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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창호 Nov 23. 2023

예술과 고통

  가을엔 각종 전시회가 풍성하다. 전시장을 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도 있지만 낯선 작품도 있게 마련이다. 고전적인 작품도 있고 모던한 작품도 있고 포스토모던한 작품도 있어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람들은 대개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정을 바란다. 그런데 변화를 두려워하면 기존질서로 도망가게 되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도태되게 마련이다. 반면 혼돈이 지나치면 파멸하게 된다. 그러므로 혼돈을 이기고 자기의 것을 빚어 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고통을 수반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질서가 나온다. 혼돈은 고통이다. 그러나 고통이야말로 고정관념을 깨는 창조에로 가는 관문이 아닐까. 끝까지 고통을 끌어안고 밀어부칠 때 새로운 지평이 열리지 않을까. 고진감래 말이다. 


  현대미술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푸념을 듣곤 한다. 너무 난해하고 저게 도대체 작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고 한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작품을 좋아해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아름다운 장면이나 밝은 색감의 그림을 보고 싶은데 이런 소박한 기대를 부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교사가 가르쳐주는 것을 답습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그리거나 자기를 만족시키는 것을 그리는 것인가. 물론 그런 것들도 예술에 속하겠지만 그것은 취미로 그리는 사람의 경우이고 진정한 예술가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예술이란 기존의 전통과 관습을 해체시키고 새로운 저항과 도전을 하는 곳에서 출발한다. 문제의식이 약하면 예술성이 약하다. 작품에는 정신과 기교가 녹아 있다. 예술에도 패러다임이 있다. 아방가르드-아카데미즘-매너리즘의 단계가 그것이다. 처음에는 아방가르드에서 출발한다. 아방가르드는 세련된 테크닉을 보여주는 기교보다는 참신하고 도전적인 작가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 점차 세력을 얻고 지지를 받아 아카데미즘으로 발전한다. 이 수준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아방가르드 단계에서 소멸한다. 


  아카데미즘 단계에서는 작가의 의식과 기교가 잘 융합되어 대중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그 결과 유행을 타게 되어 한 세대를 이끌게 된다. 그러나 해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 그후에 아카데미즘은 이를 모방하는 키치와 같은 작품이 즐비하게 된다.  기교만이 발달하고 획일화된 매너리즘에 빠져 쇠퇴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 하는게 미술사조 아닌가. 그러므로 감상자는 작품을 보면서 어느 단계에 속하는 작품인지를 알아야 하니 공부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모든 예술사조는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시대정신을 초월한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적인 예술가는 시대정신의 영향을 받고 이를 넘어서 새 시대를 열어 제친다. 물론 여기에는 고통이 따른다. 세상 사람들이 바로 알아 주지 않기에 말이다. 그러나 시대성을 반영하고 작마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작품은 진정성이 있기에 언제인가는 영향력을 주고 미래의 수요를 만들어낸다. 


  오늘날, 과학이 자연의 신비를 탈신비화해 버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지식과 세계관을 만들었는데 예술 또한 이래야 할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현대예술은 출발한다. 예술은 탈신비화한 지식을 재신비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익숙하고 친숙한 대상을 기묘하고 낯설게 하여 기존의 상식과 편견을 뒤흔들어 놓는다. 과거의 예술이 아름다운 미를 추구했다면 오늘의 미술은 다각도로 해체와 창조를 시도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접촉하여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얻게 될 것이다.      

 예술은 미적인 쾌감을 추구한다. 그런데 예술적 쾌감에는 인식의 고통을 동반한다. 과거의 예술이 안정과 조화, 균형의 미를 추구했다면 현대인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경직된 인식을 확장하는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새로운 인식에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것에 몰입하는 순간이야말로 자유를 얻는 순간이 아닌가 한다. 11월엔 각종 공연과 전시회가 풍성한데 전시회에 들러 작가와 함께 고통과 자유의 여행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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