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도쿄, 먹고 마시고 미술관 구경까지
일요일의 긴자는 대로를 인도처럼 차의 출입을 막아두나 보다.
그 덕에 대로 한 가운데에 테라스 카페가 생겼다. 그래도 될 정도로 시원하고 적당한 날씨.
걷고 걸어서 점심 식사 장소 도착! 숙소가 있는 신바시역에서 긴자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銀座らん月
+81 3-3567-1021
https://maps.app.goo.gl/Veorchih2ouxXM8S9?g_st=ic
건물 전체를 쓰고 있는 오래된 스끼야끼 집 란게츠.
손님이 대기하는 공간도 따로 있을 정도. 미리 예약을 하고 오는 걸 추천한다.
일본 온천여관 같기도 한 분위기.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저 소스를 부어주며 구워준다.
한 팀마다 별실 같은 공간을 제공해준다.
영롱한 스끼야끼 고기. 우리가 시킨 코스는 5500엔 짜리로 이 집에서 제공하는 스끼야키 코스 중에 중간 정도 가격대다. 잘 보면 고기의 마블링이 뒤로 갈수록 많아진다.
곁들여먹는 야채와 면. 사실 아무리 육식파인 나라도 고기만 먹으면 질릴텐데 이 야채를 고기 사이사이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
네, 첫끼부터 고기 코스입니다
담당 직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세팅하고 세심하게 차나 밥 리필(오카와리)을 도와준다.
크으.. 파와 고기는 정말 미친 조합.
요로코롬 부드럽게 익은 고기를 날계란에 찍어 먹으면 환상. 입에서 녹으면서 저절로 행복이 무엇인지 재정의하게 됨.
고기를 먹었으니 그 다음엔 야채도 잔뜩.
원래도 두부 매니아지만 스끼야끼의 두부는 정말 더 최고다. 암튼 그렇다.
양파 원래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스끼야끼 먹을 땐 예외 ^ㅅ^ 크레센도로 점점 더 부드럽고 기름진 고기맛에 녹는다 녹아.
마지막은 말차 와라비모찌. 말랑말랑한 식감에 달콤 쌉싸름한 맛을 구수한 호지차가 잡아준다. 식사 내내 호지차 무한 드링킹. 호지차는 사랑입니다.
진짜 가심비 쩔었던 코스. 매일 먹고 싶을 정도다.
Charcoal Roast Coffee RIN Main Store
+81 3-5250-4677
https://maps.app.goo.gl/QrpHRz1UMd9snSFy5?g_st=ic
란게츠 근처에 괜찮은 로스트 커피 집이 있어서 입가심 겸 들렀다.
다양한 원산지의 원두 혹은 하우스 블렌드와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 케이크와 세트로 먹는 구성도 있었는데 배불러서 패스.
운 좋게 넓은 방을 제공 받았다. 따뜻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카페네.
아이스코히랑 브라질 원두 주문.
산도가 적으면서 구수한 맛으로 추천 받았다. 와인도 커피도 산도가 높으면 좀 그래..
800~900엔 정도의 가격. 직접 로스팅한 커피인 걸 고려하면 괜찮다.
스탠드 바 좌석은 괜히 더 운치 있다.
국립서양미술관
+81 3-3828-5131
https://maps.app.goo.gl/iovzawKCS66V36py8?g_st=ic
우산을 들고 걷은 것은 좀 귀찮다. 그런고로 실내 일정으로 우에노 공원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으로 향했다.
마침 피카소와 그의 시대 기획전이 진행 중.
미술관 입구에 있는 로댕의 지옥문.
2100엔으로 기획전 티켓을 사면 상설관까지 볼 수 있다.
기획전의 피카소와 그 외 작품들은 독일의 Berggruen 갤러리의 소장품이다.
세잔이 그린 자기 부인. 어디 산골에 사느라 모델을 구할 수 없어서 자기 부인만 죽자고 그렸다던데.
피카소의 정물화들. 좀 낯설다.
세계대전 때 많은 아티스트들이 영향을 받았는데 피카소는 그때 잠시 고대 신화 쪽으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이 기획전의 대표작이자 피카소가 당시 만나던 뮤즈를 그린 작품. 피카소가 그린 것 중 여자가 제일 재밌다. 전쟁 때 나치가 점령한 파리에 살면서 거의 동굴로 들어가서 갇혀서 생활하며 그림 그렸다던데.
누워 있는 여자. 전쟁 시대의 고독과 고통, 절망 등을 표현했다고 한다.
모어 피카소.
폴 클레의 작품들. 갤러리 주인이 클레 덕후였다고 한다.
기호나 색감,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재밌다.
오리들.
내가 좋아하는 마티스도 동시대의 인물.
어쩜 이리 그림이 사랑스러울까.
이번 전시 마티즈 작 중에 참 맘에 들었던. 뮤지엄 샵에서 큰 엽서로나마 샀다.
마티스 정물은 어디 놔도 좋다.
늙어서 그림을 못 그리겠어서 조수들 시켜서 종이를 오려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오히려 좋아.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가 사실상 마티스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데.
재밌어.. 마티스 너란 할배..
피카소로 마무리
탐나는 게 너무 많던 뮤지엄 샵.. 일본애들은 정말 지갑 열 줄 알아.
이런 수비니어의 귀재들. 내 돈이나 가져라!
Shut up and take my money!
이제 상설전으로 넘어옴.
모네의 작품들이 제일 볼 만 했다.
다 보는데 두시간 반은 걸림. 나중엔 좀 서둘렀다.
우에노 공원 입구 쪽에서 맛있는 우유 소프트 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아이스크림은 못 참지.
오랜만에 온 긴자 무지. 오프닝때 오고 또 오니 감회가 새롭네.
긴자 무지의 꼭대기 층 바에서 간단한 음료와 디저트 등을 먹을 수 있다. 처음 본 일본 크래프트 맥주 두 병을 시켜봤다.
프루티한 아로마와 쌉쌀 깔끔한 마무리.
JPA를 표방한 만큼 더 홉과 술맛이 나면서도 향수 같은 향긋함이 독특.
IMADEYA GINZA
+81 570-015-111
https://maps.app.goo.gl/jPNZDMdcrzLtrT516?g_st=ic
저녁 식사 전 잠깐 일본 사케와 술을 다양하게 큐레이션하고 있는 셀렉트 샵, 이마데야의 긴자점에 들렀다.
긴자 식스 백화점 지하 2층에 위치한 이마데야에서는 사케 테이스팅 클래스가 진행 중이었다.
미리 예약해야 하는 테이스팅 코스.
제법 괜찮은 가격에 다양한 사케 셀렉션을 살 수 있어서 좋다. 이날은 저녁을 먹으러 바로 가야해서 다음 날 다시 들릴 기약을 하고 구경만 했다.
오레노 갓포
+81 3-6280-6948
https://maps.app.goo.gl/fqU5CMA5rNhXxKkz7?g_st=ic
도쿄에 오게 되면 다시 와야지 벼르고 있었던 오레노갓포. 오레노 시리즈는 지점마다 평이 좀 다르긴 한데 오레노갓포는 성공적으로 가심비 일식 안주를 맛볼 수 있는 믿을 만한 곳이다.
다양한 맥주와 사케, 와인까지 구비하고 있다.
간단한 한 장짜리 음식 메뉴.
일단 생맥 하나 주세요! 이건 앉자마자 자동으로 나오는 주문이다.
とりあえず、生ビール!
전에 왔을 때도 인상 깊게 먹었던 鯖寿司 사바즈시(고등어초밥).
왕 커서 김에 싸서 두 번에 나눠 먹어야 한다. 거의 밥 2/3공기 느낌. 450엔이 아깝지 않은 맛. 아부리해서 싹 올라온 기름기가 예술이다.
たたみホタルイカ 타타미호타루이까(짚에 구운 꼴뚜기). 480엔. 짭쪼롬한 게 안주로 그만이다.
旬野菜の焼き合わせ 슌야사이노야끼아와세(제철 야채 조림). 880엔. 야채까지 그냥 맛있어버려..
鯛皮せんべい 타이가와센베(도미껍질전병). 580엔. 바삭바삭 고소한 게 일품안주.
좋아하는 쌈빡한 辛口 스타일로 추천 받아서 사케도 한 잔씩 시켰다. 1 글라스에 600엔, 넘칠 듯 가득 なみなみ 나미나미 따른 건 900엔.
절대 실패 없는 海老天ぷら 에비텐뿌라(새우튀김). 진짜 신선한 해선물은 생으로 먹어도 튀겨 먹어도 쪄 먹어도 다 맛있다. 오히려 조리했을 때 그 신선도가 더 드러날 때도 있는 듯.
白子ポン酢 시라코폰즈(지리를 폰즈 소스와 먹는 것). 시라코는 겨울에만 맛볼 수 있어서 겨울에 일본에 가면 꼭 챙겨먹는다. 신선한 시라코는 야들야들해서 씹지 않아도 녹아 내린다. 근데 보통 시라코폰즈하면 폰즈 소스와 무를 간 大根おろし 다이콘오로시 등과 차갑게 먹었는데 여기선 특이하게 따신 맑은 국물과 두부 등과 함께 나와 폰즈는 따로 찍어먹었다.
お造りの盛り合わせ 오츠꾸리노모리아와세(사시미 회 모둠). 재철 생선으로 꾸려진 추천 메뉴라서 시켰는데 이날 먹은 생선 다 완전 맛있었음.
디저트까지 완벽한 마무으리! リンゴとほうじ茶のパンナコッタ 링고또호우지차노판나콧타(사과와 호지차 판나코타). 호지차는 차로 마셔도 디저트로 먹어도 맛있다.
とちおとめアイス 토치오토메아이스(딸기 아이스크림). 딸기의 종류인 토치오토메로 만든 젤라또.
하이볼과 함께 깔끔하게 먹어치웠다.
배부를 땐 무조건 하이볼!
좁지만 알찬 다찌석과 테이블이 구비된 오레노갓포. 담에도 또 와야지! 둘이서 배터지게 먹고 마시고도 15000엔도 안 나왔다. 이제 한국보다 일본이 더 가성비가 좋은 시대가 왔구나.
신바시 숙소 근처의 야키토리 집 중 12시 넘게까지 운영하는 곳을 찾아갔다.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쯔꾸네와 네기마 등의 메뉴를 시켰다.
파랑 꽈리고추도.
배가 부르니 마지막 집에선 하이볼만 마심
속닥한 분위기의 술집이었다. 로컬들이 주로 오는 듯.
가격은 총 5750엔.
らーめん谷瀬家
+81 3-3431-3534
https://maps.app.goo.gl/K5xeRwG2PCiictTZ7?g_st=ic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하루종일 줄 서있던 라멘 가게가 궁금해서 결국 터질 거 같은 배를 쥐고 입성하고야 말았다..!
다찌 좌석만 있는 작은 가게.
면과 맛 등을 전부 고를 수 있다.
갈은 마늘을 비치해둔 게 좋았다.
특이하게 양배추 토핑이 있길래 추가해봤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
베스트 셀러인 기본 라멘.
완그릇..! 진짜 먹고 먹고 또 먹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