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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 쿠로베협곡과 우나즈키온센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온천마을

by 다예쓰

우나즈키 온천 지역은 쿠로베 협곡 시작부분에 위치해서 쿠로베 협곡 열차인 도로코를 타고 멋진 자연경관을 구경하는 게 큰 요소인데,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마침 얼마 전의 기상악화로 철도가 공사 중이라 열차가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쿠로베 협곡이 내다보이는 우나즈키 온천


Hotel Togen

https://maps.app.goo.gl/TTxYCBKFwbcv3vKj7?g_st=ic

일본 온천여관은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가자 마자 보통 차와 간단한 다과가 제공된다. 이때부터 살이 포동포동 찌는 거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토겐은 이렇게 와인을 글라스를 마실 수도 있고 생맥주도 판매하고 있었다.

많은 온천여관에서 로비나 카페 공간에 이렇게 자율적으로 스낵이나 차, 커피, 음료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편.

커피 머신에서 내린 카페 라떼와 함께 쿠로베 협곡을 내려다보는 뷰가 썩 괜찮았다.

커피 이후에는 간단하게 생맥주로 입맛을 돋구었다. 산토리의 Master's Dream. 일본에서는 어딜 가든 일단 생맥주 한 잔씩은 하게 된다. 너무 맛있으니까!

1900년대 초반에 조성된 오래된 온천마을인 우나즈키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귀여운 일본 화과자점. 앙꼬가 들어간 떡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신기하게 마을 곳곳에 음식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있는데, 그중엔 냉동 게를 취급하는 곳도 있어서 신기했다. 이런 고급 식재료마저 일본은 자판기에서 취급할 수 있구나. 역시 자판기의 나라..

기차역 위에 있는 닭.

도야마의 다테야마에 주로 서식하는 뇌조의 인형. 구로베 알파인 루트 주변에 서식해서 여기에서도 인형을 판매하는 것 같다. 귀엽게 생겼다. 실제로 검색해보니 더 귀엽다.

구글 검색으로 찾아낸 뇌조의 이미지

하여튼 기차역 근처에 이런 스탠드로 즐기는 작은 간이 이자카야, 미니 해산물 덮밥(카이센동)을 판매하는 간이식당 등이 있어서 더 아기자기한 동네다.

기차역 바로 앞에는 이런 무료 족욕탕도 있는데, 동네 곳곳에 무료 족욕탕이 있는 것도 특이점.

우나즈키에 오면, 걷다가 너무 추울 때 잠깐 멈춰서 발을 담궈보자.




온천여관의 하이라이트, 저녁 식사


온천마을을 구경한 후에는 숙소로 돌아와 온천을 즐긴 후 저녁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날의 메뉴. 일본 온천여관에서 저녁을 먹을 땐 항상 그날의 요리를 이렇게 종이에 인쇄해서 주는데, 이렇게 번역기를 돌려도 제대로 번역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본 전통식인 가이세키를 기반으로 해서 평소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그런 듯하다.

이 집은 경관과 온천 뿐만 아니라 식사도 꽤 훌륭했는데, 에피타이저로 나온 것만 해도 종류가 이렇게 다양했다.

蛍烏賊酢味噌和え(꼴뚜기 초무침 된장 무침)

鳟寿司(송어 초밥)

稚鲇ネズ焼 チアユネズヤキ(어린 은어 구이)

菜の花辛子和え(유채꽃 고추무침)

蕨乌賊(고사리 오징어)

竹の子木の芽焼き(죽순 새싹 구이)

보통 도시에서 가이세키를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인당 10만원은 훌쩍 넘게 나오기 때문에 온천여관에서 숙박과 아침식사까지 포함해서 인당 20만원 대면 매우 가성비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역시 첫 음료는 에비스 마이스터 생맥주! 990엔. 온천 후에 먹는 생맥주는 특히 달다.


とりあえず、生2つください!
토리아에즈, 나마 후타쯔 쿠다사이!
(일단, 생맥주 두 잔 주세요)

きときと魚のお造り(키토키토사카나노오츠쿠리. 신선한 생선회. 일본에서는 사시미라는 단어보다 오츠쿠리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다).

왼쪽부터 위에서 아래 순으로 中トロ(츄도로. 참치중뱃살), カンパチ(칸파치. 잿방어), 真鯛(마다이. 참돔), 甘海老(아마에비. 단새우), アオリイカ(아오리이까. 무늬오징어), カジキ(카지키. 황새치)마구로 콘부지메.

키토키토란 도야마 방언으로 '신선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어쩐지 귀여운 어감.

梶木鲔昆布〆(카지키 마구로 콘부지메 혹은 사스 콘부지메)는 황새치의 뱃살을 다시마에 감싸서 숙성한 회로, 여기서 처음 제대로 맛본 것 같다. 쫀득한 식감과 감칠맛이 느껴지는 숙성법이다.

活鲍陶板焼き ガーリックバター風味(카츠아와비 토반야끼) 갈릭 버터 풍미의 활전복 찜.

야들야들하게 잘 찐 전복은 평소 전복에 대해 큰 감흥이 없던 우리도 맛있게 먹었다.

蛍烏賊しゃぶ鍋(호타루이카샤부나베). 도야마 현의 명물인 꼴뚜기(호타루이카)가 제철이었어서 여기저기서 회나 샤브샤브로 즐길 수 있었다.

함께 제공된 샤브샤브 육수에 아주 살짝 데쳐서 먹으니 꼴뚜기 안의 내장까지 녹진하게 맛있었다.

온천여관의 지역 사케 리스트. 온천여관에 가서 근처의 일본주(地酒 지자케)를 가이세키와 페어링해서 즐기는 건 확실히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별미다.

白海老の唐揚げ(시로에비노가라아게. 흰돗대기새우 튀김). 도야마 지역의 특산물인 흰돗대기새우를 바삭하게 튀긴 요리.

새우 자체가 달고 실해서 그냥 잘 튀기기만 해도 맛있다. 도야마에서는 이 흰돗대기새우 튀김을 밥 위에 올려서 덮밥으로도 즐기는 것 같다.

海鲜カルパッチョ風 蛸 サーモン絹田巻(사몬키누타마키) 帆立の昆布〆(호타테노 콘부지메. 가리비의 다시마숙성) 해선 카르파쵸 풍의 문어와 연어말이.

키누타마키란 무나 유부 등 얇고 부드러운 재료로 말은 말이 요리인데, 적당히 세련되게 양풍을 섞어서 만든 요리들이라서 질리지 않고 다채로웠다.

처음 마신 일본주는 さんしょうらく(산쇼라쿠) 지역의 사케로 깔끔하고 맛있었다.

이 날은 맥주를 다 마신 후 드라이하고 깔끔한 니혼슈를 추천 받아서 한 잔씩 맛을 본 후 도쿠리로 아케보노 타이료오키라는 술을 추가 주문을 했다.

평소 술은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さっぱり(삿파리)한 술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된다.

合鴨ロースミルフィーユ仕立て(아이가모 로-스 밀푀유 시타테). 오리고기와 무 등의 재료를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아올린 요리.

일본에서 아이가모를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청둥오리와 잡오리의 잡종으로 우리가 아는 오리맛과 비슷한 듯 약간 다르다.

宇奈月温泉美人蒸 우나즈키 온센 미인 찜이라고 메뉴에 써져 있는 요리. 알고보니 대게찜이다.

水見牛あぶり焼(히미규아부리야끼). 히미 지역 원산지의 소고기 구이로, 고소하고 씹는 맛 있었다.

기름진데 느끼하지 않고 한우 갈비살 같은 느낌. 각자의 기호에 맞춰서 구워먹을 수 있다.

豆乳おから蒸し 海老餡かけ. 직역하면 두유 비지찜과 새우 앙카케인데, 앙카케는 녹물을 풀어 걸쭉해진 국물에 이렇게 담궈져 나오는 요리다. 한국에 없는 낯선 식감인데 먹다보면 묘한 매력이 있다. 약간 갈은 생 참마나 낫또랑 비슷하게 끈적한데 더 가벼운 느낌?

黑部名水味噌仕立てのど黒真丈椀. 구로베가 물로 유명한지 구로베 물로 만든 된장으로 만든 노도구로(눈볼대) 신죠완.

真丈椀(しんじょわん)은 생선 으깬 살 등을 다시마 국물이나 달걀 흰자로 갈아서 조미한 것이라고 한다. 그냥 엄청 맛있었다.

된장국도 깔끔하고 깊은 맛.

香物. 간단한 밑반찬.

너무 배부르지만 맛있어서 끝까지 다 먹어치워버렸다.

黒部名水だんごの白いおしるこ. 쿠로베의 명수를 쓴 당고의 하얀 단팥죽. 마지막 디저트까지 만족스러웠던 온천여관이었다.


온천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나면 잠이 쏟아져서 그 어느 때보다도 딥슬립을 하게 되는데, 혹시 불면증이 있다면 온천여관 트리트먼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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