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라는 말밖엔 - 오늘의 공황
나의 공황장애는 생각보다 고요하다. 약만 꾸준히 먹는다면 아주 얌전하다. 그러니 약을 먹은 지 1년이 넘어갈 무렵에는 또 단약 하고 싶어졌다. 그래도 참았다. 멋대로 단약을 했다 밤을 지새운 날들을 떠올리며 참았다. 고요한 공황장애를 잘 달래며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의사 선생님께서 약을 줄여보자고 하셨다. 아주 처음 먹었을 때보다 양이 적었다. 웃기게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약을 먹었다. 2주 치 약이 모두 동났을 때, 결단했다. 이제 밉살스러운 공황장애 까짓 거를 이길 때가 되었단 말이다. 약을 먹지 않은 첫날, 잠이 왔다. 약을 먹지 않고도 몽롱하고 아득한 느낌이 좋았다.
혹시나 가슴이 두근거리면 어떡하나, 맘을 졸이면 어떡하나 하고 늘 명상 속에 있는 듯 지냈다. 간절한 마음 덕인지 하루하루가 가벼웠다. 조금이라도 두려워하던 상황이 올 때면 ‘엥, 왜 이래. 아무렇지도 않잖아? 너 안 죽어.’를 되내며 모른 척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
여전히 나는 완전히 공황장애가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다. 그래도 살 것 같다. 약을 먹는 것보다도, 아무 때나 심장이 벌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것보다도 내가 약을 먹어야만 괜찮다는 불안함이 가장 싫었나 보다. 언제 또 약을 먹을지도 모른다. 괜히 약을 끊었다고 후회의 글을 쓸지도 모른다. 그래도 단약을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약을 줄인 상태에서 내 마음대로 끊었지만, 여러분은 의사 선생님과 협의하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