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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Oct 22. 2019

[노토] 시칠리아, 시칠리아!

이탈리아의 보물섬, 시칠리아 ~ 노토 편


시라쿠사를 떠난 우리는 약 40분 정도 운전해서 노토(Noto)에 도착했다. 이 날 라구사(Ragusa)로 가는 길에 구경도 하고 좀 쉬면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들린 도시였다. 시칠리아의 다른 소도시들처럼 노토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탐스러운 아란치니의 모습


노토는 아란치니(Arancini)라는, 리조또를 동그란 모양으로 튀긴 시칠리아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가 유래한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시라쿠사 포스팅에서 아란치니를 소개했었다. 다양한 식재료가 가미된 리조또를 동그랗게 말아서 빵가루를 묻혀 튀긴 요리인 아란치니는 그 모양이 흡사 오렌지(이탈리아어로 Arancia)와 닮았다고 하여 작은 오렌지라는 뜻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시칠리아에서 10세기 즈음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는 아란치니는 보통 리조또를 라구 소스나 토마토 소스에 조리하여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서 먹지만, 지역마다 다양한 종류가 있다.


어찌됐건, 노토에 도착하자마자 주차가 난관이었다.


Area di sosta Via Tommaso Fazello

Via Tommaso Fazello, 109, 96017 Noto SR, 이탈리아

https://goo.gl/maps/k37jkCDGyuNVrp5D7




이 주차장을 찾아서 얼마나 뱅글뱅글 돌면서 헤맸는지!



노토에 갈 계획이 있다면 미리 사진 속 주차장의 위치를 네비게이션이나 구글 지도에 입력해두고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노토에서 맛본 꿀맛 아이스크림

Pasticceria Mandolfiore


겨우 주차에 성공한 우리는 노토에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고 해서 골목 골목을 걸어 찾아갔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pasticceria(빠스티체리아)라고 한다.


Pasticceria Mandolfiore
via, Via Ducezio, 1, 96017 Noto SR, 이탈리아
+39 0931 839836
https://goo.gl/maps/DLc6GP9c2sZhZexTA


다양한 맛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시칠리아 전통 디저트도 가득하니, 너무 과식하지 않도록 조심!
내가 좋아하는 피스타치오 맛을 골랐다. 이탈리아어로 피스타치오는 pistacchi(삐스따끼)다.
나는 항상 크리미한 맛, 남편은 항상 상콤한 맛을 고른다. 어느 쪽도 다 맛있는 게 함정!








노토의 볼거리

성당과 성, 그리고 문


노토는 하루만에 슥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그 역사는 다른 시칠리아 도시들처럼 길고도 기구하다. 로마인들에 지배 당하다가, 아랍인들에 지배 당하다가, 노르만족에 지배 당하다가, 아라곤 왕국에 지배를 당하면서 번영하며 꽃 피우던 노토는 1693년 시칠리아의 대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때의 모습을 영영 볼 수 없다니 괜히 아쉽다!


어쨌든 이후 현재의 노토가 바다에 가까운 지역에 계획도시로서 새롭게 지어지게 되었다. 이때 시칠리안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불릴 만큼 멋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후에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 받게 된다. 사실 시칠리안 바로크 양식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노토의 건물들은 따스한 노란빛을 띠는 것이 독특했다. 알고 보니 대지진 이후 재건축될 때 tufa라는 석회암을 사용해서 건물들을 만들었는데 이 석회암이 햇빛을 받으면 꿀 같은 고운 색으로 빛이 난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교회면 교회지 두오모, 까떼드랄레, 바실리카 등등 왜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걸까? 그 차이를 잠깐 살펴보자. 나도 너무 궁금해서 검색해서 알게 되었다.

Basilica 바실리카 : 원래는 고대 로마의 공공건물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로 교황이 특별한 의식(ceremony)을 할 권리를 준 크고 중요한 교회를 뜻하게 되었다. 이 중 수석 바실리카(major basilica)는 세상에 네 개 있으며 모두 로마에 위치하고 있고, 나머지 minor basilica는 2017년 기준 총 1757개나 있다고 한다.

Cattedrale 까떼드랄레 : 한국어로는 대성당이라고 하며, 교구의 관리자인 비숍의 자리가 있는 교회를 뜻한다. Cathedra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비숍의 자리를 뜻한다고 한다. 대성당은 크기가 클 필요는 없고 작더라도 비숍이 있으면 대성당이라고 할 수 있다.

Duomo 두오모 : 이탈리아에서 주로 도시를 대표하는 성당을 부를 때 쓰는 용어로, 원래는 대성당의 특징을 가졌거나 대성당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회를 뜻한다고 한다. 현재 대성당으로 기능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비숍의 자리를 갖도록 대성당으로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비숍이 없으면 까떼드랄이라기보다는 두오모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또 원래 두오모라는 단어는 Domus Dei, 즉 신의 집을 뜻하거나 비숍의 집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한 도시의 대표적인 대성당이 두오모인 경우도 있고, 한 도시에 두오모가 여러 개 있기도 하다. 어휴 헷갈려! 피렌체나 밀라노의 대성당은 비숍이 있으면서도 두오모로 불리는 대표적인 예다.

Chiesa 끼에사 : 이탈리아어로 교회를 뜻하며 비숍의 자리가 없는 평범한 교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Noto Cathedral

Piazza del Municipio, 96017 Noto SR, 이탈리아

https://goo.gl/maps/ccMVVQaND1zbG4Sq7




독특한 주황빛을 자아내는 노토의 대성당




노토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인 노토 대성당은 노토 시청과 마주보고 있다. 과거엔 종교와 정치를 떼어놓을레야 떼어놓을 수 없어서 그렇게 지은 것일까?




Palazzo Ducezio

Corso Vittorio Emanuele, 96017 Noto SR, 이탈리아

https://goo.gl/maps/tWJKZfJRBRaYUTYb8




계획도시여서인지 구불구불한 골목길보다는 큼직하게 뻥 뚤린 메인 도로가 돋보였던 노토. 노란빛의 석회암 건물들과 달리 메인 도로는 용암석을 사용해서 검정색이라서 대조된다.





성당과 시청을 지나 노토의 메인 거리를 걷다 보면 나오는 포르타 레알레. 프랑스 부르봉 왕가가 통치하던 시절에 세운 문이라고 한다.



사실 화려하지 않아서 임팩트가 크진 않았지만, 시칠리아의 도시들은 그런 아기자기한 매력이 더 좋은 것 같다.




Porta Reale

Corso Vittorio Emanuele, 96017 Noto SR, 이탈리아

https://goo.gl/maps/Q5w6Pk6HNR6GAVHFA









소박하지만 충분했던 점심 식사

길가다 들어간 Bar 바에서


한참을 걷다 보니 시장해졌다. 자랑은 아니지만 다른 시간은 잘 못 지켜도 밥 먹을 시간은 꼭 잘 지키는 나! 피자와 맥주를 판매하는 바에 무작정 자리를 잡았다. 노토에선 점심 때 마땅히 먹을 만한 식당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찾아 보니 이제 겨우 2년 지났는데 이때 식사한 바가 폐업하고 사라졌단다.



피자 도우 안에 여러 가지 토핑을 채운 요리, Calzone 깔조네를 영접하고 신난 남편
세상에 이렇게 방토가 많이 올려진 피자는 처음 봤다. 심플한 레시피지만 참 맛있었다.
날씨가 끝내줬던 날, 노토의 골목 사이로 수채화 같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노토를 뒤로 하고, 우리는 라구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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