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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Mar 31. 2024

나의 부끄러운 공황발작아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오해 마세요 - 오늘의 공황

  괜찮아진 지 몇 달이 지났다. 더 이상 긴장하며 눈을 뜨지 않고, 불안해질까 봐 긴장되지도 않았다. 슬슬 약 용량을 줄이고, 더 나아가 끊고 싶었다. 공황장애라는 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지만 자랑할만한 것도 아니라 그렇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을 뵙는 시간도 점점 줄었다. 모든 게 괜찮다고 말했다. 벚꽃 구경을 실컷 하고 들뜬 내 모습은 정말 모든 게 괜찮아진 사람 같았으리라.


  그러다 또 나는 발작해 버렸다. 헤어진 사람과의 기억이 덕지덕지 묻은 곳을 새로이 만나는 사람과 거니는 일이 꽤나 긴장되었던 것 같다. 코끼리 생각을 하지 말라면 더 나는 것처럼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생각해 버렸다. 나는 죄책감과 설렘이라는 극단의 감정을 오가며 피곤에 찌들었던 것 같다.  


  잠깐 누워있는다는 게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짝꿍의 팔에 침을 흘리며 한 시간을 뚝딱 자버렸다. 5시까지는 본가에 가야 하는데, 나는 4시에 눈을 떴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나는 심장이 펄떡거렸다. 나는 나를 다독였다.


  ‘아니야. 자고 일어나서 그런 거야.’


  위로가 되지 못했다. 전날 약도 먹지 못했고, 커피도 꽤 마셨다는 사실이 심장이 조용해지지 못할 거라 예고했다. 멍한 나를 바라보는 짝꿍은 어떤 심정일까. 괜찮다고 토닥이는 그의 손이 따뜻했는데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공간이

낯설어지고, 멍하더니 이내 눈물이 삐져나왔다. 곧 홍수가 터질 신호였다.


  긴장은 불안을, 불안은 우울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을 짝꿍과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는 날 긴장하게 했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거란 불안과 이 모습에 짝꿍은 어떤 마음일까라는 불안이 일었다. 그리고 곧 나는 자퇴서를 낼지 모르는 동생과 날마다 쇠약해져 가는 엄마를 지탱해야 하는 내가, 약 없이는 이놈의 공황장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우울의 홍수가 터졌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변기에서 잔뜩 헛구역질을 하고 나니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헐레벌떡 짝꿍이 가져온 비상약을

삼키고 나서야 비가 그쳤다. 짝꿍은 나를 괜찮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랬으면 좋겠다. 의존하기는 싫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의지하고 싶어졌다. 큰일이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만만찮고도 부끄러운 나의 공황발작은 언제쯤 그만 오려나. 다음 면담 때 할 말이 많아져서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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