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의 여름방학은 약 두 달 반이다. 학기 중 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각자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세 아이들을 각자 다른 시간에 스쿨버스 스탑까지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는 것인데 일 년 전 시작된 아이들 실어 나르기의 일정은 오후 라이드를 마치고 나면 하루가 다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방학시작 첫날부터 라이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를 만끽할 새도 없이 우리는 방학시작 첫날 캐나다 밴프국립공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숙박비가 엄청나게 비싼 이곳의 호텔들은 일반 여행지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싸게 느껴져 누군가가 취소한 otentik이라는 글램핑 타입의 숙소를 예약할 수 있게 되자마자 우리는 바로 출발을 했다. 이곳에 있는 에메랄드색 호수는 여행을 즐기고 아름다운 자연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비현실적이게 아름다운 풍광이었지만 사춘기 아들에게는 그저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지만 아이들은 그저 국경 넘어 한국식 치킨집에서의 식사 시간이 가장 즐거운 일인듯했다. 아이들의 기본적인 욕구인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외에는 정녕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정말 공유할 수 없는 것인가.
우리의 여행은 아들의 목소리가 굵어져 감에 따라 어른들 위주의 내셔널파크 하이킹에서 아이들이 똥 씹은 표정을 하지 않게 하는 액티비티를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갔었다. 아마 곧 1-2년 후면 아이들은 집에 두고 남편과 둘이서만 여행을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번 한국 치킨집을 들러 밴프/재스퍼의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곤, 바로 다음 주부터는 일주일에 4회 수영레슨을 시작했다. 30분 하는 짧은 레슨이지만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해서인지 운동신경이 있어서인지 아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샤워하기를 상당히 귀찮아하는 녀석이라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 그리고 레슨 후 하루에 두 번 샤워하는 것을 상당히 억울해하는 듯했지만 아침에 일정시간에 일어나 운동을 하는 일정을 만들어준 것에 나는 뿌듯했다. 여러 가지 사이언스 관련 캠프도 있었고 교회 2박 3일 캠프도 있었지만 특별한 흥미가 없었던 아들은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집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누나와는 달리 집안에 있는 걸 좋아했다. 서열 높은 암탁이 심심하면 서열 낮은 암탁을 종종 공격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듯이 동생이 울 때까지 동생이 듣기 싫어하는 말들을 종종 하거나, 동생과 조용히 티브이나 게임 유튜브를 보기도 했고 많은 시간 낮잠과 밤잠을 자면서 점점 눈높이가 나와 맞춰질정도의 키가 자라기도 했다.
방학이 끝나기 2주 전쯤에는 교회 멕시코 미션트립을 갔다.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 까지는 각자 이동했고 샌디에이고 공항에서 멕시코까지는 교통편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는 샌디에이고에서 이틀정도 놀고 미션트립에 동참할 요량으로 샌디에이고에서 멕시코 일정에 앞서 이틀을 지내게 되었다. 시애틀은 몸을 담그고 놀 수 있는 해변이 없어서 여름에 늘 해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샌디에이고에 갔을 때 해변에 꼭 가고 싶었었다. 아이들은 잠깐 파도에 발을 담글 것처럼 발을 찔끔찔끔 적시더니 이내 바지가 젖었고 곧 티셔츠가 다 젖도록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세 아이가 동시에 즐겁게 노는 걸 보니 지켜보는 나도 흐뭇했다. 몇 년 전 동물원을 마지막으로 최근에 세 아이가 함께 즐길 종목은 사실 잘 없는 듯했다. 아들이 날 좋은 날 햇빛아래 있는 모습도, 갈아입을 여분의 옷이 없어도 걱정하지 않고 파도를 즐기는 모습도, 셋이서 싸우지 않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도 모래바닥에 깔개도 없이 앉아 있는 불편한 나를 행복하게 했다.
멕시코 미션트립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