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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Jul 02. 2022

[창업가의 오답노트] 직원 뽑았다 망하는 방법

창업 후 고용, 이렇게 하셨다간 순조롭게 망합니다.

창업을 한 이후 다양한 창업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산업과 창업 단계는 각기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자본사람 문제. 그 중에서도 참 버라이어티하고 골 때리는 게 돈보다 사람 문제다. 창업 초기 반짝이는 눈망울과 불타는 열쩡!을 가진 내 모습에 대놓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 곡소리나 상욕을 나누는 선배는 없었지만 후에 여러 선후배와 동료들을 만나 들어보니 다들 이에 대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디다 함부로 말 하기도 여러모로 꺼려지는 이야기들. 대나무숲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풀어본다.


깊이 들어가기에 앞서, 이전의 나는 스타트업에서 뽑은 인원을 무조건 팀원이라고 칭했었는데 여기서는 직원이라고 부르겠다. 팀원은 하나의 팀에 속하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함께 기꺼이 무게를 나눠지고 주체적으로 땀을 흘리며 기쁨의 과실을 나누는 능동적인 멤버다. 마치 라이크 일본 고교 스포츠 팀. 직원은 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주어지는 임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희생하기보다는 받은 급여에 상응하는 만큼만 딱 일하거나 그보다 덜 하는 수동적인 자다. 흔히 말하는 월급 루팡도 여기 포함된다.


우연히 팀원이라고 부를 만한 자를 만나는 매우 럭키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런 경우는 애초에 알고 지내던, 신뢰관계가 충분히 쌓인 사람을 스카웃했을 경우나 공동의 미션에 대한 꿈과 희망이 미래의 보수에 대한 흡족한 agreement와 곁들여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것 같다. 설령 그런 경우였다고 해도, 아니 피가 통하는 가족이라고 해도 사업 하다 보면 어그러지기 십상이니 말 다했지 뭐. 그래서 일단 그냥 4대 보험 받고 왔다갔다 출퇴근하는, 급여가 노동의 거의 유일한 motivation인 이들을 직원이라고 부르겠다. 직원에서 틤원으로 나아간다면 창업가 입장에서 그보다 든든한 아군이 없을 것이다.


어쨌든, 직원을 뽑았다가 망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다음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1. 직원이 받는 급여 이상의 아웃풋을 기여 못하여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함

2. 급여를 떠나서 팀, 대표자에게 그 이상의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끼침


1. 한 마디로 돈값을 못하는 상황

이는 굉장히 흔한, 어찌보면 고용 처음에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발생하는 시츄에이션이다. 막 고용된 직원의 경우 당연히 해당 회사에서 본인이 해야 하는 업무를 능숙히 처리하기 위한 이해와 스킬을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 취업 경험이나 관련 직무 경험이 없는 신입 직원의 경우 회사와 함께 해당 직무에 대해 배우고 적응을 해야 하기에 길게는 1년까지도 적응 기간으로 보고 해당 기간 동안 급여 이하의 아웃풋이 나오더라도 노력과 성장의 기미가 보인다면 acceptable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돈값하는 직원을 뽑을 수 있을까?


1) 애초에 타고난 일잘러를 뽑아라

돈값을 하느냐 마냐의 변수는 단순하지 않다. 이 직원이 해당 직무를 잘 수행할 의지가 있느냐, 효율적인 노력을 하느냐, 그래서 결과를 내느냐? 이 모두가 중요하다. 전에 한 번 내가 정말 이상적이라고 꿈꾸는 팀을 몇 년간 꾸려가고 있는 대표님께 어떻게 그렇게 좋은 팀을 이끌어내는지 여쭤본 적이 있다. 그 대표님 왈, "90%는 그냥 그 사람이에요. 그 사람 자체가 일 잘 하는 사람이면 와서도 잘 하는 거지요." 물론 겸손하게 본인의 리더십을 낮춰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후에 세 명의 직원을 거쳐간 후 나는 이 말에 참 공감했다. 이 말은 달리 말하면 결국 애당초 일 잘하고, 열심히 하고, 빠르게 성장할 의지를 갖고 액션을 취하는 직원을 뽑아야 된다는 것이다. 대표자나 기존 팀원이 역할을 잘 해주는 것도 물론 영향이 있겠으나, 이미 성인이 다 된 사람을 회사에서 개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미안한데, 결국 그냥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 방향성을 가진 효율적 노력은 일잘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이다. 자율적으로 어디에서건 자기 역할을 해내고 성장해나갈 사람을 뽑아야 한다.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게 중요한 이유는 굳이 말하자면 뻔하다. 수동적인 사람 한 명에게는 능동적인 사람 한 명이 때마다 붙어서 지시하고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 능동적인 사람(주로 대표자나 신입 담당자)의 시간과 에너지가 상당히 뺏긴다. 이건 그 사람이 그동안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줄어든다는 말이고 누적되면 회사에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물론 처음부터 어련히 알아서 잘 한다는 것은 지능(아, 나는 지능을 단순히 IQ라기 보다는 자기객관화력이라고 봄)과 센스, 성장하려는 노력을 요구하기에 그 기준을 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 여기서 '어련히 잘 하는 것'은 해당 업무를 (1) 주어진 시간 안에 (2) 다른 사람이 두 번 일하거나 번거롭지 않은 방식으로 (3) 추후에도 문제가 없도록 해내는 것을 뜻한다.


(1) 업무 데드라인 설정하기

직원이 10명 정도 있는 어떤 스타트업 대표님은 신입의 경우 업무를 맡기면서 자기(혹은 기존 담당자)가 해당 업무를 했을 때 걸리는 시간을 알려주고 대략 어느 정도 안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은지를 물어본 후, 해당 데드라인이 오기 반나절 전, 몇 시간 전, 한 시간 전에 알림을 준 후 시간 안에 끝내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만약 그 시간 안에 안 끝났다면 어디서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문제가 일어났는지 같이 살펴보고 피드백을 주거나 신입의 적응 기간을 고려해서 다음 번 업무의 데드라인은 보다 여유롭게 조정해준다고 한다. 이 밀착 케어는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사실 매우 피곤하지만, 서로 유효한 시간 안에 일을 마치는 데 적응하려면 괜찮은 방법이기도 하다. 적응 시기에 업무 속도나 기간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더욱 곤란해지니까 함께 일을 잘 하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2) 업무의 범위와 연관된 타업무 알려주기

신입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 때, 이 업무가 다른 직원의 업무와 어떤 연장선 상에 있고 그래서 어떤 식의 업무 처리가 필요한지 알려줘야 한다. 많은 회사 업무들은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공통의 언어로 자료를 작성하고 보관,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 이 팀 안에서 본인의 역할과 타 직원과의 연관성은 충분히 설명해주자.


(3) 미래의 목표와 연결시켜주기

한 번 하고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성격의 일도 있지만, 추후 업무와 연결되는 업무도 있다. 미래에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픽업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넘어가야 쓸데 없이 헤매고 다시 일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시간의 축에서 앞뒤를 설명하여 지금 하는 일이 미래의 팀 목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려주자.


이렇게 했는데도 개선이 잘 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이 사람은 미안하지만 함께 성장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서류와 면접만으로는 알기 어려우니 3개월 수습기간을 갖고 계약직으로서 지켜본 뒤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계약 기간을 연장하면서 본다던지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섣불리 정규직으로 고용했다가 후회하거나 번거로워하는 경우를 꽤 보았고, 회사 뿐 아니라 직원 입장에서도 서로가 맞는 fit인지를 알아가는 기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건강한 긴장감은 일하는 분위기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2) 애초에 뭘 시킬지 잘 생각하고 뽑아라

그냥 대충 주변 회사들도 이쯤 되면 이런 직무의 직원을 뽑으니까, 회사에 디자이너나 마케터, 영상 제작자는 왠지 필요한 거 같아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직원을 뽑는다. 나 또한 주변의 멋진 팀을 갖춘 스타트업을 보면서 부푼 꿈을 갖고 원피스의 루피가 동료를 늘려가듯이 직원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큰 일이다. 이 사람을 회사가 지속가능하게 책임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고양이나 개를 입양할 때도 우리가 이 아이들을 오랫동안 책임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사람을 뽑을 때 그리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정부 지원 사업 등으로 '자기 돈'이 아닐 경우 더 가볍게 생각한다. 일단 뽑고 보지 뭐, 이런 생각. 나도 그랬다.


사람이 오면 일단 그 사람이 회사에 와서 물질적 공간을 차지하고 회사 사람들과 부대끼고 일하며 시간을 보내며 밥을 먹고 4대 보험이 나간다. 사람이 오면 그 사람이 당장 어떤 업무들로 그 시간을 채워야 할지 회사가 뚜렷하게 제시해줘야 하고, 이 일을 무사히 마쳤을 경우 회사가 해당 직원에게 주는 급여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노동적 기여가 발생해야 한다. 일단 뽑고 뭐 시킬지 고민하거나 이거 저거 시켜보고 시행 착오를 하거나 그러다가 결국 급여 만큼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고민하게 된다면 서로 시간과 에너지 낭비, 더 나아가 감정적 고통과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이거 겪어보면 현타 씨게 온다.


어떤 사람을 뽑을 땐 반드시 그 사람에게 어떤 업무들을 몇 시간 동안 시켜서 이 사람이 자기 몫을 해내고 급여를 주는 게 아깝지 않은 상황으로 만들지 깊이 생각하고 구체화 한 후에 뽑자. 그리고 뽑을 때 업무 범위와 기대하는 부분들을 명확하게 공유하자. 결국 작은 기업이 사람을 뽑을 땐 그 사람이 대표자나 기존 직원이 못 하는 일을 잘 하거나, 혹은 다들 하기 꺼려하는 일을 하길 기대하는 거다. 플러스를 주거나 마이너스를 상쇄시켜줄 사람을 원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뽑은 후에 직원이 '에고 저는 이런 업무는 할 줄 몰랐는데요. 하기 싫은데요.'해서 서로 황당한 경우도 많다.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특히 여러 잡무를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뽑기 전에 이에 대해 신신당부를 해두자. 사람을 뽑는 것도 내보내는 것도 시간적, 감정적 노동을 요하고 기 빨린다. 그렇게 결과 없는 일들에 기 빨리다 보면 점차 대표자가 지치고 번아웃이 와서 회사 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다.


만약 full time으로 근무해야 할 정도의 업무량이나 업무 성격이 아니라면 파트타임 알바로 우선 뽑아보자. 인스타그램에 협찬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seeding의 경우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근무하는 식으로 고용해서 진행하는 뷰티 회사도 많다. 마케팅 회사에 외주를 줄 수도 있고. 굳이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해서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게 지금 회사의 상태에 맞을 수도 있는 거다.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 회사를 알자.


2. 한 마디로 인성 문제

이건 뭐 위의 것처럼 구구절절 말 할 것도 없다. 회사 대표건 직원이건 살다 보면 정말 이상하거나 못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건 길 가다가 벼락 맞는 것처럼, 우리가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그래도 최대한 이런 문제를 잘 피해가기 위한 방법을 나눠본다.


1) 문제의 싹을 주지 마라

일단 내가 회사 대표니까 그 입장에서 말하자면, 회사 대표들 중에 대충 두루뭉술하게 추가근무수당을 안 주거나 적게 주거나 다른 방식으로 편의를 봐주고(식사, 택시, 간식, 휴식시간 등등)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방식이 꼭 잘못 된 건 아니고 회사가 돈이 없을 때 서로 충분한 이해와 동의 하에 같이 똘똘 뭉쳐서 할 수 있는 건데, 그때는 괜찮다고 해놓고 나중에 이걸 문제 삼아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이득을 취하려는 직원이 나올 수도 있다. 출퇴근 기록이 지문이나 회사 RF 카드 등으로 증명되지 않는 경우 특히 이런 불분명한 부분을 이용해서 노동 시간에 비해 급여를 덜 줬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봤다.


서로 맘 편히 이런 문제 없이 지내려면 시스템을 구축해둬야 한다. 출퇴근에 대한 명확한 기록 방법(앱을 사용한다던지, 팀 협업 툴에 기록한다던지-아, 그럴 경우 대표자나 타인이 수정 불가해야만 한다고 함)을 채택하고 추가근무수당에 대한 부분도 정확히 이행하고 계약서에도 명시해둬야 하며 만약 산업 특성상 근무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면 포괄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때 계약서 또한 주변의 자문을 구해서 water-tight하게 잘 작성해야 한다. 방어 운전하듯이 말이다. 서로 악용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라.


없어지면 곤란할 귀중품이 있는 오피스라면 CCTV를 방침에 맞게 고지하고 설치하라. 요즘 그런 거 엄청 싸다더라. 서로 의심할 거리를 만들지 말자. 없어지지도 않은 물건으로 오해해도 기분 나쁘고 없어졌는데 의심이 가도 어쩔 수 없어서 계속 같이 일한다면 상당히 껄끄럽다. 애당초 그런 의심을 하는 거 자체가 졸라 피곤한 거다. 생존할 방법 신경 쓰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자꾸 한 눈 팔 일 만들지 말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서로 찝찝할 일 없도록 조치를 취하자. 이거 오바 아니다. 나 포함 여러 대표의 회사에서 많은 물건이 없어졌다.


또 회계나 재무 담당 직원에게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OTP 카드 등을 쉽게 주지 말아라. 번거롭지만 회사 규모가 커진 후 믿을 만한 사람을 잘 뽑아서 주기 전까지는(그때도 어떨진 사실 잘 모르겠다) 대표자가 직접 세금계산서나 이체 등의 잡무를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 잡무를 덜어내는 것보다 해당 직원이 문제를 일어킬 수 있는 리스크가 더 골치 아파질 수 있으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 대표님들 꽤 보았다. 피곤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서로를 충분히 모르기에, 서로 안전한 방법으로 일하는 게 최선이다.


2) 불편한 사실도 피해가지 마라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한 푼 한 푼 결코 쉽게 쓰기 어렵다. 그런데 모든 직원이 재정 상황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실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좀 얘기하기 불편하다고 해도 점심 비용이나 기타 회사 물품에 대한 주의사항을 미리 명시해두자. 이를테면 커피를 사오라고 카드를 줄 때도 한도를 언급해두거나 점심 식사비, 회식, 1달 간식비 등도 지정해두고 잘 설명해두자. 별거 아닌데 이게 쌓이면 은근 스트레스다. 나는 호구력도 좀 높고 이런 불편한 주제에 대한 면역력이 낮아서 별 말 못했는데, 지나고 보니 직원이 커피를 만 얼마 짜리 마시고 점심 식사를 인당 3~4만원 짜리를 아무 거리낌 없이 시켜먹고 있더라. 이면지를 같이 쓰자고 갖다 놨는데도 하나에 400원 하는 브로셔를 낙서장으로 막 쓰는 거나 회사 비품을 마구 보관해서 망가지거나 분실하는 거 보고 가슴 아픈 적도 꽤 있다. 나한텐 소중한 돈 한 푼 한 푼인데, 결국 사과도 안 하더라..ㅠㅠ 우리가 엄청 잘 나가면 모르겠지만 일단 이런 식의 복지(?)는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으면서 생색도 안 나고 타격은 쌓이면 꽤 크다.


3) 아니다 싶으면 최대한 빨리 내보내라

살면서 경험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누군가 불만이 많거나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부정적인 영향은 여파가 더 빠르고 큰 것 같다. 그 사람 때문에 다른 팀원들도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인성 문제가 있는 직원이 있다면, 레슨 한 번 크게 배웠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빠르게 내보내자. 만약 원하는 대로 안 해주면 안 나가겠다고 뻐팅긴다면 지금 조금 손해보는 것 같더라도 대충 원하는 대로 해주고 내보내는 옵션도 고려하자. 그거 가지고 노동청 들락거리면서 싸우고 하는 거 보면 결국 이겨도 이기는 게 아니더라. 본업에 써야 할 시간과 에너지 다 뺏기고 결국엔 회사에 더 큰 피해가 올 수 있고, 무엇보다 대표자 본인이 스트레스로 탈모 오고 암 걸릴 수도 있다. 사람과 싸우고 미워하는 거, 생각보다 진짜 기빨리는 힘든 일이다. 소모전을 다이다이로 하느니 그냥 에효 하고 손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아는 한 IT 기업 대표님은 정말 사람 좋기로 유명한데, 한 달인가 일했던 직원이 일하려는 의지를 안 보여서 나가게 되었을 때(자진퇴사) 부처력을 발휘했다. 자기 경력 챙길 겸 정리할 시간을 따로 주고 급여는 줄 테니 원하는 대로 마지막 한 달은 쓰라고 했으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밥을 사주며 앞날을 축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하면서 한국 사회가 좁으니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겠는데 그때 서로 좋은 모습으로 보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고. 그 직원은 어차피 나가는 거지만 감동하면서 언젠가 꼭 다시 찾아뵙겠다고 하며 떠났다고 한다. 내가 아니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했더니, 어쨌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흥하게 하긴 어렵지만 망하고 괴롭게 할 수는 있고 자기는 그래서 그냥 안 좋게 나가는 사람들도 최대한 아름답게 다 챙겨주고 떠나보낸다고 한다. 나는 근데 그렇게까지 좋은 사람은 아니라서 축복은 못하겠더라..^^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대표자도 직원들도 각자의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다. 제각각의 상식을 갖고 사는 우리가 만나 눈 떠 있는 시간 대부분을 함께 보내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아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당연히 매우 어려운 고난이도 미션이다. 결국 서로 어느 정도 만족스럽고 즐겁고 의미 있는 관계로 지내려면 상식의 교집합이 충분히 크고 서로의 장점이 단점보다 커서 그 단점을 참고 지낼 만 해야 한다. 사람은 잘 안 바뀐다. 그러니까 바뀌길 기대하기보단 지금 이대로 공존 가능한지, 그게 서로에게 좋은 선택일지 잘 가늠해보라. 그런 면은 다른 인간 관계랑도 좀 비슷한 거 같은데 금전적인 문제 또한 얽혀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 직원은 지치거나 일하기 싫으면 나가면 되지만 작은 회사의 대표자가 지치거나 아프면 그 회사는 사실상 끝난다는 점에서 대표자는 스스로의 정신과 육체적 건강을 우선시하고 잘 지켜야 한다.


아,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장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근거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보다 자유롭게 가능하니 최대한 오래, 가능한 데까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운영하면서 그 이상으로 늘려도 될 정도로 팀원들에 대한 확신이 서로 생겼을 때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 섣불리 5인 이상으로 늘렸다가 내보내기 어려워지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자리 잡을 때까지 5인 미만으로 유지하는 스타트업들이 꽤 많다.


정답은 없는 것 같지만, 그동안 나와 주변의 수십 명 대표들이 겪은 일들을 토대로 주절주절 적어보았다. 성공적인 팀을 이룬 사람이 하는 조언도 의미 있겠지만 산전수전 겪은 실패자가 나누는 경험담도 그 나름의 참고가 되길 바라며.


나의 실패담

나는 결국 팀 빌딩에 실패하고 지금은 혼자 B2C 브랜드를 운영하며 일하고 있다. 나는 솔플러 스타일인가보다. 회사 입장에서 금전적 세이브가 된 것을 떠나서 솔직히 너무 개편하다. 직원들을 두고 관리하며 함께 일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벅찬 업무였던 것 같다. 마치 뇌는 하나인데 여러 몸을 내가 다 움직여야 하는 느낌? 과부하도 이런 과부하가 없다. 근데 들어보니 초창기에는 원래 다같이 일하는 방법을 구축하는 노력에 비해 가성비가 안 나온다고는 하더라. 내가 모르는 영역이지만 창업 1~2년 안에 회사가 50인 정도로 급성장한 대표의 경우, 2인자(?)급이었던 사람이 파벌을 만들고 문제를 일으켜서 헤어지면서 크게 상심하고 힘들어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다시 혼자 일해보니 디자인이나 마케팅 등 왠만한 건 이미 1인 기업을 오래 해봤던 내가 할 줄 아는 거고 그나마 내가 하기 싫어하고 스트레스 받던 업무(CS 등)도 내가 직원으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보다 적다는 것을 알고 나니 상대적으로 acceptable한 것 같다. 게다가 이젠 많은 업무가 외주 가능해서 1~2인 기업이 내 주변에도 늘어났다. 여러분이 와디즈에서 보는 대부분의 기업이 1~2인 기업이다. 레알.


그동안 물론 좋은 직원들도 만났다. 그런 친구들과는 나름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고 생각한다. 헤어질 때 막 껴안고 선물 주고 받고 드라마 찍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들이 앞으로 잘 지내고 행복하길 바라고 있다. 알바까지 포함해서 어떤 이들은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라고 정신승리라도 해야지 호호. 평소 나는 누가 창업해도 될지 물어보거나 하면 한 번 창업해보길 추천한다. 이 개고생을 나만 할 순 없지 shival. 모두들 자기도 고용해보고 경험해보길. 그러다보면 어쩌면 우리는 서로 더 잘 이해하고 인류애(아냐 어쩌면 염세주의...)를 키울 수도 있을 거다. 에블바디 피쓰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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