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사람의 미지근한 주말 맞이
치열했던 평일이 끝나고 찾아온 금요일의 오후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정말이지 무엇을 해도 기분이 좋을 것만 같은 이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집으로 간다. 이 맘 때쯤이면 인스타 스토리엔 돌아가는 술잔들과 정신없이 웃느라 초점 없이 흔들린 사진들이 올라온다. 내가 아싸임을 인정하고 나니 더 이상 그들이 부럽지 않다. 나는 나의 금요일을 보낸다.
집 안에 들어서서 가방을 내려놓고 한숨 크게 쉬며 바닥에 드러눕는다. 딱딱하고 차갑지만 더없이 포근한 기분을 만끽한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옷을 모두 벗어 세탁기에 던져 넣고는 속세의 때를 따뜻한 물에 흘려보낸다. 수백 번 들어도 가사를 모르는 그 노래를 마음대로 작사하며 흥얼거리면 그곳이 나의 노래방이다. 물기를 닦아내고 목 늘어진 티에 찰랑거리는 일바지를 입으면 물금을 보낼 준비가 끝난다.
엄마가 오려면 한 시간 정도 남으니 그동안은 아주 쓸모없는 짓들을 하며 보낼 것이란 다짐을 한다. 서둘러 휴대폰을 켜고 15개 정도 쌓인 카톡에 답장을 하고, 밀렸던 일주일치 웹툰을 본다. 남의 연애 길잡이를 보며 주체 못 하는 광대를 진정시키며, 인스타그램을 켠다. 이런저런 유머 게시글을 보며 호탕하게 웃고 찾아온 정적에서 엄마 발소리가 들린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청소기 전원을 켜고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진정한 이 시대의 어른ㅎ)
소박한 저녁을 먹고 쌍쌍바를 갈라 엄마랑 짠-하고 먹고 나면 그만한 행복은 다시없을 기분이다. 배가 부르면 졸린 법이다. 내일이 주말이라고 꼭 늦게 자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 9시 45분에 잠자리에 든다. 아무 약속이 없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이틀의 주말이 어떨지 상상하며 잠에 드는 건 무척이나 날 들뜨게 한다. 간질거리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나는 나의 미지근한 주말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