)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처음 그려놓은 도면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리고 처음 집을 고치고 두 번째로 안채 건물을  공사할 때에도 첫 공사 때 기록해 놓았던 자료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안채 전체 평면도) - 기본적인 내부 형태와 등기구, 콘센트를 표시하기 위한 도면


  뜯어내는 작업, 철거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오래된 집이기에 구조에 무리가 있는 곳이 있는지 살피며, 필요 이상으로 뜯어내지 않도록 고민하며 작업을 했다. 며칠간의 철거 작업 후 산더미처럼 쌓인 나무와 벽지들을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튼튼한 각목들, 곳곳에 숨은 고재들과 오래된 물건들은 언젠가 쓰임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잘 손질해서 창고 한 편에 쌓아 두었다. (거실 스위치는 원래의 것을 손질해서 그대로 사용했고, 큰방 창호지 문도 부러진 부분을 고치고 새 창호지를 붙여 다시 사용하였다. 그리고 방에 있던 반닫이장은 청소만 해서 그대로 카페에 놓아두었고, 물부엌 들어가는 문 아래 있던 발판은 바깥 세면대 상판이 되었다.)

(초기에 그린 안채 거실 모습 - 완성된 모습과는 다소 다르지만 느낌은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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