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에서의 첫날, 성공적 마무리
관광 코스 중에선 아테네 관광 첫 날의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아크로폴리스를 구경하고 슬렁슬렁 20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는 이곳은 아크로폴리스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30 21 0900 0900
https://goo.gl/maps/Yt2QasUbd4m84hxt6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뒷뜰에 사는 거북이. 자세히 보면 가운데에 풀밭을 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2009년도에 오픈한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의 입장권은 10유로다.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되도록 시간 순서대로 볼 수 있도록 전시가 되어있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안의 입구 모습. 특이하게 입구에서 비스듬하게 언덕진 공간을 쭉 걸어들어가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발굴된 유물을 마치 아크로폴리스 언덕을 올라가는 것처럼 연출한 것이다.
1층 입구에 전시된 이 유물들은 종교적 목적으로 바쳐진 것들이다. 향유나 보석, 화장품 등을 담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들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2층에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페디먼트의 일부분.
송아지를 메고 있는 동상의 모습.
사실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있다면 바로 앞서 방문한 에렉테이온 신전의 6명의 처녀 동상들의 원본이다.
총 5개의 조각상이 여기 전시되어 있고 나머지 하나는 영국에서 돌려주지 않아서 그 자리가 비어있다. 자세히 보면 각 조각상마다 옷과 장식품, 머리 모양 등의 디테일이 다르다.
뮤지엄 안에서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다이닝 카페의 모습. 바로 아크로폴리스를 보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파르테논 뷰! 하지만 우리는 방금 점심을 먹었으므로 구경만 하고 패스.
이 박물관에서 처녀 조각상 다음으로 유명한 건 3층에 전시된 파르테논 신전의 지붕 장식들의 원본과 모형들이다. 이 건물 3층은 아예 파르테논의 실제 크기에 맞춰 지어졌으며 모든 지붕 장식품들도 실제 건축물에서의 위치에 맞추어 전시되어 있다.
파르테논을 장식한 조각품들 중에도 상당수를 영국의 대영박물관에서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아테네의 보물 같은 유적들을 영국에서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반환을 요청했더니 전시 공간이 없지 않냐는 핑계로 거절하여 이 박물관을 짓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돌려주지 않은 영국..!
이 파르테논 신전 서쪽 지붕 부분의 페디먼트는 아테네 도시의 주된 신이 되기 위해 싸우는 아테나와 포세이돈의 격돌을 표현해냈다.
왼쪽으로는 니케, 헤르메스 등 아테네의 아군들이, 오른쪽으로는 포세이돈의 아군들이 줄지어 있다. 이때 아테네에 채택 받기 위해 아테나는 올리브 나무를 선사했고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짠 물이 있는 호수를 선사했는데 결국 아테나가 승리했다고 한다.
이 페디먼트의 양쪽 끝은 아테네의 물의 신들이 장식하고 있는데, 왼쪽의 강의 신 옆에는 아테네의 왕이었던 키크롭스와 그의 세 딸들이 있다.
파르테논 신전 동쪽의 지붕 삼각 부분의 페디먼트. 아테나의 탄생을 조각으로 나타낸 이 조각들은 대부분 파괴되거나 분실되어 양쪽 코너의 조각들만 일부 남아 있다.
그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조각들로, 왼쪽 코너에는 태양이 뜨는 것을 나타내는 Tethrippa of Helios가 새벽을 알리며 전차를 끌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힘찬 말들과 함께 묘사되어 있고 오른쪽 코너에는 Selene이 말들과 함께 하루의 끝에 힘겹게 내려가고 있다.
이 페디먼트의 중앙에는 제우스 신과 아테나 여신이 있으며 제우스 측에는 가까운 신인 헤라, 헤파이스토스 혹은 프로메테우스 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테나 여신의 출생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듯이 자신의 아버지인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고 튀어나왔다고 한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는 지혜의 여신인 메티스가 임신했을 때 그녀를 삼켰고, 아이가 태어날 때가 되었을 때 엄청난 두통을 느끼곤 헤파이스토스에게 머리를 도끼로 깨서 열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완전 무장한 상태의 성인 모습인 아테나 여신이 태어났으며 이 파르테논 동쪽 페디먼트에서는 아테나에게 왕관을 씌워주려는 날개 달린 승리의 여신 니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파르테논 신전의 온전한 모습을 구현해낸 모형. 실제 저 시대에 파르테논 신전을 보았더라면 얼마나 웅장했을지 상상해볼 수 있다. 사실 이 3층의 가장 묘미는 파르테논 신전을 둘러싼 기둥 위 장식인 프리즈와 메토프인데, 사진을 미처 찍지 못하여 위키피디아의 도움을 받아서 적어본다. 이런 설명 없이 구경만 하면 잘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메토프(metopes)는 그리스의 도리아식 기둥 위를 장식하는 정사각형 모양의 장식물로 트라이글리프(triglyphs)라는 세로로 된 구분 기둥 사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안에 여러 이야기나 인물이 조각되어 있다.
파르테논의 메토프는 원래 92개였는데 상당수가 서기 6~7세기 쯤 파르테논이 교회로 쓰이게 되었을 때 기독교인들에게 우상파괴(iconoclasm) 운동의 일부로서 파괴되고 분실되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는 나머지 일부만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의 건축물 중 이렇게나 많은 메토프로 장식된 것은 파르테논이 유일하다. 주로 메토프 안에는 2명의 등장인물이 새겨져 있는데, 많이 파괴되었다 보니 현재는 그 의미에 대해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파르테논의 메토프들은 건물 한쪽 면마다 다른 테마를 다루고 있다. 건물 서쪽 면에는 아마존 여전사들과 고대 그리스인들의 전쟁(Amazonomachy)이, 북쪽에는 트로이의 멸망이, 동쪽에는 그리스 신들과 거인들의 전쟁(Gigantomachy)이, 남쪽에는 켄타우로스들과 라피스(Lapiths)들의 전쟁이 조각되어 있다.
위의 전쟁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질서와 혼돈, 인간과 동물, 문명과 비문명(barbarism)을 테마로 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아테네가 승리를 거두었던 기원전 5세기 경의 아케메니드 왕국과의 페르시아 전쟁(Greco-Persian Wars or Median Wars)을 비유해서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위키피디아랑 그리스 관련 전공하신 분의 오디오 가이드를 참고해서 작성함. 참, 이 오디오북에서 그리스 주요 유적들 설명해줘서 쓸모 있었음)
파르테논은 위와 같이 바깥의 도리아식 기둥들과 그 안쪽의 이오니아식 기둥들로 이중으로 기둥이 감싸고 있다.
건물의 바깥쪽의 메토프와 도리아식 기둥의 안쪽에 있는 이오니아식 기둥 위에 장식된 프리즈는 80% 정도가 보존되어 메토프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이 역시 대부분 대영박물관에 서 보유하고 있다.
프리즈에 있는 장식은 4년마다 열린 Panathenaic Games(아테네의 큰 종교적 페스티벌이자 세레모니. 운동 경기와 문화 행사가 함께 진행되었음)의 행렬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지하에 보존된 옛 도시의 모습을 보면 박물관 구경은 끝!
서기 2세기 경에는 대부분이 집에 화장실을 두었는데, 공공 화장실 또한 따로 지어졌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1층 외부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다.
서기 4~5세기 경 지어진 집도 그 잔재를 구경할 수 있다. 놀랍게도 이 당시에도 수로를 집집마다 잘 연결하여 화장실과 식당 등에서 잘 활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중산층이 거주한 것으로 보이는 집. 꽤 크다!
아테네 곳곳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찾을 수 있는 고양이들 : 3
이제 박물관에서 나와 아테네 시내를 구경하며 잠시 기념품을 쇼핑했다. 그리스에서 사갈 만한 기념품으로는 꿀, 그리스 조각 장식품이나 자석(조악한 것도 있어서 잘 골라야 함), 그리스 전통 과자, 절인 올리브, 샤워볼로 사용하는 천연 해면 등이 있다.
깊은 역사와 유적을 자랑하는 그리스에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념품들. 저런 자석들은 가격도 2유로 정도라 안 비싸다.
시내로 이동할수록 늘어나는 인파. 덥지만 운치 있어서인지 유럽 어딜 가도 테라스 식당과 카페들이 인기다.
잠깐 멈춰서 맛본 젤라또.
민트 초코맛을 특이하게 After 8이라고 표현하는 곳이 그리스에 많다.
이날 먹은 식사는 사실 그냥 그랬다. 큰 기대를 안고 구글 평점과 리뷰를 참고해서 예약했던 곳인데 나쁜 맛은 아니었지만 가성비나 서비스, 위치 측면에서 더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근데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음식이 너무 짰다는 것! 그리스 가면 음식이 우리 입맛에 짠 경우가 많기에 항상 덜 짜게 해달라고 “리고떼로 알미로!!!” 울부짖어야 한다. 매우 강조해야 겨우 적당해지는 짠 맛..ㅠ.ㅠ
Aleria Restaurant
+30 21 0522 2633
https://goo.gl/maps/nHz6bJ8aLu7KL1Ey6
외관의 모습. 거의 못 찾을 뻔 했다. 랜덤한 차이니즈 타운 같은 곳에 덩그러니 있다.
저녁 코스 메뉴. 코스로만 식사가 가능해서 일단 육류와 해산물 코스일지 야채 위주 코스일지 고르고 5개 요리를 먹을지 6개 요리를 먹을지 골라야 한다. 이후 치즈 코스는 9유로를 내면 추가 가능하고, 와인 페어링도 기본과 프리미엄이 나뉘어 있다. 우리는 Earth and Sea 메뉴로 5코스와 6코스로 나눠서 선택하고 와인을 따로 시켜서 먹었다.
우리가 주문한 첫 번째 와인. 12.5% 도수의 내추럴 화이트 와인으로 Robola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졌다. 나름대로 그리스 와인 공부를 하고 와서 프레쉬하고 해산물 전채와 잘 어울리는 그리스 로컬 화이트 와인을 추천 받았는데 무난했던 것 같다.
간단한 식전 요리. 식자재나 조합 자체는 괜찮은데 이때부터 뭔가 음식이 짠 것을 느꼈다. 이때라도 주방에 요리를 안 짜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했어야 하는데…그리스 첫 날이라서 짜봤자 얼마나 짜겠어 싶어서 방심했던 것 같다.
빵이랑 버터는 맛있었다.
두 번째로 시킨 레드 와인. 14도 정도 도수에 그리스 품종인 아유르이티코 100%로 만들어져 있다. Barafakas Winery에서 만드는 것으로 나름대로 브뤼셀 와인 콩쿠르 상도 탔다.
펜넬과 애플, 카모마일을 곁들인 크랩. 상큼하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맛.
소고기와 딜이 들어간 타르타르. 약간 육회 같기도 하고. 그리스 사람들도 고기를 날 것으로 버무려 먹는구나 싶었다.
밤과 블랙 트러플이 들어간 펌킨 무스 요리. 밤의 고소함이 잘 어울려서 좀 짜지만 맛있게 싹싹 먹었다.
나름 와인 디캔팅도 해주었다. 그리스 와인 자체가 그런데 우리 한국인 입맛엔 상당히 시다는 것을 이때는 우리가 와인을 잘못 추천 받을 줄로만 알고 넘겼더랬다.
바깥의 가든과 이어져 분위기가 좋아서 인기가 많은 듯 했던. 확실히 로맨틱한 무드로 식사하기엔 나쁘지 않다.
이날의 생선 요리와 당근, 렌틸콩, 시금치 퓨레. 생선 자체는 신선하고 부드럽고 좋았다.
양파와 버섯을 곁들인 양고기 요리. 나는 그래도 다 먹었지만 일행은 너무 짜서 남겼다는…!ㅠ.ㅠ
마무리는 디저트로 헤이즐넛, 로즈마리, 마운틴 티 소르베를 곁들인 초콜릿 가나슈. 디저트는 짤 수 없으니 잘 먹었다.
와인 두 병과 2명은 5코스, 2명은 6코스 식사를 한 값은 420유로. 그리스 물가 치고는 싸지 않은 가격이다. 그 중 와인은 첫 날이라 신나서 50유로 대 하나, 70유로 대 하나를 시켰는데 다른 곳 가서 보니 더 싸게 괜찮은 와인을 마실 수 있더라.
다시 숙소 앞으로 돌아왔는데 바로 앞 카페 겸 바는 이날도 인기 만점이라 만석이었다. 신기한 컨셉이야 참.
이대로 첫 날 밤을 보내기 아쉬워서 숙소의 루프탑 바로 이동했다. 파르테논이 바로 보이는 뷰 때문에 이 바도 인기가 많아서 겨우 자리를 하나 잡았다.
Elia Ermou Athens Hotel
+30 21 0325 0100
https://goo.gl/maps/uQAtfuDkBduXB9fQ7
파르테논이 보이는 시내의 적당한 루프탑 바를 못 찾았다면 여기로 와도 좋을 것 같다.
지금 봐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뷰다. 어찌보면 바로 코앞에서 보는 것보다 이렇게 떨어져서 전체 풍경을 조망하는 것이 더 운치 있고 아테네 도시를 기억할 때 떠오를 모습인 것 같다.
그리스의 산토리니에서 만드는 달달한 와인 빈산토(Vinsanto)와 모히또, 그리스 로컬 맥주인 알파를 마시며 “스띠-니야마-스!(그리스어로 건배)”를 외쳤던 이 날 밤.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어질 그리스 여행의 첫 날치고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친 기분 좋은 밤이었다.
깔리스뻬-라!(굿이브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