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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Dec 17. 2023

마음대로 공황장애 종료!

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참고하세요! - 오늘의 공황

  사랑은 3개월 만에 익숙해지고 콩깍지도 벗겨진다. 그래도 가끔 상대가 멋지고 설레는 때가 찾아온다. 시간이 갈수록 그 간격이 멀어질 뿐이지.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공황장애도 그렇다. 한 3개월을 열렬히 나를 놀라게 하더니 요즘은 드문드문 나를 찾아온다. 그래도 아직 익숙해지진 못했다. 내 심장은 갤럭시 알람이 아니라 아이폰 알람처럼 갑작스럽고도 시끄럽게 나의 온몸을 깨운다.


  이젠 나의 공황장애를 받아들이고 약까지 챙겨주시는 엄마지만, 뜸해진 증상에 슬슬 약을 줄이거나 끊었으면 하는 내색을 하시곤 한다. 나도 그랬다. 정신과 약에도 부작용들이 있다. 내가 먹는 약들은 보통 졸음이 동반된다. 개인적으로는 식욕 증가도 있는 것 같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약을 먹어 맘이 편한 탓인지 자꾸만 더 맛있는 걸 찾고 있다. 삶의 질이 증가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젠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내 마음대로 공황장애 약을 끊었다. 서로에게 소원하다 이별을 고한 사람처럼 말이다. 이별은 앞으로의 아픔보다 과거나 현재의 아픔에 치중해 있다. 나는 증상도 별로 없으니 당장 멀쩡한 사람이고 싶고, 살도 찌고 싶지 않았다. 정말 어쩌면 의지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예감까지 날 응원했다. 그래서 난 마음대로 공황장애 약을 중단했다.


  한동안 정말 훌훌 날아다녔다. 저녁마다 챙기던 약이 사라지고, 증상도 없고, 무기력하지 않다니! 내가 이겼다 싶었다. 그러고 3일쯤 되었나. 잠이 오질 않았다. 그저 잠이

안 오는 밤이 아니었다. 보통 10시 반이면 잠들 내가 새벽 3시까지 뒤척였다. 이런 적이 없다는 생각은 곧 공포가 되기 십상이다. 이불 안에서 끙끙대고 가슴을 두드리다 뜬 눈으로 출근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다크서클이라는 걸 처음 알았던 날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잠을 잘 못 잤을 나를 걱정하셨다. 아, 나만 몰랐군! 패배를 인정했다. 난 다시 약을 먹었다. 다시 심하게 졸리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적응 기간을 거친 뒤에야 나는 또 이별을 고민할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더 오래 사랑할 테다. 드문드문 찾아올 테지만 그 순간도 경계할 테다.


카페인 말고 따뜻한 차를 드세요


  그리고 같은 공황장애를 겪는 분들에게 이 말을 바친다. 마음대로 공황장애를 강제 종료하시면, 몸이 고장이 납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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