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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Apr 21. 2024

[가나자와] 카페, 시장부터 스시까지

조용하지만 활기차고 풍요로운 작은 도시

아침 일찍 고마츠 공항에 도착한 후 렌터카를 타고 가나자와 시내의 호텔로 이동했다.


가나자와역 바로 옆에 위치한 호텔.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거의 바로 교통의 중심인 가나자와역과 지역 명소 중 하나인 츠즈미문을 볼 수 있다.


https://maps.app.goo.gl/pr8JztMNiktvJhen7?g_st=ic

1788년에 지어진 거대한 목조 건물인데도 2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문 위에 있는 철갑 장식이 부채 모양을 닮아서 '츠즈미(扇)'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걸어다니며 구경하다가 카페에 잠깐 들렀다. 너무 아침 일찍 움직이다 보니 피곤해서 카페인 충전이 절실..! 새벽 5시에 깬 거 자체가 미라클 모닝인데 여행을 위해서라면 벌떡벌떡 일어나기 쌉가능이다.


가나자와는 사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가족이 함께 1년 살았던 곳이다. 어릴 때 살던 곳이라서 다 커서 방문하니 낯선 게 당연하다. 그 생경한 풍경 속에서도 뭔가 익숙한 게 있을까 싶어서 뭐라도 더 눈여겨 보게 된다. 걷다 보니 길에도 카페에도 서양인이 많다. 교토처럼 일본 전통의 매력을 찾아서 오는걸까? 가나자와는 큰 관광지가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아닐지도 모르겠다.



작고 아늑한 호주식 빈티지 풍 카페


Curio Espresso and Vintage Design

https://maps.app.goo.gl/GjPZTz6MvhCbempp6?g_st=ic

이 카페는 가나자와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카페 입구에는 빈티지 자전거와 의자들이 전시되어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내로 들어서면 1950-60년대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레트로 가구와 소품으로 꾸며져 있어 과거로 시간 여행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장이 호주에서 유학하면서 바리스타로서 공부하고 거기서 남편을 만나 함께 일본으로 와서 차린 카페라고 한다.

작지만 꽉 찬 실내. 잠깐 웨이팅한 끝에 우리도 앉을 수 있었다.

시원하게 시나몬 플로트 라떼 한 잔으로 목도 축이도 당도 충전!



그 다음은 카페에서 도보 5분 정도 걸리는 오미초 시장을 구경했다.


https://maps.app.goo.gl/tvkfT48jeb3XpJLt6?g_st=ic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재래시장인 오미초 시장은 생굴이나 관자, 연어알, 성게알 등 다양한 해산물을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해산물을 즉석에서 고르고 결제하면 가게 옆의 스탠딩 공간에서 먹을 수 있다.

예상 외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던 시장. 활기찬 만큼 다양한 음식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해산물이 주를 이루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점, 가게 등이 있다.

왕 굴이랑 특상의 성게알을 시켜서 각각 1000엔씩 내고 맛보았다.

역시 왕굴은 신선하고 아주 밀키했다. 입 안에 꽉 차는 바다의 맛!

진하고 달았던 성게알. 1000엔의 값어치를 했다.


시장에서 간단한 주전부리와 구경을 즐긴 후 미리 예약해둔 스시야로 이동했다. 시장에서 걸어서 5분 내외의 작은 스시야.



Sushi Haru

https://maps.app.goo.gl/8FRQEfGqfsb73cKFA?g_st=ic


이 날 우리는 총 14피스의 세금 포함 7000엔 오마카세 코스를 미리 예약했었다.

일본 스시야에서는 보통 앉으면 바로 드링크, 주류 메뉴를 보고 마실 것을 한 잔 시킨다.

우리는 항상 첫 잔은 생맥주, 生ビール 나마 비루를 시킨다. 여기의 생맥주는 기린으로, 1잔 600엔.

첫 번째 스시는 광어, 히라메 ヒラメ. 깔쌈한 와사비와 야들야들 잘 숙성된 광어가 잘 어울린다.

다음은 참돔, 마다이 真鯛. 톡 쏘는 와사비와 부들부들 쫄깃쫄깃한 참돔도 역시 잘 어울린다. 좋구먼!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코우이카 コウイカ, 갑오징어다. 유자 제스트를 올려서 더욱 풍미를 살렸다. 역시 쫀쫀하고 맛있다. 알알한 고슬밥이 끈기가 적고 씹는 맛이 있어서 입맛에 맞는다.

사쿠라마쓰 桜鱒. 천연송어. 이 지역에서는 특이하게 송어로도 스시를 해먹는다. 부드럽다. 먹어본 송어 중 제일 맛있다. 담백하면서 기름진 밸런스가 좋다. 원래 송어는 소금 구이로 투박하게밖에 안 먹어봤는데, 특산물인 곳에서 잘 숙성해서 먹으면 맛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시점에서 추가로 시킨 니혼슈. 다이시치 쥰마이 생주다. 일본주는 주로 이치고(1 합) 단위로 시키는데 한국에서 알려진 도쿠리 개념이며 가격은  900엔. 부드럽고 풍미가 깊으면서도 마지막엔 깔끔하다. 보통 잡맛, 단맛의 일본주를 안 좋아한다면 일본에서 니혼슈 추천을 부탁할 때 카라구치로 달라고 하면 보통 알아서 주인장이 가져다준다.

다섯 번째 스시는 아마에비 甘海老 단새우. 녹진하고 달다. 탱글탱글 녹아내린다. 쌀과도 잘 어울린다.

마아지 真鯵 전갱이. 곁들인 생강, 파랑 너무 잘 어울리고 야들야들하면서도 전갱이 특유의 바다맛이 난다. 근데 일도 안 비림!

메지마구로 メジマグロ, 새끼참치. 이 집은 와사비랑 간장 밥 생선 밸런스가 좋다. 메지마구로도 담백하고 부드럽다.

참치의 중간 뱃살인 츄도로 中ドロ. 적당히 기름지고 딱 좋다. 개인적으로 너무 기름져서 하나 이상 먹기 힘든 오오도로보다 츄도로가 좋다. 이건 주는대로 쭉쭉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요리 細魚 학꽁치. 유자의 향긋함과 잘 어울러진. 바다맛 가득.

가시진흙새우인 ガスエビ 가스에비. 이 지역 특산품인데 다른 곳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심해에 살아서 더 붉고 살이 맛있는 것 같다. 엄청 오독오독하고 신선하고 탱글하다.

매실주에 소다(梅酒のソーダ割り 우메슈노 소다와리)를 타서 한 잔 더! 깔끔하고 완숙한 단맛이 은은하게 나서 마무리주로 좋아한다.

아라 アラ 다금바리. 붉은 색 살 사이사이가 기름지다. 달고 기름진 맛의 밸런스가 좋다.

バイ貝 바이가이. 수랑이라고도 불리는 고동 같은, 소라 종류. 꼬독꼬독하고 씹는 맛이 있다. 씹을수록 단맛 우러나옴. 백골뱅이 같기도 한데, 이것도 이시가와 지역에서 나는 특산품 중 하나다.

가츠오 ガツオ 鰹, 가다랑어. 생강, 파와 가다랑어의 진한 맛이 일품이다. 짭쪼롬한 바다의 맛.

마무리는 타마고 タマゴ, 계란.

그리고 함께 마무리로 속을 달래주는 된장국, 味噌汁 미소시루. 참돔, 옥돔, 그리고 다금바리를 고아서 낸 육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주류와 스시 코스까지 해서 둘이서 17,740엔. 상당히 가성비 있게 잘 먹고 왔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곳!


도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왔는지 셰프가 물은 것을 보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직 잘 모르는 현지 맛집 같다. 구글맵을 보고 찾아서 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셨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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