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의 시간
몇 년 전, 어릴 때 살던 m 시에 30년 만에 가보았다.M
아버지 직장 때문에 잠깐 살았던, 아무 연고도 없고, 서울에서 멀어 쉽게 엄두를 내 갈 수 없던 곳이지만
유년시절 처음이라 기억되는 많은 일들이 있던 곳.
집집마다 무화과가 열리던 곳,
처음으로 극장에 가 ET라는 영화를 봤던 곳,
내 인생의 첫 친구가 생긴 곳,
유달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커다란 오래된 공장이 있던 곳.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유치원에 가보았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그곳은 생각만큼 높지 않았고
미끄럼틀도 그네도 작았다
책상도 의자도 모두 작아져 있었다
크고 하얗게 빛나던 성모상은 때가 타고 작아졌지만 여전히 온화한 웃음을 지어주었다.
소풍 때마다 갔던 유달산에 가보았다
갈 때마다 끝없이 올라가야 할 것 같았던 높고 높은 산.
산은 여전히 평화롭고 아름다웠지만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낮은 뒷산이었다
피아노 학원이 있던 그 집에 가보았다
2층이 피아노 학원이었던, 담벼락이 높아 아무나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도도한 여인 같은 집
내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 여인은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채 작고 초라해진 노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낡고 작아져 버린 M시
그러나 여전히 무화과가 열리고 아름다운 선인장이 피어나는 그 따스한 도시에, 올봄 그와 함께 다시 가볼까
걸리버의 시간. 아이패드에 애플펜슬.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