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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Jul 16. 2019

[시라쿠사] 시칠리아, 시칠리아!

이탈리아의 보물섬, 시칠리아 ~ 시라쿠사 2/2편

무어인의 머리

시칠리아에 왔다면 반드시 보게 되는 묘한 머리 한 쌍..!


시라쿠사에서 접한 가장 묘한 오브제는 무어인의 머리(Moorish Head)이었다. 시라쿠사의 골목길을 거닐며 수없이 목격한 머리 모양의 화분(Pot Head라고도 불린다)은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목이 잘린 남녀의 머리가 나란히 놓인 그로테스크한 모양 때문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알고 보니 여기에도 역사의 흔적이 묻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시칠리아 사람들도 이야기를 참 좋아하나보다

 


11세기경 아프리카에서 시칠리아로 넘어온 이슬람 문명의 지배를 받은 시라쿠사는 이슬람인, 혹은 무어인으로부터 형형색색의 도자기를 굽는 기술과 아름다운 이슬람 문양과 기호 등의 기술적, 문화적 자산을 전수받았다. 무어인의 머리 이야기도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한 무어인 남성이 정원을 가꾸는 시칠리아 여인을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시작부터 왠지 그의 운명이 예상되어 등골이 오싹! 그의 열렬한 구애 끝에 연인이 된 이들의 사랑은 그가 사실 모국에 처자식을 둔 유부남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파탄을 맞이한다. 그의 거짓말에 배신감과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그를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던 그녀는 (여기까지는 수긍이 되는 이야기) 그의 머리를 잘라 자신의 정원에 두고 바질을 심어 키운다. (그런데 여기서 찾아온 특이점!) 무어인의 머리 화분에서 바질이 유독 잘 자라는 것을 본 이웃들이 그 모습을 본 따 무어인의 머리 도자기 화분을 만들어서(특이점2) 식물을 키우면서 시칠리아 곳곳으로 무어인의 머리로 만든 화분과 장식품들이 퍼졌다고 한다.


짧지만 강렬한 사랑과 배신 이야기를 듣고 나자, 무어인의 머리로 된 뭐라도 기념품으로 사 가야겠다는 생각에 시칠리아 뒷골목에서 발견한 멋진 라이프스타일 샵 articreati(아르띠 끄레아띠)에서 무어인의 머리 모양의 소금 후추 통을 샀다.


시칠리아만의 느낌이 담긴 센스 있는 기념품을 사가고 싶다면 articreati를 추천한다


https://goo.gl/maps/wMMmVQGTtY9wqzXd8

시라쿠사의 뒷골목에서 발견한 위트 넘치는 라이프스타일 샵, articreati
articreati의 여러 가지 도자기 작품들
시칠리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남성과 여성의 머리 모티프



소장하고픈 예쁜 쓰레기가 가득!



남성과 여성의 머리 도자기와 함께 눈에 잘 띄는 아티초크하트(artichoke heart) 같이 생긴 모형
우리는 여기서 남성과 여성 머리 모양의 소금과 후추통을 샀다.
그때 산 무어인의 머리 소금 후추통







시라쿠사에서의 로맨틱한 만찬

7:30PM @ Regina Lucia


골목 구경과 쇼핑을 마치자 어느새 거리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나에게 시라쿠사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묻는다면, 아마 해가 뉘엿뉘엿 지는 때부터 완전한 어둠이 오기 전까지의 시간대라고 답할 것이다.


낭만이 골목 골목을 가득 채운 시라쿠사


호텔 테라스에서 내다본 거리의 모습
사람들이 하나 둘씩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있다.
어둠이 드리운 시라쿠사 두오모 광장


우리는 슬렁슬렁 7시 반으로 예약해둔 저녁을 먹으러 두오모 광장에 있는 Regina Lucia(레지나 루치아) 레스토랑으로 걸어갔다. 호텔에서 3분 쯤 거리에 있는 미슐랭 플레이트 레스토랑으로, 이름은 '여왕 루치아'이라는 뜻이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자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https://goo.gl/maps/GqGhCD3Tyc1nBcYWA

이날 우리의 만찬 장소였던 Regina Lucia(레지나 루치아) 레스토랑의 입구
동굴처럼 아늑한 레스토랑 실내
열심히 메뉴를 고심하는 모습
로맨틱한 분위기의 레스토랑 곳곳에 무어인의 머리가 보인다.
메뉴판
영어로 된 메뉴가 있는 곳이었다.
와인 메뉴판
기본으로 제공된 에피타이저
식사를 앞두고 행복해하던 모습. 하지만 이날 왠일인지 배탈이 나서 ㅠㅠ 고생했다.
맛있었던 시칠리안 로제 와인 (28유로)
에피타이저로 시킨 마티니 잔에 담은 모짜렐라 크림, 방울토마토, 생새우 (18유로)
별거 아닌 것 같은 메뉴인데도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한 장 더 올린다.
민트와 감자 크림 위에 올린 구운 문어 (18유로)



쫄깃 탱탱한 까바띠 파스타!



시칠리안 페스토 소스와 새우, 훈제 청새치를 곁들인 까바띠 파스타 (19유로)
잿방어와 근대, 방울토마토 (21유로)
화려한 인테리어와 무어인의 머리, 그리고 영수증


레지나 루치아에서의 저녁 식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스러웠다. 문어, 잿방어 등 모든 해산물이 신선했고 적절하게 조리되어 있었고, Cavati(까바띠: 보리 모양의 파스타)도 쫄깃한 것이 아주 맛있었다.


인심이 후한 이탈리아답게 가격 대비 양이 푸짐한 것은 물론이다. 시내 한 복판의 미슐랭 플레이트 레스토랑에서 두 명이서 28유로짜리 시칠리아산 로제 와인을 포함하여 총 113유로에 배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음식의 향연을 즐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인당 2유로의 Coperto가 붙는다.)


완벽하게 어두워진 시라쿠사의 거리
어두운 밤하늘과 대조되는 두오모의 빛나는 모습








훌륭한 마무리, 아침식사

@ Antico Hotel Roma 1880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위치와 뷰도 좋았지만 아침식사도 좋았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치즈와 야채, 베이컨 등을 맘껏 먹을 수 있었다.


러블리한 무드의 인테리어
푸짐하게 한 상 차려진 테이블



냐옹~ (너네만 입이냐?)



귀여운 손님들이 슬그머니 찾아왔다.
야무지게 챙겨먹은 아침 식사
날씨가 좋을 땐 역시 테라스에서 식사하는 것이 최고!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먹은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 도시, 노토(Noto)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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