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보일 May 26. 2020

이기주의 아니고 개인주의인데요

라떼 세상에서 살아남기 (1)

진작에 잡혀있던 회의에 엄마 병간호 때문에 조퇴한다 했더니 된통 혼이 났다. 물론 엄마가 아프다는 게 직장 사정도 아니고, 날 봐줄 이유도 되지 않는다는 건 안다. 나는 거듭 사과했으나 잔뜩 화가 난 최고참은 내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침이 수화기 너머로 튀는 듯했다. 그러다 결국 최고참은 내 이성의 끈에 칼날을 댔다.


"아무리 어려도 공과 사 중에 뭐가 중요한지는 알아야지!"

"네?"

마음의 소리

그렇지만 나는 멍청이가 아니니까 얼굴은 붉히되 조곤조곤 말했다. 회의 내용은 동료에게 전달받기로 했고, 내 할 일은 이미 마쳤으며, 혹시나의 경우에 대비해 업무대행자까지 정해두었다고 말이다. 아무래도 이 멍청이 라떼에겐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한두 명 빠지면 다들 빠진다고! 요즘 애들은 왜 이리 이기적인지 몰라."


당장 당신에게 쫓아가 똑같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었다.


"공과 사 중에 '사'가 중요하지! 그리고 난 이기주의가 아니고 개인주의야 멍청아!"


내가 없던 상명하복식 회의는 아무 지장 없이 잘만 굴러갔고, 나는 다음 날 아무 지장 없이 일을 했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를 떠나 살아갈 순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개인에 우선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집단주의 라떼 자식에게 말하고 싶은 건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다르다는 거다. 철학에 대해 깊게 파고들자면, 나도 잘 모른다. 그래도 분명한 건 개인주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거다. 최소한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괴롭지 않다면, 공보다 사가 중요하다.


개인주의는 내가 할게 이기주의는 누가 할래?


한 번은 전체 회식 때 오리고기 전문점에 간다기에, 오리고기를 못 먹어 오늘은 안 간다고 했다가 분위기를 죽 쑨 적이 있다. 결국 나는 역겨운 테이블에 앉아 밥알의 수나 세다 왔다. 내가 있으나 없으나 즐거운 당신들은 내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두 시간 여를 깨작거리다 결국 집에 와서 라면을 끓여 먹어야만 했고, 덕분에 다음 날 두 눈이 팅팅 부은 나를 보고도 웃은 걸 보면... 모르는 것 같다. 어휴.

작가의 이전글 제주도 임대주택에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