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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Oct 29. 2019

[리카타] 시칠리아, 시칠리아!

이탈리아의 보물섬, 시칠리아 ~ 리카타


리카타를 향하여!




라구사를 떠난 우리는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이동해서 Licata 리카타로 향했다. 아그리젠토로 가는 길에 점심 식사를 해결할 겸 들린 곳이었다. 사실 아주버님과 시부모님께서 이전에 가보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훌륭한 맛집으로 추천한 곳이어서, 식사를 위해서 살짝 돌아서 들렀다 가게 되었다.



마침 날씨도 끝내줘서 기분도 끝내줬다!



리카타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레스토랑을 향했다.




리카타에서 시칠리아 최고의 미식을 맛보다

13:30 @ L'Oste E Il Sacrestano


처음엔 찾아가는데 하도 골목에 숨어 있어서 구글이 잘못 알려주는 줄 알았다. 구글맵이 있기 전에는 도저히 시칠리아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없었을 것만 같다. 아무래도 우리는 여행 다니기 참 좋은 시대를 잘 타고났다.



L'Oste E Il Sacrestano

Via Sant'andrea, 19, 92027 Licata AG, 이탈리아

https://goo.gl/maps/8bfu46V5aTRBgCWD6


다행히 골목 입구에 이런 표지판이 있어서 안심하고 찾아갈 수 있었다.
미슐랭 플레이트 맛집이다!


겨우 찾은 레스토랑의 대문은 꼭 닫혀 있었다. 매우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옆의 벨을 눌러야 문을 열어주는 시스템이었다. 참, 여긴 꼭 예약 후 방문해야 한다.


이곳이 시칠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맛볼 미식 파라다이스일 줄이야!


속닥하게 테이블 세 개뿐인 레스토랑의 실내


점심엔 48유로와 65유로 코스가 있다. 테이블 차지가 인당 2유로, 물은 3유로다. 스파클링 와인 한 잔에 5유로, 커피 한 잔에 2유로를 추가하면 된다. 우리는 점심엔 가볍게 먹자는 생각으로 48유로짜리 코스를 시켰다. 나중에 여기에 서비스로 파스타와 디저트를 하나씩 추가로 줘서 배가 터질 뻔했다! 그렇더라도 너무 맛있어서 남기는 한이 있더라도 65유로 코스를 시켜도 좋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와인 리스트


더운 날씨에 골목골목을 걸어 레스토랑을 찾아가며 몸이 달궈졌던 우리는 5유로씩 내고 bollicina 볼리치나 (스파클링 와인)를 한 잔씩 마셨다. 잠깐, 이탈리아에서 볼리치네, 스푸만테, 프리잔테 등의 단어에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아니 이게 다 뭐람?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 한 번 정리하고 가겠다.


Bollicina/bollicine 볼리치나/볼리치네 : 스파클링 와인을 뜻한다. 발포성 와인이라면 다 볼리치나라고 할 수 있다. 볼리치나가 단수형, 볼리치네가 복수형이다.

Frizzante 프리잔떼 : 약한 발포성을 지닌 스파클링 와인을 뜻한다. 압력이 1~2.5 bar 정도이다. 낮에 간단하게 한 잔하기 좋다. 혹은 식전주로도 안성맞춤이다! 예시로 Lambrusco 람브루스코 와인이 있다.

Spumante 스푸만떼 : 제대로 된 발포성을 지닌 스파클링 와인이다. 압력이 3~3.5 bar 이상이다. 많은 프로세코, 모스카토 다스티 등의 와인이 여기에 속한다.

Tranquilo 뜨랑낄로 : 영어로는 still wine이라고 한다. 발포성이 없는 그냥 와인이다.

Prosecco 프로세코 : 프로세코 혹은 EU에서 글레라라고 불리는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주로 스푸만떼 혹은 프리잔떼로 만들어진다. 프로세코 DOC 와인은 지정된 9개의 지역에서 생산되며 대부분의 프로세코 와인은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샴페인이나 Franciacorta 프란치아꼬르따 와인과 다르게 큰 스테인리스 통에서 2차 발효를 하는 Charmat–Martinotti 방식으로 생산된다. 간혹 병에서 숙성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캬, 이 시원하고 산뜻한 맛!


처음으로 나온 요리. 아란치니와 수프. 정말 환상의 맛이다.


이 아란치니는 생긴 것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고로케 같이 생겼다고 고로케 맛이 아니다. 얇고 바삭한, 섬세하게 구워진 튀김옷 안에는 부드러운 시금치 리조또가 가득 차 있다.



그 안에는 더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가 가득!




좋은 건 크게 한 번 더 보자!


그 다음에 나온 생선 세비체


시칠리아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날것의 생선을 자주 먹는 듯하다. 그런데 한국에서처럼 활어를 먹는다기 보다는 살짝 올리브 오일 등에 절이고 숙성한 생선을 먹는 것 같다. 일본의 사시미와 더 비슷하다. 여기서 준 생선은 파프리카, 케이버, 치즈, 올리브 등을 곁들였는데 하나도 비리지 않고 입에서 녹아내릴 듯이 부드러웠다.



녹진한 단새우까지!



이다음에 등장한 요리 또한 해산물이다. 해산물에 가장 큰 강점을 가진 레스토랑 같다. 이 작은 문어는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 아래에 있는 알 수 없는 소스의 맛은 또 어떤가! 이 작은 레스토랑의 셰프는 영화 '라따뚜이'에 나오는 주인공 쥐처럼 요리에 있어서 타고난 감각이 있는 듯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감동을 전달하는 능력, 그 적절한 밸런스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이렇게 야들야들, 쫄깃쫄깃하고 입안을 행복으로 가득 메우는 맛!



이어서 나온 파스타. 알덴테의 교과서 같은 익힘이었다. 씹는 맛이 있어서 씹을수록 점점 더 파스타의 밀 맛 자체가 고소하게 입안에 퍼졌다. 동시에 과하지 않은 소스의 맛까지 파스타 안 깊숙이 퍼져 있었다.



좋은 건 크게 보자!



우리가 침 흘리며 메인 요리를 기다리는 찰나, 파스타 한 접시가 쓱 나왔다. 응? 파스타가 두 개 포함되어 있는 코스였나? 의문이 드는 시점에 서비스로 한 접시 주는 거라고 웨이터이자 셰프의 와이프가 설명해주었다. 이탈리아 시골 인심, 한국 시골 인심만큼 좋은 것 같다.



배가 부르면서도 여기까지 나온 모든 디쉬를 싹 비운 우리. 드디어 메인 요리인 고등어 구이가 등장했다. 고등어구이, 한국에서 참 흔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방심하고 한 입을 먹어서인지, 이 고등어구이도 정말 맛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등어와 곁들여진 파프리카와 알 수 없는 소스를 함께 입에 넣자 행복한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가히 유럽에서 맛본 메인 요리 중에 최고!



디저트까지 서비스로 한 개 더 준 셰프님! 우리 가족이 세 번에 걸쳐서 온 이야기를 들려주자 짐짓 놀란 듯했다.


상큼한 레몬 소르베
에트나 화산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디저트. 베리 퓨레와 치즈를 견과류와 곁들였다.


이렇게 안 아까운 식사 비용은 또 처음이다. 언젠가 또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리카타에 방문하고 싶을 정도다. 매 시즌마다 시즌 메뉴를 다르게 선보인다고 하니 질릴 일도 없을 듯하다.



시칠리아에 온 미식가라면, 이곳을 놓치지 말고 들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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