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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여자 Jan 26. 2024

악다구니 쓰던 여자가 나의 상사였다.

-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기억.

악다구니 쓰며 후배에게 달려들던 미친 여자가 있었다.


바로 나의 상사 J과장이다.


1시간 텀을 두고 2교대로 퇴근을 하는 근무지였다. 


A(선발대) 팀의 퇴근 시간이 다가오니 대리가 분주하다. 


이 대리는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더 바빠진다. 


곧 퇴근 시간이니 슬그머니 꽁무니 내빼도 되련만


조금이라도 더 손을 보태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려 애를 쓴다. 


평소 그 모습이 예쁘고 고마운 후배다.


그날도 어김없이 이 대리는 꽉 차지도 않은 폐기물을 분주히 정리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이 대리가 그 순간 뭘 하고 있었는지 직접 보진 못했다. 


귀청을 뚫고 들어오는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진 말이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냐고?"


쩌렁쩌렁하다 못해 분에 못 이긴 날이 선 말투에 J의 흥분은 훤히 드러났다.


'나한테 하는 소린가?' 


어안이 벙벙했다. 


고개를 들어 J과장을 바라보니 과장의 시선 끝에 머문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대리였다. 


겁먹은 생쥐 꼴을 하고서는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얼음이 되어버린 이 대리. 


이 대리가 정리하고 있던 박스를 보니 그제야 상황 짐작이 됐다. 


1차 

'J과장 미쳤구나' 


2차

'J과장 돌았구나'


3차

'J과장... 하... 왜 내가 부끄럽지'


4차

'이게 이렇게 냅다 소리 지를 일인가.'


5차

'이 대리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서 독 안에 갇혔네....'


업무 규정상 하지 말라는 것을 한 이 대리의 실수를 덮어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목격한 J과장의 대처는 잘못됐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J과장은 민원인과 직장 동료가 뒤섞인 곳에서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마음에도 뇌에도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이 내 안에서 이렇게나 오랜 시간 소용돌이를 일으킬지 몰랐다.


가끔 그날이 떠오르면 이불킥을 하곤 한다. 


이 대리가 홀로 맞서 감당했던 그 무거운 공기 앞에서 나는 떡 벌어진 입을 하고서는 아무 말도 못 했다.


J과장은 대체 동료들을(후배) 얼마나 무시했으면 민원인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걸까. 


가끔 상상한다. 


증거 수집하는 나를. 


내부 고발자가 되어 게시판에 글을 등록하는 나를. 


용기도 없었지만 어차피 퇴사할 사람이라 피했다.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J과장의 모든 것으로부터 말이다. 


그래서 조용히 퇴사를 했다. 


이렇게 후회가 될 줄 알았다면 한 판 뒤집어 놓고 나올걸 그랬다. 


J과장에게 필요한 건 응징인데 그 대가를 주지 못한 것 같다. 


모두에게 나쁘게 굴진 않는다. 


그래서 더 나쁜 사람이다. 


편 가르기에 타고난 재주를 가진 J과장을 따르는 추종자들이 어쩌면 더 나쁘다는 생각도 든다. 


J과장은 몇 달 동안 한 부서에서 근무했던 과장이다. 


여러 사정이 있어서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에 내 고민을 함께 나누지 않았던 사람으로 분류된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모든 것이 완료된 시점에 J과장에게는 통보하듯 말했다. 


"사직서 제출했어요."


토끼 눈을 하고서 이유를 캐묻는 J과장에게 속시원히 퇴사 이유를 밝히지 않은 걸로 앙갚음을 했다. 


하지만 부족했나 보다. 


요즘도 이불킥을 한다. 


무례함을 무릅쓰고 냅다 소리 먼저 지르는 그 사람의 알람시계가 고장 나면 좋겠다. 


출근 시간인 줄 모르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쿨쿨 잠자도록 내버려 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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