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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Jul 04. 2020

내가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나는 조용한 걸 좋아해요

엄마, 사실은 나 시끄러운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나는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사색하는 걸 좋아해. 창밖을 바라보면서 지나가는 두 남녀가 무슨 관계인지, 저 사람이 든 종이가방에는 뭐가 담겼는지 상상하는 걸 좋아해. 이른 아침 속닥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해. 아무 때나 타닥타닥 쉽게 썼다 지우는 노트북 글쓰기보다 적막한 방 안에서 내 생각 물줄기에 따라 틀리기도 하는 연필 글쓰기를 좋아해.


그런데 요즘은 마음이 너무 시끄러워. 그래서 조용한 게 싫어졌어요. 조용히 있으면 내 마음의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싫어요. 아픈 엄마를 모른 척하는 못난 딸인 내 모습을 바라보기 싫고, 모든 게 불안한 직장에서의 일을 떠올리기도 싫어요. 그래서 시끄러운 노래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나도 즐거운가 하고 착각할 수 있더라고요.


내 마음 바깥을 시끄럽게 만드는 데는 휴대폰이 정말 도움이 됐어요. 왁자지껄한 예능 동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보고, 댓글로 싸움이 붙은 사람들의 열난 모습을 구경하며 호들갑을 떨어요. 그러면 마음이 조금 조용한 것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오늘도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어요. 미안해. 잠깐 휴대폰을 내려놓고 잔잔한 엄마 두 눈을 바라보자니 내 마음속이 들끓어서. 엄마의 집요한 물음에도 휴대폰을 보며 대충 대답해서 미안해요. 고요해진 방 안에서 나는 내 고요함을 찾기 위해서 이렇게 끄적여요. 왜 그렇게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냐고 말하지만 같이 요란스레 웃는 엄마를 보면, 조용한 게 싫어져요.


사실은 참 우울하고 조용한 나라도 계속 사랑해 줘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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