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묶여버린 매듭 위로 고양이, 아니 내가
온통 심기가 뒤틀리는 일밖에는 없다. 멋대로 기대었다가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일, 나아가는 기쁨을 잃은 채 우두커니 서있는 일, 여기저기 삐죽대는 일. 그리고 이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일. 이 모든 것이 뒤틀려 매듭이 되어버렸다.
나는 언제나 매듭을 푸는 데 꽤나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남들은 이걸 끈기라 이르는 것 같았다. 송골송골 맺히는 땀이 꽤나 자랑거리가 되었다. 나만의 아름다운 서사였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어쩐지 아름답지 못하게, 화만 잔뜩 나서는 매듭을 주악주악 당겨버렸다. 그 덕에 매듭은 단단히 뭉쳐서 응어리지고 말았다.
매듭을 당기는 급한 성미는 끈기와 반대된다. 나는 이 성미를 끈기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눌러두었다. 누르는 힘이 사라지고부터는 원래의 성미가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 나는 혐오스럽게 지켜보다 악을 지르고, 뒹굴고, 제풀에 지쳐 스러져있다.
아무렇지 않게 출근해서 할 일을 무사히 마치고, 동료들과 제법 농담도 나눈다. 집에 와서는 엄마에게 먹고 싶은 걸 묻고, 참 맛있었다며 배를 두드린다. 운동을 하고 시원한 물로 샤워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모든 일에 내가 없다. 나는 침대에 축축하게 누워있다. 그런 나날이다. 꽁꽁 묶여버린 매듭만을 만지작거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