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살아왔는가 싶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많이 웃고 떠들던 장면은 또렷한데
그 안에서 내가 어떤 말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생의 변화의 곡점에서
때로는 친구들과, 때로는 그 누군가와 고민을 논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만들고자 나누었던 수많은 말들, 단어들...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학생 시절 나는 말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곤 했다.
과 내에서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말 한마디로
어깨를 들썩이고 배꼽을 잡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친구의 자취방안에서, 술자리에서 또는 카페에서 모여있던 무리 속의 사람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였고 내가 쏟아내는 말들에 자지러지게 웃곤 했다.
그런 기억들이 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말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던 전성기는 그때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안 하게 되었다.
직장동료와 또는 사회적 지인들과의 사적모임을 가능한 한 피했고, 혼자 있는 게 편했다.
가족이 생기고 나서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그런 시간이 꽤나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현재의 나는 말이 많이 서툴고 어눌해진 것을 느낀다.
직장 내 업무적인 미팅에서 내가 이야기를 하고 나면,
상대가 잘 못 알아듣거나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이해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뭐가 문제지? 누가 문제지?
내가 나를 돌아봐도 누군가와의 대화를 오래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
준비된 질문과 대답이 끝나면, 그 이후로는 서먹한 시간이 흐른다.
그래서 말수는 더 줄어가게 된다.
내 안에 내용이 없어서 그런가?
너무 극단적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안 하고 살아서 그런가?
다행이다.
뒤늦게나마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한 나의 선택이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직은 뭐라고 정의를 못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기로 하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
이제 시작이지만,
언젠가 글이 나의 길이 되고
문장이 나를 채워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