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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eun Sep 08. 2023

당당한 엄마

엄마의 칠순에


어느날

딸들이 입다 버린 갈색 골지 바바리를 입고

바쁜 걸음으로 우리들을 재촉하며 길을 건너시던

엄마의 등이

약간은 구부러져 보였을때

그녀가 나이 드신걸 순간 알았습니다.


어느 월요일 새벽

오랜만에 주말을 함께 지내고 대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분주한 도로길에 엄마가 챙겨주신 음료가 세상 상큼한 갓 짜낸 당근 사과주스라는걸 알았을 때

그녀가 새벽부터 분주하였던 것을 알았습니다.


어느 여름

시댁에 갈 때 가져가라고 큰 수박을 사주시고는

무겁다고 나는 손도 못대게 날리 치시며

수박을 온몸으로 안아 차에 실어주시던

엄마의 손깍지에

수박의 거친 무게가 느껴졌을때

그녀에게도 수박이 무거웠음을 알았습니다.


드디어

막내 아들을 장가보내시고는

홀가분하시다며

엄마의 날라갈 듯 경쾌한 목소리에

진심이 느껴졌을 때

그녀가 오랫동안 아들을 마음에 품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나는 지금

세 아이의 엄마로

부족한 모습을 보일지언정

이것만큼은 아이들에게 당당합니다.

이 세상에 나처럼 너희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다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나는 이제

나의 엄마에게 말합니다.

부족한 모습을 보이셨을 지언정

나는 그녀의 일부이자 의미 이라고

그녀 삶의 희생의 이유이었다고

그녀가 평생 나에게 알려주었노라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그녀는 참으로 당당하신 나의 엄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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