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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여자 Nov 22. 2022

직장이 전부였다.

어쩌다 보니 투자자 1.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다.

내가 사용해야 할 만큼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20대는 그랬다. 소박했다.




남자 친구를 만났는데 나와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경매를 통해 집을 사신다. 아버지는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권리분석을 하시고 입찰부터 명도까지 전 과정은 주로 전업주부인 어머니가 처리하신다. 어머니는 일 년 동안 2천만 원 이상의 연세를 받고 집도 여러 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신기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처음 경험했다.

경매가 뭘까? 엄청 복잡하고 어려운 거겠지?


 






9년 동안 연세로 살았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2년 동안은 반전세에 살았다.


시골 부모님 댁에서 살 때는 임차의 개념도 몰랐다. 동네에 고등학교가 없어서 도시로 나가면서 자취방을 얻었고 부동산의 흐름을 처음 경험했다. 부모님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집주인에게 주는 걸 보면서 움찔했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큰돈이 저쪽으로 넘어가니 집을 얻어 쓰는 대가로 당연하게 지불해야 되는 돈인데 아까웠다.


서울로 올라가면서는 전체 금액을 월세로 지출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며칠을 부동산을 돌고 돌아 집 상태도 양호하고 금액도 적당한 투룸의 반전세 물건을 찾았다. 그간 일하면서 모은 것과 부모님께 조금 빌린 것을 보태서 보증금을 치르고 매월 15만 원씩 월세로 지출했다.


동기가 6명이었는데 마포역 주상복합에 부모님이 마련해 준 전세 2억짜리 집에서 사는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다 원룸에서 살았고 월세는 50만 원에서 80만 원까지 다양했다.

동기들은 많은 돈을 하는 대신 출퇴근이 용이한 당산, 홍대, 신촌 부근에 많이 살았고 금액이 비쌀수록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이었다.





마을버스는 직진하면 3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를 빙 돌아서 15분 후에 집 앞에 내려줬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시내버스 정류장이 도보 7분 이내 거리에 있어서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었고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이 시장이어서 장보기도 편했다.


마을버스는 산 꼭대기에서부터 나 같은 사람을 차례로 싣고 가장 평지인 우리 집 앞에 세웠다. 버스 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 그 틈 사이로 나는 올라타야 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고 잡을 곳이 없어 온몸에 힘을 주느라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 시간에 다다르면 역에 도착했고 사람들 틈에 껴서 우르르 내렸다. 그나마 집으로 들어갈 때는 반듯한 길을 내달려 나를 가장 먼저 내려줬고 버스는 끝도 보이지 않는 경사로를 타고 올라갔다.


눈이 많이 오던 날 마을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새벽부터 쌓인 눈을 밟고 부지런히 생업에 뛰어든 인파가 많았는지 발자국에 다져진 거리는 미끌거렸다. 조심히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면서 경사로를 올려다봤다.


매일 아침 같은 콩나물시루에 몸을 맡긴 채 함께 이동을 했던 나의 이웃들은 안녕한지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출근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혼자 우리 집의 장점을 되뇌었다.

'우리 집이 동기들처럼 신축 원룸의 초역세권은 아니지만 경사로를 오르기 전 평지에 있다.'

'한 명 누우면 끝나는 새 장 같은 비좁은 원룸이 아니라 신혼부부가 살아도 충분할 만큼의 투룸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은 마음껏 굴러 다닐 수 있다.'

'또 빨래를 작은방에 널 수도 있고 베란다와 부엌에는 마음에 드는 세탁기와 냉장고를 넣었다.'


출퇴근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고 피곤하긴 하지만 동기들보다는 한 푼이라도 더 모을 수 있을 테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 더 넉넉해진 통장 잔고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스스로를 애써 위로했다.

 

하지만 조금 더 모은 돈으로 뭘 할지는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모으기만 했다. 어떠한 계획도 없이 예전의 부모님처럼 항아리 단지에 동전을 모으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직장이 전부였던 20대 중반이 그렇게 큰 욕심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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