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고미술품 전시회(미추홀의 기억2)가 열린다기에 그곳엘 가 보았다. 인천대역에 근처에 있는 빌딩의 9층이었다. 그 전시회는 지헌 이규명 선생이 수집한 인천출신의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회였다. 지헌 선생은 인천 작가들의 작품만을 주로 수집하고 있는 76세의 할아버지였다. 그 날 이 선생님께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몇가지 물어 보았다.
“선생님은 3년전에 동인천 선광미술관에서 고미술품 전시회를 했는데, 이번이 두 번째네요. 이번 전시회 작품도 인천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한 것으로 하는 것인가요?”
“네. 2021년엔 동인천에서 80여점을 전시했고요. 이번에 이곳 송도에서 40여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석남 이경성, 우보 민승기, 동정 박세림 등 인천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인데 지난번 전시에서는 나오지 않은 것들입니다. 최근 수집한 것들도 20여점 됩니다.”
지헌 이규명 선생은 부친이 운영하던 전기공사업을 이어 받아 30여년간 운영하다 퇴직한 후 예술품 수집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특별한 동기가 있는지 물어 보니 딱히 동기는 없으나 인천 작가들의 작품이 타지역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자기라도 인천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무슨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수집을 하게 되었는지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은 수집가들은 넉넉한 돈이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보았다.
“저는 돈이 있어 수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 사실 돈이 없습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용돈을 아끼고 발품을 팔아 수집합니다. 서울이든 경기도든 전철과 버스타고 다닙니다. 돈보다 작품 사랑이 우선이지요. 아내가 교사 출신이라 연금이 나와 제가 가계비를 부담해야 하는 형편이 아니라서요. 그 점에선 아내에게 감사하지요. 제 용돈을 모아 수집합니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달려 갑니다.”
이 선생은 차가 없는 분이라 작품을 구입하면 전철이나 버스로 운반한다고 한다. 돈이 있어 수집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좋으면 용돈을 아끼고 모아 구입하고, 특히 인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해 구입한다고 한다. 맘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몇 번을 찾아 간다고 한다.
“작품도 주인이 있게 마련입니다. 구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돈이 모자라도 자주 찾아가 흥정하는 거지요. 그럼 인연이 닿아 싸게 구입할 수도 있거든요. 비싼 것은 전 쳐다도 안 봅니다. 제 소장품의 대부분은 남들이 거들떠 보지 않고 버려둔 것들로 헐값에 산 것들입니다. 거저 주운 것도 있지요.”
이 선생님이 소장한 것은 만만한 작품들이 아니라 주로 대가들의 작품이다. 골동품과 예술품의 세계는 흙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듯 수집가의 안목이 중요하다. 아는 수준 만큼 수집하게 된디. 많은 공부와 수업료를 치러야 한다.
“골동 수집을 누구에게 배웠는지요? 선생님이 구하고 싶은 것을 구하면 기분이 어떻든가요?”
“구하고 싶은 것을 손에 넣는 그날은 너무 기쁘죠. 수집가로서 희열이 있어요. 그 때문에 멈출 수 없는 거죠. 이것도 중독이에요. 저는 혼자 독학하며 발품 팔며 배웠어요. 고미술품 수집가들은 학위는 없지만 정말 열심히 배웁니다. 미친 자들이죠. 저도 책과 도록을 수도 없이 읽고, 각종 강좌를 수도 없이 들었지요. 아마 평생할 겁니다. 이것도 중독이거든요.”
고미술품 수집도 중독의 하나이다. 세상엔 좋은 중독이 있고 나쁜 중독이 있다. 인간은 모두 무언가에 중독되어 사는 존재 아닌가. 그 중에서 수집 중독은 좋은 중독이 아닐까. 수집 중독에 미치면 밤이나 낮이나 그 분야를 생각하고 공부한다. 그렇게 10년, 20년간의 땀과 실력이 쌓이다 보면 그 분야의 고수가 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그 세계이다. 몇 만원에 구입한 조선시대 간찰(편지) 한 장이 어느 순간 수백, 수천배가 되는 게 그 세계 아니던가.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수집하고 그것을 시민들에게 전시하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는 그 전시회에서 인천에서 활약한 석남 이경성, 옥계 오석환, 송석 정재흥 등의 작품들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수집에 빠져 20년을 보낸 어느 수집가 할아버지의 삶의 향기를 맡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