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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Jul 16. 2019

[시라쿠사] 시칠리아, 시칠리아!

이탈리아의 보물섬, 시칠리아 ~ 시라쿠사 1/2편


시칠리아는 작지만 개성 넘치는 작은 도시들에 1박씩 머무르며 여행하기에 딱 좋은 지중해 최대의 섬이다. 신혼여행으로 시칠리아 곳곳을 8일간 여행한 기행문 '시칠리아, 시칠리아'의 첫 번째 이야기는 시칠리아 동부 해안에 위치한 항구도시 카타니아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이번 이야기는 카타니아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시칠리아의 남동부 해안의 아름다운 도시, 시라쿠사를 배경으로 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시라쿠사는 낭만적인 골목길 사이사이를 누비며 유적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보석 같은 곳이다.







시칠리아 여행 동선

여행의 순서와 도시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여행 동선을 다시 첨부한다.


아래는 우리 부부가 직접 시칠리아를 8일 동안 여행한 동선이다. 시간의 제약과 렌터카로 하루에 3시간 이상은 운전하지 않기 위해 고심한 끝에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인 팔레르모를 빼고 시칠리아의 동부, 중심부를 중심으로 계획을 짰으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부부의 시칠리아 여행기는 우선 시칠리아 동부 해안에 위치한 항구도시 카타니아에서 시작하여 시라쿠사로 이어진다.


카타니아 CATANIA (2박) – 시라쿠사 SIRACUSA (1박) – 노토 NOTO (점심) – 라구사 RAGUSA (1박) – 리카타 LICATA (점심) – 아그리젠토 AGRIGENTO (1박) – 엔나 ENNA (점심) – 체팔루 CEFALÙ (1박) – 메시나 MESSINA (점심) –타오르미나 TAORMINA (2박) – 카타니아 공항 출국








낭만적인 유네스코 도시, 시라쿠사(Siracusa)

골목 골목 재미 있게 탐방할 수 있는 시라쿠사에 입문해보라!


시라쿠사의 중심지에 위치한 대성당, 두오모 광장의 모습


많은 고고학적 유산들과 미술, 건축, 역사적 의의로 잘 알려진 관광지인 시라쿠사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인이 도시를 건설했던 BC 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말 까마득한 시간이다!) 이후에 시라쿠사는 로마, 비잔틴제국, 이슬람 왕조, 노르만족, 부르봉 왕조에 지배당하면서 다채로운 문화적 색채를 띠게 되었다. 1693년도에 일어난 거대한 지진 이후에 도시의 상당 부분이 재건되면서 후기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1693년 대재앙은 정말 수많은 시칠리아 도시를 뿌셨다!


시라쿠사는 신시가지구시가지인 오르티자(Ortigia) 섬으로 나뉘며, 신시가지에 있는 고고학 공원과 구시가지의 두오모, 산타 루치아 알라 바디아 성당, 아레투사의 샘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고고학 공원도 시라쿠사의 잘 알려진 관광지이지만 우리 부부는 과감하게 이를 생략하고 오르티자 섬을 집중 공략하기로 하였다.






시라쿠사의 구시가지, 오르티자를 걷다





골목길을 헤매며 구경하기에 딱인 작은 섬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던 시라쿠사 오르티자 섬의 골목골목
골목 사이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시칠리아의 진짜 매력은 골목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사람이 많은 골목은 보는 재미가 있고, 한적한 골목은 멋이 있다.



돼지로드 규칙 #3. 이탈리아에서는 무조건 1일 1젤라또를 먹는다



걷고 또 걷다가 두오모 광장의 아이스크림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기자기하게 녹색과 황토색이 어우러진 시라쿠사의 골목길


오르티자 섬은 굳이 지도를 보며 관광 스폿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골목길을 헤매며 구경하기에 딱인 작은 섬이다. 이국적인 선인장들과 알록달록한 가정집 건물들,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가 ‘시칠리아’ 다운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타 이탈리아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두오모를 중심으로 다양한 샵과 레스토랑, 카페, 호텔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두오모에서 출발하여 어슬렁어슬렁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대충 시내를 파악할 수 있다.


https://goo.gl/maps/GestASyLYquwyQH67

고풍스러운 시라쿠사 두오모
두오모 광장에서의 나
두오모 광장에서 멋스러운 핑크 수트를 입은 이탈리안 할아버지. 이런 색의 수트를 소화할 수 있는 할아버지는 이탈리안밖에 없을 것 같다.


시라쿠사 두오모를 지키는 성 베드로

 

시라쿠사의 두오모는 BC 5세기에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아테나 신전으로 지어졌지만 이후 성당으로 개조되었다가 모스크, 다시 성당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도시의 역사적 부침과 함께 한 유서 깊은 성당이기에 시라쿠사 최고의 바로크 건축물이자 상징물로 꼽히고 있다. 성 베드로와 사도 바오로의 조각상이 성당 입구를 지키고 있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상징적으로 천국으로 가는 열쇠와 성서를 들고 있는 자가 베드로(Peter 피터라고도 한다)이고 칼을 쥐고 있는 자가 바오로(Paul 폴이라고도 할 수 있다)라고 한다. 베드로는 좀 범생이고 바오로는 칼재비(?)인가보다.



탁 트인 시라쿠사 바다를 보고 마음까지 뻥!
이후에 걸어서 보았던 시라쿠사의 바다의 다른 쪽


두오모에서 골목길로 접어들어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향하다 보니 어느새 탁 트인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옆엔 관광 스폿인 아레투사의 샘 근처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런데 사실 아레투사의 샘보다는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더 마음을 사로잡았다.


https://goo.gl/maps/p3oWKSg1tHf1gSeT8 

재미있는 신화가 담겨 있는 아레투사의 샘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동안 다양한 신화적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아레투사의 샘에도 재미있는 전설이 담겨 있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시녀 아레투사에게 반한 강의 신 알페이오스가 그녀를 쫓자 아르테미스가 도망치던 아레투사를 도와 물로 변하게 하여 아레투사의 샘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확실히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샘이 아주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생긴 게 낭만적인 기운이 샘에 맴도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알페이오스가 싫어도 그렇지, 물로 변신시켜서 구애자를 피하도록 하는 게 과연 진정으로 아레투사를 위하는 선택이었는지 아르테미스의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그냥 예쁜 시녀를 제거한 거 아니야? 어쨌든 그 덕분에(?) 아레투사는 신비로운 모습으로 오래도록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사랑받게 되었다.







두오모 뒤에 위치한 숙소, Antico Hotel Roma 1880





시라쿠사 골목골목을 둘러본 우리는 일단 숙소에 체크인을 하러 들렀다. 시라쿠사 두오모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한 Antico Hotel Roma 1880는 오래되었지만 아늑한 인테리어와 테라스에서 두오모 옆 골목이 내다보이는 끝내주는 뷰 덕분에 여행 이후에도 우리 부부가 종종 떠올렸던 곳이다. 위치도 시내 중심지라 편리하고 사랑스러운 숙소로, 시라쿠사에 간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다.


https://goo.gl/maps/JHtjPiSF4kr6JytQA

Hotel Roma의 입구와 아늑한 우리 방
우리 방의 테라스에서 내다보였던 모습
두오모 옆 골목이 내다보이는 테라스








훌륭했던 시라쿠사에서의 점심

2PM @ Don Camillo


상당히 늦은 시간에 점심을 먹으로 이동한 우리. 굶주릴 만큼 굶주린 상태였지만 눈에 보이는 아무 데나 가기보다는 전에 미리 찾아둔 맛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Don Camillo라는 1985년에 생긴 레스토랑이다.


https://goo.gl/maps/zKnRES1vH2YdG2dKA 



시칠리아에 가야 할 이유에서 시칠리아 요리가 빠지면 섭섭하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 쌓인 시칠리아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날 것으로도, 익혀서도 즐기기 때문에 평소 양식이 헤비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사람이라도 시칠리아에서의 식사는 십분 즐길 수 있다. 심지어 해산물 요리를 메인으로 잘 시키지 않던 나조차도 시칠리아에서 맛본 해산물 메인 요리에 반해버렸을 정도다. (실제로 어딜 가도 육류 메인 요리만 시키던 내가 시칠리아 여행을 기점으로 해산물 메인 요리를 시키기 시작했다.) 따뜻한 지중해풍 기후에서 무럭무럭 자란 토마토와 바질, 파프리카, 올리브 등을 듬뿍 넣어 만든 요리는 느끼한 크림소스에 취약한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Don Camillo 레스토랑의 내부


맛있었던 에트나 지역의 로컬 화이트 맥주, Ulysses를 직접 따서 서빙해주는 직원


시칠리아가 맥주까지 맛있을 줄이야!



성게알(우니)과 새우를 활용한 싱그러운 전채요리
타조알처럼 컸던 대왕 아란치니(치즈 등을 넣은 리조또를 동그랗게 만들어 튀긴 요리)
아란치니의 안은 이렇게 생겼다. 기본적으로 리조또를 튀기지만 그 안에 다른 재료가 함께 들어가기도 한다.


시칠리아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시칠리아 전통 요리, 아란치니(Arancini)

아란치니는 치즈 등을 넣은 리조또를 동그랗게 만들어 튀긴 요리이다.  기본적으로 리조또를 튀기지만 위의 사진에서처럼 그 안에 다른 재료가 함께 들어가기도 한다. 아란치니의 본거지는 노토(Noto)라는 시칠리아 소도시라고 한다. 이탈리아어로 오렌지를 '아란치아(Arancia)'라고 하는데, Arancini는 원래 '작은 오렌지'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떤 것의 작은 버전을 칭할 때 -ino, -ini라는 어미를 단어 끝에 붙인다.) 작은 오렌지처럼 노릇하고 동그란 모양에서 붙은 이름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현지 이탈리안 음식을 추구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아란치니를 선보여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얻어가는 중이다.


라구 파스타
깨가 잔뜩 뿌려져 있던 독특한 파스타


이 외에도 우리가 점심 식사를 할 만한 곳으로 찾아둔 곳들을 공유한다.

- Caseificio Borderi
- A Putia Delle Cose Buone








여유로운 오후의 산책


배도 채웠고 해는 중천에 떠있고, 여행지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양심상 점심에 먹은 음식을 만회하고자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또 다시 무작정 시칠리아의 거리를 걸었다.


걷다가 발견한 유적지
탁 트인 넓은 유적지의 모습. 예전엔 누가 이곳에 살았을까?
걷다 걷다 강 같은 바다를 만났다. 한가로이 노를 젓는 이들이 즐거워보인다.



날씨가, 끝내줘요!



아담한 Piazza Archimede(삐아짜 아르끼메데: 아르키메데스 광장)에 자리한 분수


한참을 땡볕에서 걸렀던 우리는 아르키메데스 광장의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두 잔씩 해치웠다.
커피 네 잔에 9.50유로. 나쁘지 않다.


아기자기한 분수가 있는 Piazza Archimede(삐아짜 아르끼메데: 아르키메데스 광장)의 Café Archimede에서 우리는 잠시 목을 축였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를 참 좋아하는지 곳곳에 작은 (카페 바: 커피와 술 둘 다를 파는 카페 겸 바. 종종 버스 티켓이나 담배 등 다른 것들도 판다.)들이 도포해있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이 근래 10년, 20년 사이에 꽃을 피웠다면 이탈리아는 훨씬 더 오래 커피와 함께 살아온 것 같다. 한국에 체인 카페들이 많은 것에 비해 이탈리아에는 자영업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카페 바가 대부분이고 전체 커피 소비량의 대부분이 집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지금도 전체 커피 시장의 약 90%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독립 카페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탈리아에 살던 10년 전에는 스타벅스 등 카페 체인점이 아예 이탈리아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즐기고픈 사람들을 위해 잠시 이탈리아의 카페 바의 메뉴와 간단한 어휘를 소개한다.


Caffé (혹은 Espresso): 에스쁘레소. 아기가 마실 것 같은 아주 작은 잔에 진하게 나오고 이탈리인들은 설탕을 넣어서도 자주 즐긴다.

Caffé doppio: 까페도삐오. 에스프레소 더블샷이다. 오늘 밤 자지 않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를 때 추천.

Caffè lungo: 까페룽고. 룽고(lungo)는 길다는 뜻이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더 오래, 길게 추출해서 그만큼 양도 늘고 카페인도 늘어난 커피이다.

Cappuccino: 까푸치노. 대표적인 이탈리안 커피이다. 이탈리아인들이 거의 오전에만 빵과 함께, 혹은 단독으로 즐기는 메뉴로 1/3이 조금 길게 뽑은 에스프레소, 1/3이 우유, 나머지 1/3이 거품이다.

Caffé Latte: 까페라떼. 카푸치노와 함께 이탈리아인들이 주로 오전에만 즐기는 헤비한 메뉴로 1/3 에스프레소에 2/3 우유를 넣어 든든한 커피다.

Marocchino: 마로끼노. 유리잔에 에스프레소 샷과 우유거품, 카카오 혹은 다크초콜릿파우더나 핫초코를 함께 담은 커피.

Shakerato: 샤케라또. 에프레소를 얼음과 함께 흔들어 섞어서 시럽을 더하고 주로 마티니잔이나 다른 칵테일잔에 담아서 마시는 이탈리아의 여름 대표 커피 메뉴이다.

Caffè d’Orzo: 까페도르쪼. 보리를 사용해서 만든 무카페인 커피다. 밤에 커피가 땡기거나 카페인을 잘 못 섭취하는 경우에 추천한다. 구수한 차 같은 맛과 커피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

* Caldo(깔도)는 뜨거운 것, Freddo(프레도)는 차가운 것, Con hielo(꼰이엘로)는 얼음을 더한 것이다. 만약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다면 "Un caffé americano con hielo, per favore"(운 까페 아메리까노 꼰 이엘로, 뻬르 파보레)라고 주문하면 된다.



시라쿠사 두오모 광장



이어지는 시라쿠사 2/2편에서는 시라쿠사에서 만난 아기자기한 라이프스타일 샵과 로맨틱한 저녁식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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