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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창호 Nov 23. 2023

인천의 비젼, 평화도시에의 꿈

  요즘 세계 도처가 전쟁으로 시끄럽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인류에게 있어 평화는 멀기만 하다. 우리 역시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는 멀기만 하다.      

  언젠가 ‘한스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댄 클라크가 쓴 <한스가 구조한 사람>이라는 글로 기억한다.       

  폭풍우가 부는 밤에 고기잡이 배에서 구조신호를 타전했다. 주민들은 신호를 듣고 모여 들었다. 그들은 급히 선원들을 구할 구조대를 보냈다. 그리고 주민들은 해변에서 무사히 구조대원들이 선원들을 구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 뒤에 대원들의 배가 도착했다. 그런데 배가 비좁아 그곳에 한 남자를 남겨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구조대 대장은 물었다. “누구 한 명만 나와 함께 가서 남겨진 한 사람을 구해 옵시다. 자, 지원해 주세요.”

  그때 열여섯살의 한스가 자원해 손을 들었다. 한스의 엄마는 한스를 말리며 애원했다.“제발 가지 마라. 네 아버지도 10년 전에 배가 난파되어 죽었단다. 네 형 파울도 며칠 전에 바다에서 실종됐어. 내게 남은 것은 한스 너 뿐이야. 널 잃으면 엄마는 살 수 없단다.”한스가 말했다. “엄마, 전 가야 해요. 모두 남이 하기를 바라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가야 겠어요.”

  한스는 어머니를 포옹하고 나서 어둠속으로 구조대장과 함께 떠나갔다. 다시 몇시간이 지나갔다. 한스의 어머니에게는 영원처럼 긴 시간이었다. 

  마침내 구조대가 안개를 뚫고 돌아왔다. 뱃머리에는 한스가 서 있었다. 한스가 외쳤다. “저의 엄마에게 말씀해 주세요. 실종자가 바로 우리 형 파울이었다구요.”     

  위의 한스 이야기는 실화라고 한다. 

 

  근대 개항 이후 인천의 바다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포화가 얼룩진 곳이 인천 앞바다였다. 갑신정변에서 청나라에 눌린 일본은 10년을 기다려 청일전쟁을 일으켰다. 인천 앞바다인 풍도에서 청나라 해군을 패배시킨 일본은 한반도를 삼키기 직전에 그만 삼국간섭에 의해 10년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10년 후 월미도 근처에서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러시아함대를 동해에서 패배시키자 영국과 미국의 양해와 묵인하에 한반도를 집어 삼키는 길을 걷게 되었다. 일본이 수도 서울을 장악하는 교두보이자 관문이 인천이었다. 이처럼 인천 앞바다는 근대의 개막과 함께 침략과 전쟁으로 얼룩진 상처가 아로새겨진 고난의 바다였다. 고난이 닥치면 가장 연약한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      

  해방 후 인천의 바다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곳으로 그 곳엔 육지의 휴전선처럼 철책도 DMZ도 없다. 단지 바다를 통해 서로를 구분한다. 그러므로 서해접경지역은 늘 긴장이 도사려 있는 충돌 지역의 운명을 겪어 왔다. 최근 20여년간 서해교전,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난 곳이 서해접경지역 아닌가. DMZ와 달리 언제라도 일촉즉발의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인천 앞바다이다. 이런 고난의 바다를 낀 인천에 평화의 담론이 가능할까? 과연 평화도시 인천은 가능한 것인가.      

  10여년 동안을 회상해 보니 인천에서 평화미술과 평화예술 운동이 진행되어 왔다. 인천문화재단에서 일으킨 서해평화예술프로젝트가 그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그 프로젝트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금도 이어 오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어느 지역일까. 바로 분쟁과 충돌로 인해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고 지역이 아닐까. 오늘 ‘한스 이야기’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인천은 바다를 끼고 있는 서해접경지역이라는 곳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 담론을 주도하는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 긴장과 충돌의 공간에서 화해와 공존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 작업을 누가 할 것인가. 


  우리 스스로가 ‘한스’가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해 주길 바래야 할까. ‘한스’가 되어 동아시아의 평화 담론을 주도하는 국제도시인 인천과 인천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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