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 아니고 개인주의인데요

라떼 세상에서 살아남기 (1)

by 다보일

진작에 잡혀있던 회의에 엄마 병간호 때문에 조퇴한다 했더니 된통 혼이 났다. 물론 엄마가 아프다는 게 직장 사정도 아니고, 날 봐줄 이유도 되지 않는다는 건 안다. 나는 거듭 사과했으나 잔뜩 화가 난 최고참은 내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침이 수화기 너머로 튀는 듯했다. 그러다 결국 최고참은 내 이성의 끈에 칼날을 댔다.


"아무리 어려도 공과 사 중에 뭐가 중요한지는 알아야지!"

"네?"

마음의 소리

그렇지만 나는 멍청이가 아니니까 얼굴은 붉히되 조곤조곤 말했다. 회의 내용은 동료에게 전달받기로 했고, 내 할 일은 이미 마쳤으며, 혹시나의 경우에 대비해 업무대행자까지 정해두었다고 말이다. 아무래도 이 멍청이 라떼에겐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한두 명 빠지면 다들 빠진다고! 요즘 애들은 왜 이리 이기적인지 몰라."


당장 당신에게 쫓아가 똑같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었다.


"공과 사 중에 '사'가 중요하지! 그리고 난 이기주의가 아니고 개인주의야 멍청아!"


내가 없던 상명하복식 회의는 아무 지장 없이 잘만 굴러갔고, 나는 다음 날 아무 지장 없이 일을 했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를 떠나 살아갈 순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개인에 우선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집단주의 라떼 자식에게 말하고 싶은 건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다르다는 거다. 철학에 대해 깊게 파고들자면, 나도 잘 모른다. 그래도 분명한 건 개인주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거다. 최소한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괴롭지 않다면, 공보다 사가 중요하다.


개인주의는 내가 할게 이기주의는 누가 할래?


한 번은 전체 회식 때 오리고기 전문점에 간다기에, 오리고기를 못 먹어 오늘은 안 간다고 했다가 분위기를 죽 쑨 적이 있다. 결국 나는 역겨운 테이블에 앉아 밥알의 수나 세다 왔다. 내가 있으나 없으나 즐거운 당신들은 내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두 시간 여를 깨작거리다 결국 집에 와서 라면을 끓여 먹어야만 했고, 덕분에 다음 날 두 눈이 팅팅 부은 나를 보고도 웃은 걸 보면... 모르는 것 같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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