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항 속 작은 기적

아름답고 기특하고

by Dabun Supure Jeong

난 냥이와 댕이의 집사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식집사이자 물고기 집사다. 육지동물에 비하면 손이 덜 가지만, 식집사도 물을 줘야 하고 때론 분갈이도 해줘야 하고 영양제도 주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물고기 집사도 아침이면 밥을 주고, 어항에 끼는 이끼도 틈틈이 청소 해줘야 한다. 육지동물을 키우며 들이는 노력만큼 그들이 주는 기쁨은 엄청나지만, 식물과 물생명체들이 주는 행복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하게 커져간다.


일단 집에서 꽃멍이나 물멍을 하며 그들을 바라볼 때면 너무 평화로워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앉아있게 된다.(그래서 작업할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하지만..) 또 아침에 어항으로 다가가면 밥 달라고 몰려드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아이고 착하다.. 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얼마 전엔 오랫동안 비실비실 살아오던 스투키의 마른 줄기를 잘라냈다. 잘라낸 부분 중 성한 쪽 줄기를 물에 담가두면 다시 뿌리를 내린다고 해 한 달 넘게 물에 담가두었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다. 혹시나 해 어항에 넣어 보았다. 평소에 어항에서 키우는 스킨답서스 뿌리가 무서울 정도로 무럭무럭 퍼져 나가는 걸 보고 생각한 일이다.


열흘정도 지난 어느 날 아침 어항을 들여다보던 나의 입에 선 짧게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스투키의 줄기 아래쪽에서 며칠새 여러 개의 뿌리가 삐죽삐죽 머리를 내민 거다. 마치 잔디인형 머리에서 머리 잔디가 돋아나듯 짧게 고개를 내민 그 뿌리들이 어찌나 기특하고 사랑스럽던지!!

물고기가 먹고 배설한 것들이 스투키에게 양분이 되어, 절대 내놓지 않을 것 같던 뿌리를 뿜어낸 것이다.

내 작은 어항 생태계 속 ‘공생‘ 이란 이름의 작은 기적과 마주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해

위, 아름답고 기특하고. 종이에 펜과 색연필. 숲

아래, 내 작은 어항 속 기적. 산도스지에 색연필.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