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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Jun 16. 2020

타의로 어른이 되고 가장 슬픈 건

머리를 말리다가 울 건 뭐람

고개 숙여 젖은 머리를 말리다가 울었다. 육고기를 먹기도, 만지기도 싫어하는 엄마가 딸 준다며 맨손으로 비계를 떼어내는 모습을 하필 오늘, 지금 보다니.


오늘도 나는 직장에서 하찮은 취급을 받다 왔다. 나를 소중히 여겨주지 않을 사람들 때문에,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들을 소홀히 했다는 걸 깨닫고는 젖은 머리만큼이나 마음이 먹먹해진다. 늦게나마 그 소중한 이들을 위해 극복해낼 거라며 빙그레 웃어 보일 때 다시금 마음은 축축해져 버린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덮어두어야 한다는 것.


진짜 소중한 것을 소중히 대하지 못하게 되는 걸 인지했지만, 이미 깨져버린 밥그릇 같은 거라 모른 체 버릴 수밖에 없다. 새 밥그릇을 꺼내는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저 흘러가도록 두어야만 한다.



나는 아직도 예쁜 하늘빛만 보아도 행복해 방방 뛰는데(정말 아이스크림 사러 뛰어감), 자꾸 바보 같은 어른이 되는 것 같아 울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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