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여자 Nov 02. 2022

아이들에게도 워라밸을.

워라밸은 어른만 꿈꾸는 게 아닌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요즘 축제 기간이다. 일주일 동안 수업에 대한 부담감은 잠시 내려놓고 요일별로 각종 체험, 운동회, 아나바다 장터, 축제 공연 등 다양하게 이뤄진다. 


 어제는 수요일이었고 평소 같으면 보통 점심식사를 마치고 1시 20분쯤 하교를 하는데 운동회와 영화감상이 조금 빠르게 진행이 되었던 건지 12시 20분에 하교한다는 전화가 왔다.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던 터라 학교 후문에서 아이와 만나기로 하고 학교로 걸어갔다. 


 아이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엄마를 보고 반가워하며 뛰어오는 아이, 품으로 와락 안기는 아이의 작은 몸을 쓰다듬을 때면 아이가 이렇게도 예쁠 수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어제도 그랬다. 멀리서 엄마를 보더니 한 달음에 달려와 안겼다. 손을 잡고 어디로 가볼까 물었더니 없는 것이 없고 다 있는 그곳으로 가자고 한다. 역시 여자 아이라서 쇼핑을 좋아한다. 


 손 잡고 걸어갔다가 시즌 상품을 구경하고 돌아 나오며 아이에게 물었다. 


 "학교 일찍 끝났는데 친구랑 놀고 싶지 않았어?"


 "놀고 싶었어. 근데 엄마, 친구들이 다들 학원 가느라 시간이 없어. 친구들이 끝나는 시간이 4시, 5시 다양한 데, 어떤 친구는 저녁 6 시가 돼도 집에 못 가고 학원에 있대."


 "그렇구나. 친구랑 놀고 싶을 텐데 맨날 엄마랑만 놀아서 괜찮아?"


 "괜찮아. 나는 그래도 내가 다니고 싶은 학원만 다니니깐. 정말 좋아. 친구는 영어학원을 다녀서 영어를 잘하는데 세상에서 영어가 제일 싫대. 이상하지? 난 피아노만 다니는데 피아노가 정말 좋은데."


 "응, 그랬구나."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말문이 막혀서 그랬구나로 아이의 이야기만 들어주고 집에 가서 책 읽고 뒹굴거리자고 얘기하며 큰길 오르막을 올랐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어른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꿈꾼다. 어른들이 외치는 워라밸 속에 아이들도 포함시켰으면 좋겠고, 아이들이 좀 더 빠르게 삶을 누리고 즐겼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공부를 빼놓을 순 없으니 분명 공부는 해야겠지만 공부만이 전부인 세상 속으로 밀어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뜀틀을 넘지 못했고, 끝내 영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나름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나를 보며 나 스스로 위로를 하고 위안을 얻는다. 


 우리 아이들도 매일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