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말할 때

by Dabun Supure Jeong

오랫동안 버리려고 맘먹고 있던 소파를 드디어 버렸다.

그 밑에 숨어있던 오래된 프린터에게도 곧 안녕을 고할 거다. 나의 영수증 드로잉을 책임져 주던 고마운 프린터야.. 이젠 안녕.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전거를 어제 찾았다.

분명 집안에 있을 애플펜슬은 어딘가 숨어 나올 줄 모른다.

멈춰버린 작은 시계에 몇 년 만에 밥을 줬다.(옆 가게 금은방 아주머니가 공짜로 넣어주셨다. 그래서 뜨거운 밀크티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물건을 잘 안 사는데 피부를 위해 반신욕을 꼭 하란 조언에 접는 욕조와 수돗물을 정수하기 위한 필터가 장착된 샤워기가 새 식구가 되어 내 집에 들어온다.


물건들과도 무수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한 인문학자의 강의에서 ‘나와 그 물건의 관계’란 얘길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작가로 오랫동안 살아오며 물건은 고장 날 때까지 쓰고, 잘 버리지 못하고 정말 필요한 게 아니면 새로운 게 들어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는데 ‘관계’란 단어를 듣는 순간, 이게 내가 사람과 맺어 온 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걸 알았다.

새로운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고 외롭단 이유로, 오랜 시간을 공유해 왔단 이유로 불편하면서도 끊지 못하고 붙들고 온 관계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떤 일을 계기로 지금은 좀 달라졌다. 한때 좋은 관계였어도 불편해지거나 달라질 수 없을 것 같을 땐 안녕도 고할 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건 아직도 쉬운 일은 아니디. 필요가 다한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듯이 시절이 다 한 인연도 잘 보내주는 연습을 오늘도 한다.


잃어버린 물건이 돌아오듯이 사람이 다시 돌아오기도 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