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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Feb 17. 2024

[아그리젠토] 시칠리아, 시칠리아!

이탈리아의 보물섬, 시칠리아 ~ 아그리젠토 1/2


신들의 숨결이 머무는 도시, 아그리젠토



리카타에서의 만찬을 뒤로 하고 우리는 시칠리아 여행 중 가장 고대했던 도시, Agrigento 아그리젠토로 향했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고대 그리스 문명의 흔적과 역사, 낭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그리젠토는 기원전 5세기부터 인구 20만명에서 80만명이 거주하던 거대 도시였으며 옛부터 아름다운 곳으로 칭해졌다고 한다. 지금 가봐도 살면서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할 만큼 감탄을 자아내는 아그리젠토의 매력 속에 빠져보자.


아그리젠토는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식민지배 당시의 유적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Valle dei Templi 신전들의 계곡에 특히 대부분의 고고학 유적들이 모여있는데, 여러 가지로 이 유적지 안에 있는 숙소 Hotel Villa Athena 호텔 빌라 아테나를 추천한다.



Hotel Villa Athena

Via Passeggiata Archeologica, 33, 92100 Agrigento AG, 이탈리아

https://goo.gl/maps/S8dYAjAXQhqKJDUL6




휴양지 느낌과 클래식한 느낌이 공존하는 호텔 빌라 아테네의 입구



로비도 멋스럽다. 과하지 않고, 트렌디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되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제이드 녹색과 베이지 색의 조화.



이 호텔은 유일하게 신전들의 계곡 유적지 안에 있어서 성수기에 방문하려면 예약이 치열하니 미리 미리 예약해두자.



러블리하고 심플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부분이 있는 객실. 테이블에 알록달록한 시칠리아 전통 과자들이 마련되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감동!



사실 이곳의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신전이 보이는 야외 풀!



살면서 수 천년 전의 인류의 숨결이 느껴지는 신전을 배경으로 수영할 날이 그리 자주(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풀에 뛰어들었었다.



오들오들 떨면 좀 어때?



해가 스멀 스멀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풀을 나와 슬슬 신들의 계곡을 보러 나섰다.




신들의 계곡


아그리젠토 남쪽에 있는 신들의 계곡은 사실 계곡이 아니라 '산등성이'인데 이름이 잘못지어진 것 같다고 한다. 어쨌든 이곳은 도리아식으로 지어진 일곱 개의 그리스 신전을 포함하는 영역으로, 사람들은 거의 이 유물들을 보러 아그리젠토에 온다. 그 중 가장 잘 보전된 신전은 헤라의 신전과 콩코르디아 신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숙소의 장점 #2. 공짜로 신들의 계곡으로 갈 수 있다!



호텔 프론트에 신들의 계곡에 가겠다고 말하면 뒷길(?)로 슥 안내해준다. 우리는 뭔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 듯한 기분을 즐기며 선인장들이 즐비한 땅을 지나 신들의 계곡으로 걸어갔다. 선선한 바람이 참 기분 좋았다. 시칠리아는 늦가을에 여행 오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Tempio della Concordia 뗌삐오 델라 꽁꼬르디아. (콘코드 신전)



440-430 BC에 건축된 콩코르디아 신전은 13개의 기둥 컬럼으로 지탱되도록 도리아식으로 지어졌다. 콩코르디아 신전의 보존 상태는 보시다시피 매우 양호한데, 이는 6세기 후반에 성 베드로와 바울을 위한 교회로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에서 사용하고 있는 로고가 이 신전에서 따온 이미지라고 하며, 이만큼 잘 보존된 신전은 그리스에서도 보기 드물다고 한다.



해질 무렵의 아그리젠토는 낭만이 배가된다.



해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사진에는 다 담을 수 없는 것 같다.



콩코르디아 신전 앞에서는 추락한 이카루스 동상을 볼 수 있다. 폴란드의 예술가 Igor Mitoraj의 작품으로, 시간이 흐른 후 현대에 이르러 설치된 작품인데도 이질감 없이 풍경에 녹아든다. 이카루스는 신화에서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날아가던 중 아버지가 경고했음에도 욕심을 부려 높이 날다가 햇빛에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인물이다. 비록 떨어져 운명을 달리했지만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있는 모습이 왠지 덧없고도 안쓰러운 것이, 왠지 우리네 군상과도 비슷해서 같다. 우리도 무엇이 위험하고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할 때가 있지 않나? 또 삶의 필연적 결말인 죽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원치 않는 일에 삶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후회하지 않나? 괜히 센치해지는 풍경이었다.



콩코르디아 신전의 뒷모습. 마치 어제 지어진 신전처럼 뒷부분도 멀쩡하게 보존되어 있다.



실제로 보면 더 멋진 풍경. 해질녘에 방문하니 더 멋있었다. 뭔가 그 옛날 먼 그 시절로 잠깐 시공간 이동을 하고 온 기분.



신들의 계곡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다음으로 본 것은 템피오 디 에르콜레(헤라클레스 신전).



해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보는 유적지.



워낙 인상적이었던 곳이라서 수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모습.



유적지를 보며 돌아다닐 때는 이 설명들을 전부 천천히 읽기 힘들어서 미리 공부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수많은 유적지를 돌아다녔지만, 역시 그 중에서도 아그리젠토는 유독 아름답고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이기도 하고, 자연 속에서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웅장함을 자아냈다. 아그리젠토, 언젠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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